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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Aug 09. 2024

인천, 놀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인천 밖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인천 놀거리




열아홉 살,
처음 취업하게 된 회사에는 그 흔한 동갑내기가 없었다.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나이 많은 상사들과 적게는 2~3살 차이 나는 형들뿐이었고

유독 낯을 많이 가려 사람과 거리를 두는 성격 탓에 빠르게 친해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직장에서 말 한마디, 생각 하나조차 편하게 터놓을 사람이 없이 입을 앙하고 다물어버렸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신입이 들어왔다.


새로운 얼굴에 내심 반가웠는지 형들은 신입을 불러 구석에 몰아넣고는 호구조사를 이어나갔고

십여분 간에 이어지는 질문 끝에 형들은 나를 불러냈다.



"00아 얘 너랑 동갑이래"



뭐가 그렇게 기뻤던 건지 '오예!'라고 작은 환호를 속으로 삼켜냈고,

그렇게 나의 첫 동갑내기 직장동료가 생겨버렸다.



사회에 나와 처음 만나는 동갑내기라는 사실 하나로 우리는 빠르게 친해져만 갔다.



바쁜 회사일에 지쳐갈 때마다 서로를 응원하며 음료 한 캔을 건넬 사람이 생겼고

상사들에게 혼나는 날이면 퇴근길에 술 한잔 기울이며 질겅이는 육포를 맛보듯 이리저리 씹어버렸다.


그렇게나마 마음을 터놓을 곳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점점 업무량이 많아져 연장근무가 늘어나게 되면서 다른 지역에 살던 친구는  

마지막 통근버스가 혹시나 끊겼을까 싶은 마음에 재빠르게 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향해버렸다.


유일한 낙이었던 퇴근길에도 만나는 날이 점점 줄어들게 되자 다시금 지쳐가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집으로 향하는 것이 익숙해질 즈음 먹거리 골목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불빛 가득한 술집거리 안 왁자지껄 떠들며 술 한잔 기울이는 취객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시커먼 밤하늘 아래에서 안주 한 두 개에 술을 시켜놓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던 그때가 그리워졌고

친구에게 바쁜 출근 날보다는 따로 쉬는 날을 맞춰 만나서 놀자며 연락을 나눴다.



출근길에 팀장님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사무실을 지나치던 도중
사무실 한쪽 벽에 붙어있는 스케줄표를 발견하고는 탈의실로 옮기던 발걸음을 돌려 천천히 살펴봤다.

월, 화, 수, 목, 금 그리고 주말을 지나고 다시 그다음 주 월요일로 눈을 돌리던 그때

다음 주 화요일 쉬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었다.


드디어 겹치는 휴무날을 발견하고는 친구에게 "우리 휴무 겹치는데 그날 일정 없으면 놀래?" 라며 연락을 보냈고 친구는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다.


어디서 만날지 정하며 연락을 주고받던 그때

출근길 외에는 인천을 따로 찾아오지 않았던 친구는 인천에 대해 궁금해했다.


"인천에 재밌는 거 있어?"



질문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인천...? 음... 할 거 없는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인천에서의 만남은 없었다.







인천에서 놀거리가 무엇이 있냐고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을뿐더러, 인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했을 때 쉽게 답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각지의 추천 여행지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 보세요’와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느 지역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지역의 여행지를 추천할 수 있을지 말이다.



서울 - 한강


강릉 - 주문진


부산 - 해운대



다른 지역은 쉽게 떠올려냈지만 인천에 대해서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계속된 고민에 지쳐 머릿속에 이상신호가 울릴 즈음에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인들에게 넘겨버렸다.  



“인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위 질문에 나오는 답변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근처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이었다.

그의 영종도에서 근무했던 경험 때문인지 쉽게 떠올린 것만 같은 대답이 그저 뻔하고 시원찮게 느껴졌다.



속으로 '차이나타운' 다섯 글자를 곱씹으며
"누가 중국음식 만드는 사람 아니랄까 봐"라고 핀잔을 주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이어 다른 대답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월미도”  


“인천대공원”


다른 사람의 대답들도 별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방문해 봤지만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던 여행지들의 이름이 나왔을 때
새롭지도 않고, 뻔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영 시원찮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반대로 내게 질문을 던져댔다.



“인천에서 할 만한 것이 뭐 있는데요?”



이때부터 인천에서의 ‘멀지 않은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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