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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Aug 23. 2024

인천, 인천하면 생각나는 음식

ep.4 인천, 내게 짜장면은 축하의 의미였다.

"아... 막막해"


“인천,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좋을까?”


질문을 던지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고 생각하기도 지쳐 끝내 초록색 검색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천에서 할 만한 것’



여덟 글자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른 순간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차이나타운이었다.



차이나타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어릴 적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기념일에는 꼭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을 시켜 먹곤 했다.  

짜장면과 함께 매번 칠리새우도 주문했었는데 나는 그 새빨간 양념이 묻어있는 칠리새우를 좀  더 좋아했다.


어릴 적 소화 능력이 약했던 탓에 소화제와 갖가지 동그란 환약을 달고 살았고,

가끔 라면을 끓여 먹을 때면 면은 저 멀리 치워두고 국물에 밥만 말아먹었다.

그래서일까 짜장면을 보면 몇 젓가락 입안에 베어 물지도 않은 채 칠리새우를 향해 팔을 쭉  뻗곤 했다..



처음 먹었던 칠리새우의 끈적끈적한 양념은 혀를 휘감았고 매콤 달콤한 양념 맛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초콜릿 말고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고?”


양념의 맛을 보기도 잠시 겉보기와 다르게 너무 뜨거웠던 탓에

뜨거운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입안에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려가며 기어코 삼켜냈다.

입천장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매콤 달콤한 새우 쪽으로 젓가락을 향했다.


뜨거운 맛을 당해봤으니 이번에는 천천히 식히며 맛을 느껴보았다.


두 번째 새우임에도 이 황홀만 맛은 내게는 천국과 같았다.

매콤 달콤한 소스는 나의 어린이 입맛을 정확히 저격해 냈고,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를 씹을 때면

혀가 춤을 췄다.



처음 먹었던 칠리새우가 너무 맛있어서 집에 돌아가 늦은 밤 침대 위,

자꾸만 생각나는 칠리새우를 떠올리며

매일이 생일이기를, 기념일이 더 많아지길 방 천장을 수놓은 야광 별스티커를 향해 손을 꼭 붙들고 기도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이 맛있는 칠리새우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짜장, 그게 뭐라고.."



기념일에는 매번 짜장면을 먹었으니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스무 살, 집을 나서게 되면서 독립하고 난 이후 어떤 기념일에도 짜장면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은 날, 기념할 수 있는 날에는 가끔 짜장면을 먹었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


첫 회사에 취업을 성공했을 때,

운전면허를 한 번에 합격했을 때,

회사에서 승진했을 때와 같이 기분이 좋은 날에는

더더욱 습관처럼 짜장면의 추억이 아른거려 나를 귀찮게 만들었다.



하루는 못 이기는 척 동네 중국집에 방문해 짜장면을 주문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짜장면 한 그릇.

젓가락으로 소스와 면을 섞어 입안 가득 넣었을 때, 옛 기억 속 달달하고 짭짤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먹은 밀가루는 약한 소화기관을 놀라게 하는 바람에 체한 듯 더부룩했고,

그 느낌은 이내 남아있던 추억마저 더부룩함이 눌러 없애버릴 듯 불쾌하게 다가왔다.


그 뒤로는 동네 중국집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고

그렇게 차이나타운과는 몸도 마음도 멀어져만 갔다.



초록창의 검색결과를 보며 추억을 떠올리니 어릴 적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짜장면의  맛이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또 한 번 바뀌지 않았을까 하며 피어오르는 작은 기대감은  내게 다시 추억을 맛보라며 찾아오라고 말했다.

밥만 먹고 떠나기 급했던 시절과는 달리 마음이 가는 대로,

발걸음이 닿는 곳곳을 둘러보겠다고 다짐하며 인천역을 시작으로 인천에서의 멀지 않은 여정은 시작되었다





짜장면과 관련된 추억이 있나요?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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