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리뷰 | 김초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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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단편소설이었다. 고전명작과 시, 인문 철학 서적만 읽다가 독특한 시선의 단편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우주와 관련된 배경이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책 제목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기대만큼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다른 단편들이 좋았다. 「공생 가설」, 「감정의 물성」, 「관내 분실」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주제별로 묶어서 리뷰를 올리려고 한다. 내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읽고 생각한 작품의 주제는 이렇다.
‘어떤 시대가 와도 우리는 더불어 협력하며 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 전체 주제를 중심으로 잊혀진 존재들에 대한 오마주,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들의 분투기, 공생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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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그래서 제목의 의미를 찾는 일부터 했다. 표면적으로는 우주의 속도, 즉 광속을 의미한다.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이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이면적으로는 24시간 같은 시간적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진정한 삶을 사는 시간과 속도를 의미한다. 죽음조차도 사라지게 할 수 없는 속도를 말이다. 한 인간의 존재적 의미와 흔적을 기억하는 힘을 말한다. 인간의 마음이나 사랑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니까.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이 무엇을 기록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죽은 이의 시간은 살아남을 수도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안나가 가족을 만났을 것이라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과 속도가 아니라 마음의 속도가 보여주는 위대함을 나는 안다. 여기서 마음의 속도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말한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은 의미다.
「관내 분실」은 납골당이나 무덤이 아니라 도서관처럼 코드를 입력하면 고인을 만날 수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후에 개인의 마인드를 도서관에 업로드 하는 프로그램이 홀로그램이든 무엇이든 고인을 간절히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찬성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긴 하다. 다만 고인이 그것을 원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 수 없었던 엄마를 이해하기까지, 분실된 엄마의 기록을 찾는 과정은 지민이가 자신을 마주하게 된 계기였다. 자기를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엇, 이해와 화해. 실체와 허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진실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은 그 어떤 기술로도 담을 수 없는 인간성의 깊이를 말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작품은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오마주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사색하게 해주는 역설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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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은 모두 소외되고 차별받는 존재들이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이다. 미래 세계가 되어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차별과 고정관념은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미래를 다루지만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 완전히 시대를 초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차별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자기 자신만 옳다는 사고방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의 기준과 잣대에 맞게 고치려고 하는 오만함 때문에 차별이 생겨난다.
그런데 타인을 비난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자기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동이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비난과 차별로 타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끊임없이 이어져야만 차별은 사라질 수 있다.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상대방을 바꾸거나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신체적인 장애에 대한 차별, 「감정의 물성」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미혼모로 살아가는 삶과 우주인으로 선정되었지만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인종차별까지.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뉜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용기와 타자를 이해하는 따뜻한 자세를 보여준다. 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적인 편견으로 봤을 때는 약한 소수자며 소외당해야 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세상의 잣대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다. 자기의 가치를 자신들이 증명해 내고 있었다. 인물들은 세상을 비난하거나 욕하지도 않았다. 또 남은 사람들이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위험한 추측이나 섣부른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오직 자기의 가치를 증명하고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으며 살아갔다. 그것은 내면에서 나온다는 진심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작가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통해서 말한다. 지구에 남은 순례자들은 모두 진정한 사랑을 위해 남았다는 점이다. 데이지는 편지에서 말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결국 무엇을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자기가 있는 바로 지금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작가는 세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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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도 표면적 의미는 루이 무리들의 언어를 말한다. 이면적 의미는 반복되는 루이의 삶이며, 인간의 삶에 드러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스펙트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내면적 모습을 의미한다.
40년 만에 구조된 희진이 외계 생명체인 루이 무리에 대한 진실을 끝까지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 칼 세이건이 쓴 소설 『콘택트』에서도 외계 생명체를 만나고 온 사람들은 지구로 돌아와서 지구인들이 원하는 말을 하고 진실은 숨긴다.
「공생 가설」은 상상력이 놀라웠다. 새로운 과학자의 발견 같은 이야기. 어느 행성에서 영혼만 떠도는 사람들이 지구인과 공생을 한다는 가설. 있을 법한 이야기다. 우리는 지독하게도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돼 있으니까. 우리가 현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아니라는 것.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과학과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다.
『이기적 유전자』에 나온 실험들 중에서 어떤 부류가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는가에 따라 종의 환경이 달라졌다. 인간의 삶도 비슷한데,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인류사와 세계사, 한국사, 철학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그렇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 현상들이 그렇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작가가 두 작품을 통해서 말하는 주제는 공생과 협력이 아닐까. 외계 생명체를 바라보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만약 내가 그들이라면~’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아니다. 그들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것,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걸음을 옮겨야만 상대방의 처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생각으로 끝나는 것은 역지사지가 아니다. 공감 능력이 발달해야 가능한 것이다.
공생과 협력의 밑바탕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어떤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이 없을 때 가능하고, 공감 능력이 보강되어야 한다. 현대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능력이지 않은가. 작가는 미래 세계를 소설로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의 마음, 진정한 사랑과 관계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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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일곱 편의 배경은 SF지만 결국은 인간의 감정과 사랑을 말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타인을 이해하려는 따뜻함이 담긴 소설들이다. 점점 인간성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작품이 남기는 다채로운 삶을 응원하며 기억해야 한다.
이분법적으로 모든 것을 나누고 분해하며 선을 긋는 현대인들이 무엇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작품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왜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며 나와 타자 모두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들이다.
우리는 길어봐야 100년 남짓 살 뿐이다. 우주적 시간으로 봤을 때 현재에 매몰되지 않는 따뜻한 시선으로 미래를 봐야 한다. 그런 미래를 위해 현재를 만들 가야 한다. 그것이 현대인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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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윤동주 시인 초판본 시에 대한 단상, 브런치북 『나는 지금, 그의 시에 답하려 한다』 세 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