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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06. 2017

황금 연휴가 너무해!

서울여자 도쿄여자 #28

도쿄여자 김민정 작가님    


벌써 5월! 봄인가 싶더니,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요. 도쿄는 더 하겠죠? 

참, 수족구에 걸린 막내는 좀 어떤지 궁금하네요. 아이가 아플 때는 잘 모르다가 다 낫고 나면 제가 몸살이 심하게 왔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님도 건강 잘 챙기기 바라요. 아이도 중요하지만 내 몸도 중요하니까요.      




가정의 달 5월, 황금연휴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요.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살짝 지루하기도 하죠. 가끔 친언니와 동네에 사는 작가 친구와 셋이서 커피를 마시곤 하는데, 우린 연휴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어요.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휴일이 아니다. 평일이다, 라고 말이죠. 네 그래요, 작가님. 올해 5월은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해 거의 10일 정도를 쉬게 되었어요. 이런 황금연휴를 반기는 사람들은 사실 부(富)를 가지고 있거나 정규직 노동자들 정도가 아닐까요? 뉴스 기사에선 이번 연휴 기간에 무려 100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긴 연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린 아이들만 집에 두고 일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도 분명 적지 않을 테니 말이죠.     


한 동네에 사는 작가 친구는 연휴기간 내내 대체 뭘 해먹어야 하냐며 한숨까지 쉬었습니다. 당연한 고민이죠.  밖에서 사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열흘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매번 외식을 할 만큼 서민들은 여유롭지 않으니 말입니다. 어디 밥만 먹나요? 식후에 먹는 과일도 그래요. 그 친구는 딸 두 명을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 챙겨 먹이다 보면 자신에게는 딸기 한 알도 돌아오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하더군요.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말하던 그 분들과 저희는 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자식들 먹는 모습은 정말 끔찍이 예쁘죠. 하지만 아이들 얼굴만 쳐다보고 살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 세대인 것 같아요. 한때 유행하던 모 샴푸 광고의 카피처럼...우리도 소중하니까요.      




네 그래요, 작가님. 역시 주부들에게 가장 좋은 건 평일이에요. 나갈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후에 동네 친구와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우린 연휴보다 좋답니다. 아무려나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연휴도 이제 중반을 넘어가고 있어요. 이제 며칠만 잘 보내면 다시 꿀맛 같은 평일이 오겠죠?

아, 정말이지 황금연휴는 너무해!         


서울여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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