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흐르고 추억은 머물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초판본 -「사랑스런 추억」,「흐르는 거리」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스물한 번째 시

21사랑스런추억.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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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기억을 끌어안는 자의 애틋함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라는 마지막 구절을 보면 시인이 기다렸던 건 ‘청춘’일까? 스물다섯의 청춘을 붙잡아두고자 했던 시인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스물다섯에 ‘사랑스런 추억’을 말하다니!

무엇이 스물다섯의 청년을 추억으로 만들어버렸는가!

시인은 기차가 자신을 고향으로 데려다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고향에서 지냈던 따뜻하고 사랑스런 추억이 바로 스물다섯 청년이 그리워하는 정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또 다르게 생각한다. 시인은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라고 말한다. 윤동주 시인은 끊임없이 진정한 자신을 만나고자 노력했고 언덕에 오르면 더 깊은 사색을 했을 거라고 믿는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모든 힘들었던 기억들보다는 ‘사랑스런 추억’들로 치환시켜 사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만 ‘사랑스런 추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추억은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며 움직인다. 그래서 공간적 이미지가 감정으로 먼저 떠오른다. 그러니 얼마나 개인적인 감정의 기억이겠는가! 기억의 왜곡은 벌어질 것이고 객관화를 잃어버릴 것이다.


시인이 간직하고자 했던 ‘젊음’과 ‘사랑스런 추억’은 자신의 순수성과 꿈을 지키고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순수한 자신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걸 어느 순간 잃어버리며 살지 않던가! 어린 왕자가 그래서 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스물다섯 청년은 어린 왕자를 닮았다. 그를 찾아 별을 바라본다. 오늘은 별이 밝아 다행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스물두 번째 시

22흐르는거리.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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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함께 걸으며


시인은 ‘거리를 흐른다’고 표현했다. 거리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거리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미래가 늘 안개처럼 뿌옇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지금을 사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안개가 걷히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확신에 찬 기대감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본인이 어떤 모습인가를 살펴보면 된다.

머릿속으로 뿌연 안개만 뿌리고 있다면 미래는 뿌옇게 나타날 것이고, 바로 지금 자기의 몸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안개는 걷힐 것이다. 그 차이는 엄청난 것이므로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다.

시인도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이라고 했다. 즐거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밤에는 안개가 흐르겠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情)답게 손목을 잡어 브세’

시인은 혼자가 아니라 안개를 함께 걷어내길 바란다. 우리는 늘 서로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씨실과 날실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특히 생명은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역사가 함께 한다. 감정과 이성이 어떻게 교감하며 생명을 이루는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끌어당겨 관계를 맺는지 우리는 고요하게 서로를 들여다봐야 한다. 시인이 안개 속을 들여다보듯, 우물 속을 들여다보듯, 길에 나와 담을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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