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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맛있게 먹는 방법

ep.05_'1호선의 끝, 아니 시작'

by 별하

'1호선의 끝, 아니 시작'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

아침 11시 인천역을 향해 달리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흐른 세월만큼이나 낡아버린 지하철은 덜커덩거리며 시끄러운 기계 마찰음을 내며 달렸다.

지하철 내부는 출근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탓에 썰렁한 공기와 나만이 남아있었다.


너무 텅 비어있는 것이 내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가져다주었을까

이유 모를 포근함을 가져다주는 좌석의 양 끝자리로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옮겼다.


이어폰을 귀에 끼고는 노래 몇 곡을 흥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것도 잠시,

자신도 쉴 시간이라고 말하듯 심히 덜컹이던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한다는 안내음과 함께 점점 속도를 줄여가며 치이이이익 하고는 지친 목소리를 내뿜었다.


지하철을 내려 개찰구에 카드를 태그 하고는 인천역 밖으로 나왔다.

역사를 나와 바라본 정면에는 신호등 건너 붉고, 황금색의 큰 기둥 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느 놀이공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입장 제한조건인 1m 20cm의 키를 가졌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매 번 목이 꺾일 정도로 턱을 치켜들고 하늘을 올려다 봐야지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꼬마였던 내가 나이를 먹고 바라보는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전과 같은 거대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코앞에서 자세히 보니 이전의 붉고 황금색의 쨍한 색깔은 빗자국에 옅어졌고 예전의 화려함은 사라져 있었다.



기둥을 통과하니 나오는 언덕은 가볍게 오를 정도의 경사가 져있었고 언덕을 올랐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던 중 도로 한쪽에서는 성인 세 명이 나란히 지나갈 정도의 도로를

재포장을 이유로 통째로 통제했다.


꼭 이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을까

괜스레 생겨난 도전정신에 ‘진시 황릉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에서 봤던 것처럼 함정을 탈출하는 주인공이 된 거 마냥 공사현장을 돌파했다.


쌓아둔 벽돌을 피하고 시멘트 더미를 좌우로 방향을 바꿔주며 피해 갔고

공사장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여유로움까지 장착하며 현란한 움직임으로 공사현장을 탈출했다.



공사장을 지나 5분 정도 가량 언덕을 올랐을까

눈앞에 4-5층 정도 되는 새빨간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있었다

별다른 안내판이 없어 궁금한 마음에 건물 앞을 서성거리며 이곳저곳 둘러봤다.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 쥐처럼 이리저리 건물 앞을 서성거리던 나를 발견했던 건지

가게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분이 나왔다.

내게 손을 흔들어 안쪽을 가리키며 들어오라는 손짓에 무언가에 홀린 듯 따라 들어갔다.



큰 높이의 건물과는 다르게 내부는 원형 테이블이 있는 방 2개와 총 10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었다.

원형테이블과 금색 장식들을 보니 금세 중국음식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특별할 거 하나 없는 내부에 흥미를 잃고는 자리에 앉아 자연스레 준비되어 있던 메뉴판을
재빠르게 탐색하고는 중국음식의 꽃 짜장면을 주문했다.




' 나만의 짜장면 레시피 '



빠른 속도로 나온 짜장면에는 나만의 먹는 방법이 있다.

나만의 방식이 궁금하다면 짬뽕을 추가 주문해서 다음과 같이 따라 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첫째, 짜장면에 짬뽕국물 한, 두 스푼과 짬뽕의 건더기를 모두 건져 넣어 짜장소스를 비빈다.

둘째, 잘 섞였다면 한 젓가락 크게 떠올려 입 안 가득 넣어주면 된다.



네모난 양파조각과 감질맛이 날 정도로 적은 양의 작은 고기들이 전부였던 짜장소스가 통실한 새우와
쫄깃한 식감의 오징어 그리고 바다향이 가득한 홍합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더해진다.

한 입 가득 입에 넣으면 기름에 볶인 고춧가루의 고소함 그리고 짠맛이 더해지며 더 풍부한 맛과 다양한 해산물 건더기를 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차이나타운에서의 짜장면의 맛은 옛 추억만큼 달달하고 짭짤하지 않았고

함께 왔던 이 장소에 나 혼자 있으니 허전함만 남았다.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면 몸을 좀 굴려서 입맛을 돋워줘야 했나?’

‘이삿날에 왔으면 더 맛있게 먹었겠지’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너무나 바쁘고 전쟁터 같았던 어제 직장에서의 하루를 떠올리면 그럴 체력적 여유는 전혀 없음을 인정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의자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Q. 자신만의 짜장면 먹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요?

Q. 짜장면이 맛집을 안다면 그 곳은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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