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담 너머로 간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초판본 - 「또 다른 고향」과 「길」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초판본, 열일곱 번째 시

17또다른고향.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끌어안고 가야 할 과거


화자, 백골, 아름다운 혼!

이 해석은 다양하다. 나 또한 내가 느낀 만큼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자는 현재의 자아를 말한다. ‘백골’은 과거의 자아이거나 가짜 자아일 것이다. ‘아름다운 혼’은 미래의 자아, 진정한 자아다. ‘백골’은 화자를 늘 따라다닌다. 그림자처럼 허상과 거짓을 퍼뜨린다. 자신이 감염되었는지도 모른 채 ‘한 방에 눕는다.’ 가장 슬픈 인생이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지 못한 사람이다.

화자는 서서히 ‘백골’과 ‘아름다운 혼’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3연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가 한자리에서 울고 있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자각을 하면 시간과 공간이 한 번에 역전되어 자신에게로 온다. ‘지조 높은 개’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것도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인생에서 어떤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인식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는 늘 현재의 나와 함께 했다. 다만 백골에 가려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지조 높은 개’의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혼’을 순간순간 자각하면서 살지만 ‘백골’을 몰아내지 못한다. ‘백골’은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안고 가는 것이다. ‘백골’은 자신이 살아온 책임의 무게이다.

굳이 이 시를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해석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향’에는 ‘아름다운 혼’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자아를 찾아 진정한 인생의 길을 걷기 바란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초판본, 열여덟 번째 시

18길.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

잃어버린 것의 실체


나는 이 시를 참 좋아한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 시인이 얼마나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담금질했는지 보여주는 시라고 생각한다.

1연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진정한 자아를 찾지 않으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니 잃어버릴밖에! 담은 누가 친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이 틀을 만들고 담을 높이 쌓은 것이다. 진정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면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길은 쉽지 않다. 힘들고 어렵고,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길’은 도와준다.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기다려준다. 4연을 보면 알 수 있다. 긴 시간을 기다려준다. 그래서 5연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 담이 없으면 자신이 잃은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피하느라 밖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늘 착각에 빠져 사니까.


시인은 6연과 7연에서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담’을 제대로 마주 본 것이다. 7연은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한 말과 비슷하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7연 “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길로 나간다. 헤매고 실수하더라도 행동하는 것이다. 부끄럽더라도 움직여보는 것이다. 용기 내 보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나를 마주할 용기!”


#윤동주시인 #또다른고향 #길 #하늘과바람과별과시 #초판본 #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