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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Aug 02. 2024

EP.1 인천

인천, 놀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처음 회사에 취업했을 때 동갑내기 친구가 없었다.


위로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상사가 있었고 적게는 2~3살 차이 나는 형들뿐이었다.


유독 낯을 많이 가리고 거리를 두는 나의 성격 탓에 직장에서 마음 편하게 터놓을 사람이 없었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신입이 들어왔다.

새로운 얼굴을 봐서 반가웠는지 형들은 신입을 구석에 몰아넣고는 호구조사를 이어나갔다.


십여분 간에 압박질문이 이어졌을 때 형들은 나를 불러냈다.



"00아 얘 너랑 동갑이래"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건지 속으로 '오예!'라고 작은 환호를 내질렀다.

그것이 나의 첫 동갑내기 직장동료였다.



동갑내기 친구라는 사실 하나로 우리는 빠르게 친해져 갔고 바쁜 회사일에 지쳐갈 때마다

마음을 살짝이나마 터놓을 곳이 생겼다.



인천, 서울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던 터라 사적으로 자주는 보지 못하더라도 쉬는 날에 만나서 놀기를 약속했다.


처음 겹친 휴무날 인천에 거의 와보지 않았던  그 친구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인천 가보고 싶은데 재밌는 거 있어?"


질문에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인천...? 인천 할 거 없는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인천에서의 만남은 없었다.






인천에서 놀거리가 무엇이 있냐고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을뿐더러, 인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했을 때 쉽게 답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각지의 추천 여행지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해 보세요’와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느 지역을  여행지를  추천하고 쉽게 떠올리고 답할 수 있을지 말이다.



서울 - 한강

강릉 - 주문진

부산 - 해운대



다른 지역은 쉽게 떠올려냈지만 인천에 대해서는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계속된 고민에 지쳐 머릿속에 이상신호가 울릴 즈음에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인들에게 넘겨버렸다.  



“인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위 질문에 나오는 답변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영종도에서 근무했던 경험 때문인지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근처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이었다.


뻔하고 시원찮다고 느껴졌던 걸까,

속으로 '차이나타운' 다섯 글자를 곱씹으며 ‘누가 중국음식 만드는 사람 아니랄까 봐’라고 핀잔을 주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이어 다른 대답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월미도”  


“인천대공원”



다른 사람의 대답들도 별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몇 번이나 방문했던 여행지들의 이름이 나왔을 때는 새롭지도 않고, 뻔하고 진부했다.



영 시원찮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반대로 내게 질문을 던져댔다.



 “인천에서 할 만한 것이 뭐 있는데요?”



이때부터 인천에서의 ‘멀지 않은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ep.1 인천의 에피소드는 여러 번에 걸쳐 진행되는 것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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