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 「돌아와 보는 밤」과 「병원」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다섯 번째 시

05돌아와보는밤.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혼자 지더라도


시인은 어디에서 돌아온 것일까? 그의 낮은 피로와 시련이었을 것이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한, 낮의 연장’이기에 화자는 불을 끈다. 하지만 ‘방 안’도 일제의 땅, 창을 열어봐도 일제의 공기. ‘비속에 젖어’ 씻고 싶었으나 윤동주 시인은 어디를 가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

‘하루의 울분을 씻을 수 없어 가만히 눈을 감’아야 했던 윤동주 시인과 이육사 시인. 나는 그동안 시인들이 왜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존재였다. 이육사 시인은 <절정>에서 눈을 감아야만 ‘강철로 된 무지개, 겨울’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현실이 지독하게 힘들면 눈을 감아버리는 것처럼 윤동주 시인과 이육사 시인은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나갔던 것이다. 눈을 감아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 눈을 감는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는 그 절망적인 삶에 위로할 수 있는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함께 눈 감을밖에…….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눈을 뜨고 앞을 봐야 한다. 감긴 눈으로 걸으면 다친다. 혼자가 아니니 함께 연대해서 가면 된다. 계엄을 막아낸 것처럼 함께 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여섯 번째 시

06병원.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온기의 힘을 믿고서


화자는 의사도 모르는 병을 앓고 있다. 환자는 젊은 나이로 늙은 의사가 진단할 수 없는, 병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병에 걸렸다. ‘지나친 시련, 지나친 피로’에 젊은이는 병에 걸려 있으나 늙은 의사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젊은이는 성을 내서는 안 된다. 성을 내면 병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늙은 병원은 젊은이를 살릴 수가 없는 것인가?
젊음과 늙음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화자는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었든 자리에 누어’본다. 젊은이에 처지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아프고 시련과 피로에 지친 젊은이들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누워 있던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온기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건강이 속히 낫기를 마음으로 빌어보는 젊은이의 마음에 윤동주 시인이 보인다.


건강해 보이지만 정신이 병들어 있던 시대! 그 속에서 어떻게든 ‘건강’하기를 빌어보는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병원’까지 찾아갔으나 얻은 건 성낼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갖는다. 그 간절함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용기를 냈기 때문에 쉽게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성을 내면 안 되는 자신의 모습만 확인시켜 주었다. 화자는 자신의 병을 알고 찾아갔을 것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병과 함께 해 온 사람도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살며시 소극적인 태도로 ‘누어본’ 게 아닐까!


#윤동주시인 #돌아와보는밤 #병원 #하늘과바람과별과시 #초판본 #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