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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Aug 17. 2024

인천, 악명 높은 이야기

인천에 대한 소문을 당신은 몇 가지나 알고 있나요?

아이스크림이 300원, 치킨 한 마리가 만원도 채 되지 않던 시절

취업에 성공하며 대뜸 나의 첫 목표를 정했다.


‘1억 모으기!’


1억을 모으기 위해서는 돈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스카치 캔디 한 봉지를 손에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는 것이 일상다반사였고

몇 없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취미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출근-퇴근-집만 오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이 무미건조한 삶에 지쳐갈 때 

입안이 말라서 타들어갈 즈음 들이붓는 시원한 물 한잔처럼 갈증을 해소할 이벤트가 필요함을 느껴가고 있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메시지를 남긴 동생의 연락에

출근길 버스 안 네모난 빌딩들에 들러 쌓인 풍경들을 바라보는 것에 지쳐서,

쌩하고 도로 위를 자유로이 달리는 차들이 인상 깊어서,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운전 실력을 살펴볼 겸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했다.



집 근처 위치한 공원에 주차장을 찾아 빌려둔 4인용 소형차에 탑승해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는 바퀴처럼 정해둔 목적지 없이 무작정 도로를 내달렸다.

빨라진 속도에 열어둔 창문을 따라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이마를 덮은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겨주며
잠시나마 멈춰있던 무미건조한 삶에 시원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뻥 뚫린 도로를 달려 도착한 청라 호수공원 앞.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주변은 사용하고 남은 철근과 콘크리트 포대들로 어지럽혀 있었고
사람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매일 같이 도로에 갇혀있던 내 모습에서 벗어 나와 비록 흙먼지 가득한 장소라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들이 만족스러웠다.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것은

매일 같은 풍경만 바라보는 것보다 남은 좌석이 없어 다음 배차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좌석이 없어 서있는 날에는 고속도로 입구라는 안내음이 들려올 때면 통로에
내려둔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연달아 발생하는 좌석수 부족의 문제로 버스에서 하차하게 될 때마다 자동차 보유에 대한 꿈은 커져만 갔고 부풀어 가는 꿈에 내 인내심은 더 이상 긁을 것도 없이 바닥나 버려 중고 자동차 가격을 검색하고 있었다.



찾아본 결과 나온 몇 백만 원 상당의 중고자동차 가격은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간 240만 원이 넘어버리는 높은 보험료는 목표를 위해 자가용이라는 꿈을 접게 해 주었고 다시 사람들이 붐비는 대중교통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듣게 되었던 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인천에 대한 악명 높은 이야기이다.



인천은 끝에서 끝을 가도 1시간 30분,

인천에서 강남을 가도 1시간 30분,

인천에서 부산을 가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거나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아마 당신은 높은 확률로 인천사람이 아닐 것이다.



인천 안에서 대중교통을 타면

남동구에서 청라까지 1시간 30분,

검단에서 송도까지도 1시간 30분,

인천시내에서 강화도까지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인천 밖으로 한걸음 나가보면

인천에서 강남을 가도 1시간 30분,

인천에서 수원을 가도 1시간 30분,

비행기를 타고 부산을 가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이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이 듣게 되었을 때 서로 다른 반응들을 보였다. 

누군가는 마계인천이라며 한 번에 연결되지 않은 대중교통을 조롱했고,

누군가는 전국 1시간 30분의 생활권이라며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이었냐며 

저게 말이 되냐는 식의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위와 같은 반응들이 인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것만 같았고

한편으로는 저들과 다르지 않은 반응과 행동들을 해왔던 것이 너무 괴로웠다.



나 또한 인천 안과 밖의 똑같은 이동시간에

같은 시간이라면 인천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색다르게 놀아보겠다고 생각해 왔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행동해 왔다.



부평에서 놀 시간에 홍대를 찾아가곤 했고

강화도를 갈 시간에 가평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쩌면 앞으로도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인천에서의 ‘멀지 않은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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