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생각할 여백을 남겨주는 젊은 작가들

by 녕서




반의반의 반, 백온유


홀씨처럼 가볍고 희끄무레한 영혼이 손이 닿지 않는 아득한 곳으로 건너갈까봐 돌을 눌러두듯 잠든 윤미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올려둔 적도 있었다.



(...)

어머니에게 모성이라는 게 있을까. 그것은 자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더 얄팍한 감정임이 분명하다고 윤미는 생각했다. 모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윤미는 오십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이 그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았다. 살뜰한 보살핌을 갈망했다가도 어머니라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쩐지 이 정도의 허전함은 감수해야 할 것 같았고, 인색한 사랑에 서운해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로 느껴졌다.




바우어의 정원, 강보라


눈은 갑자기 그쳤다. 마치 변덕스러운 신이 구름 속으로 손을 뻗어 스위치를 딸깍 내린 것처럼.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


내가 좋아하는 건 그들의 작품이지 인격이나 삶이 아니라고 합리화하기도, 판단을 유보하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항변과 명징한 사실로부터 나는 늘 자유롭지 못하고 그래서 더 복잡해진다.



(...)

죄의식과 사랑이라는 얇은 막 하나를 오가며 번민하는 나 또는 우리의 내면을 마주보고 싶어서.



(...)

하드보드지처럼 두껍고 견고한 사랑도 있을 테지만, 대개의 사랑은 습자지 같아서 단 한 방울의 반감과 의심으로도 쉽게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랑은 푹 젖어도 찢어지지 않고 도리어 곤죽처럼 질퍽해진다. 사랑이고 죄의식이고 찬미고 경멸이고 죄다 흡수해 종내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태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심결에 옹호와 이해를 동일시하거나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맹목적인 변호를 이어간다. 이것을 단순히 병적 애착 혹은 집착이라 부르는 게 옳은지, 그 안에 담긴 진심마저 쉬이 배제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불신 없는 무조건적 사랑은 과연 가능한지 문득 의문이 든다.





Review.


젊작상은 거의 매년 읽어오고 있는데 읽다보면 소설에도 유행이 있다는 걸 느낀다. 올해 젊작상 작품들의 특징은 뭔가 아리송한 결말과 디테일한 묘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장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내가 젊작상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가장 좋았던 작품은 '최애의 아이'와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 였다.


최애의 아이는 어딘가 그로테스크하면서 집착에 가까운 광적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리를 필터 없이 보는 느낌이라 흡입력 있게 읽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그 남자에겐 1000명의 자식이 있다'라는 정자 기증 사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떠올라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태어날 아이는 어떻게 될까. 온리팬스에서 별의 별것들을 판매하는 현 세상에서 이 미친 상업화가 언젠가 현실세계에 구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워지기도 했다.


길티클럽은 '시네필'인 사람들의 모순과 허영심에 대한 지적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예술인의 도덕성 논란과 논란 있는 예술인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서 시의 적절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게 읽었다. 연예인들의 자숙.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대중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들의 죄를 씻어낼 수 있을까? 아니라면 그들은 평생 죄인 낙인을 달고 살아가야 하는걸까? 소설을 쓴 작가님이 작가노트에 적었듯 나 또한 이렇다할 답을 내리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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