『야간비행』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앙드레 지드의 서문으로 더 유명해진 작품이라고 한다. 앙드레 지드는 항공 개척자들의 고결함과 리비에르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높이 평가한다.
나는 앙드레 지드의 서문보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을 읽는다는 기쁨에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막상 『야간비행』을 읽으면서는 차분해졌다. 인간의 도전과 앞선 자들의 희생을 겸허하게 따르게 된다. 생텍쥐페리의 생애(EBS 지식채널e “마지막 비행”)를 알게 되면 『야간비행』이라는 작품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다만 감정이 요동치지 않는 차분한 문체에 내 감정이 더 울컥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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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줄거리도 단순하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읽는 것과 그냥 읽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에 큰 차이를 준다.
193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항공우편 회사와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총책임자 리비에르는 회사의 성공과 항공우편의 안전한 도착을 목표로 냉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조종사들에게 야간비행을 강요하기도 하며, 내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조종사들의 생사를 지켜보는 입장이면서 속으로는 괴로움을 지닌 인물이다.
작품에서 야간비행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1931년에는 항공로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항공노선을 만드는 상태였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따라서 야간비행은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절박한 항로를 날아가는 일인 것이다. 생존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을까?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게 만드는 그 힘을 역사에서 자주 접한다. 지금의 항공노선도 작품 속 조종사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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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파비앵은 폭풍이 예고된 밤하늘로 비행을 떠난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고, 폭풍을 만난다? 조종사 파비앵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것이다. 예상대로 악천후에 조난당한 파비앵은 무선이 끊기고, 리비에르와 직원들은 그의 죽음을 예감한다. 하지만 조종사가 아닌 일명 내근직 직원들은 원칙대로 다음 야간비행을 준비한다.
관리자 리비에르는 내적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침묵과 결단을 단행하며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비행 중 사라진 동료에 대한 애도나 파비앵의 부인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마저 억제한다. 공익과 질서, 규율이 생명이나 존재보다 먼저였던 시대였다. 지금이야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지만 제국주의시대가 그리 먼 옛날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종사 파비앵은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현실을 똑바로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애쓰며 삶을 향해 조종대를 놓지 않는다. 반면 리비에르는 조직을 선택한다. 인간은 두려움 앞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가? 조종사 파비앵과 책임자 리비에르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가 일치할까? 아닐 것이다. 두려움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고독해진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종사 파비앵이 반드시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게 되는 것은 생텍쥐페리의 실제 삶에서 그가 보여준 기적 같은 생존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포와 절망의 상황에서도 작가의 문체는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 같은 문체가 감정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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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항공기 위에서 바라본 세상을 차분하게 서술하는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게 된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과 같을 것이다. 작가의 개인 체험이 가득 담긴 작품이 『야간비행』이다. 앙리 기요메의 생환을 길게 설명한 것도 생존을 조종사의 의무와 책임으로 여긴 작가가 파비앵의 생환을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읽혔다.
작가는 묻는다. 안전을 반복할 것인가, 의미를 위해 도전할 것인가. 작가는 비행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일상으로 살았다. 사막에 불시착하거나 고립되었을 때, 비행 중 폭풍을 만났을 때 고독함의 극대화를 만났을 것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덤덤해서 여러 번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긴 분량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작품이다. 곱씹는 시간이 꽤 길었고, 허구와 실제 사이에서 헷갈렸다. 우리의 삶도 야간비행의 항공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도전으로 안전을 누리는 삶이라면 어떡할 텐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과거에 빚을 지고 있다. 현재의 삶에서도 누군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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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에르 : 엄격하고 냉정한 책임자이다. 그러나 내면에는 깊은 인간애와 고뇌가 있는 인물이다.
파비앵 : 젊은 조종사. 비행의 의미와 인간의 운명에 대해 묵묵히 순응하면서도 아름다운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파비앵의 아내 : 남편의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에서 인간의 인내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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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영화《콘클라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