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 도쿄에 가다
​-3.작가의 작가를 만나다!

서울 여자, 도쿄 여자 #10

by 김경희

도쿄 여자, 김민정 작가님!


왜 꼭 그 분을 만나고 싶었을까요? ‘마루야마 겐지’ 작가님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소설가인 그 분의 책은 에세이로 먼저 접하기 시작했는데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신랄한 제목의 책! 정말이지 통쾌하다는 말 이외에 다른 어떤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반가운 책이었어요. 예를 들면 저자는 글에 힘을 주지 않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가족 이제 해산하자’ 라거나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그리고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라는 독한 말을 독자들에게 서슴없이 던지는 거예요. 네 그래요 작가님. 저는 ‘마루야마 겐지’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고 그래, 인생은 제 멋대로 살아도 괜찮은 것이구나, 라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 책에 푹 빠져 버린 거죠.


그래요. 항상 미심쩍게 생각했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인생의 불편한 진실들. 저는 그 책을 읽고 너무 통쾌한 나머지 밑줄을 그어가며 몇 번씩 다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겐지 작가님의 책들을(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기타 등등) 하나씩 섭렵해가곤 했는데, 그러다 아주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죠. 아! 그 사람의 독한 말과 농도 짙은 글 속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있구나! 하는 생각 말이에요. 그래요 작가님. 어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말을 정면에서 거침없이 써내려 갈 수 있는 작가. 한번이라도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루야마 겐지 작가님을 만나러 가게 된 거에요. 어지러울 정도로 모든 게 빨리 변해가는 시대, 자신의 인생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강하게 살아온 작가님을 만나서 저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요?


사실 도쿄에 도착하기 전에는 살짝 걱정이 앞섰어요. 일본 언론에서도 인터뷰하기를 꺼릴 만큼 까다롭다고 알려진 작가, 게다가 이십대에 자발적으로 시골로 들어가 50년 가까이 모든 권력과 담을 쌓고 글을 쓰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어딘가 모르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질문을 했을 때, 그런 쓸데없는 질문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저를 나무랄 것 같아 두렵기도 했습니다. 아무려나 설렘과 두려움으로 몸을 떨며 작가님께 전화를 걸었는데(물론 통역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세상에 이게 어쩐 일입니까. 작가님이 직접 역으로 마중 나오는 것은 물론 잘 도착하기만 한다면 점심 식사까지 책임지겠다고 하신 겁니다. 꼭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손자를 기다리면서 하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천천히 조심히 오거라. 오기만 한다면 우리 맛있는 점심을 먹자꾸나! 라고 말이죠. 하루에 기차 한 대만 다니는 시골 마을, 그리고 기차역에서 다시 시골 길을 한 시간 더 달려야 하는 깊은 산골. 그 동안 여러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소소한 위로와 간편한 구원, 그리고 일시적인 해결책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우리는 만나게 될 수 있을까요?


신주쿠 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3시간 반. 작가님의 고향이자 수십 년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계신 그곳 ‘나가노현’으로 가는 길은 마치 무궁화호를 타고 충주나 경북 어딘가로 향하는 것처럼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만큼 가옥의 형태 말고는 우리나라의 시골과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지 못하겠더군요. 새벽같이 일어난 데다, 건망증으로 여권과 지갑이 든 가방을 호텔에 놓고 온 저는 아침부터 기운이 빠져버려 기차에서 내내 잠만 잤던 것 같아요. 왜 항상 중요한 일만 앞두면 저는 정신 줄을 놓고 마는지 모르겠어요. 실수로 일행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지만 저의 전매특허인 불쾌한 일은 금세 털고 잊어버리는 초긍정의 힘으로 무사히 나가노현의 ‘시나노 오마치’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기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상상만으로 그려오던 대작가님을 만날 수 있게 되는데요. 어쩐지 그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군요. 저는 이미 대작가의 포로가 되어버린 걸까요?

P1480571.JPG 나가노현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길

서울 여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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