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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y 06. 2017

Hello? stranger (안녕? 낯선 사람)

서울여자 도쿄여자 #29

도쿄여자 김민정 작가님  

  

긴 연휴기간 동안 내내 가족들 뒤치다꺼리만 할 순 없죠. 그래서 몇 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첫 번째는 아이와 당일치기 기차여행(6학년인 제 아들이 KTX를 타고 도시락을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서 까짓것 들어주기로!) 두 번째는 44살의 싱글인 지인 언니와 가볍게 서울나들이, 그리고 마지막은 혼자서 영화보기입니다. 당연히 세 가지 계획을 다 수행했습니다. 마지막 어린이날인 만큼 아이와 기차를 타고 광주에 다녀왔는데, 소원대로 기차에서 미리 주문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기차타기 전까지 꽤나 설레 하는 아이를 보니, 13살도 아직은 어리고 귀여울 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요즘 툭하면 내가 어린애야? 라고 반항 아닌 반항을 하는데 어린애 맞더라는^^;)     




물론 다 의미가 있고 즐거웠지만 가장 좋았던 시간은 역시 혼자 영화보기였어요. 그것도 10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클로저’를 다시 보니 정말 새로웠습니다. 작가님도 보셨겠죠? 사랑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대담한 로맨스라고 불리는 영화, 캐스팅이 화려하죠?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클라이브 오웬이 출연한‘클로저(Closer)’말이에요.    


저는 이 영화를 10년 전에 보긴 했는데...그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10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나서 사랑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제 기준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물가물 하지만 10년 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저는 한창 육아 중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또 어리기도 했기 때문에 10년 전 기준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에게 공감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정말 사랑스럽죠.)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는 오히려 줄리아 로버츠의 사랑에 더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안정된 삶과 새로운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 우유부단해 보이는 그녀가 결국 안정된 삶을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라는 건 그렇게 믿을 게 못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구나 자신의 기준에서 이기적으로 사랑을 하니까요.     




그래요, 작가님. 우리도 모두 겪었던 일이에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서 헤어지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은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죠.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헤어지는 게 견딜 수 없어서 결혼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같이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어진다고^^) 그래요.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인 사랑은 결혼이라는 현실이 시작되면서 점점 끝을 보이게 됩니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돌보며 ‘엄마, 아빠’의 역할을 하다보면 점점 더 낭만적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지죠.(결혼은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잖아요. 침실 뿐 아니라 화장실도 같이 쓰는 거니 당연히 환상은 깨어질 수밖에요) 그렇다고 계속 낭만적인 사랑만 추구 할 수 있나요? 사랑이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참 물러설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는 수 없이 그저 갈 데까지 가보는 거죠.        



어쨌든 분명한 건 영화 속 대사처럼, 사랑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제목(closer)처럼 가까운 사람일수록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흔이 넘은 지금은 사랑의 열정이나 아픔보다는 삶의 쓸쓸함에 살짝 눈물이 나더군요. 도무지 모르겠어요. 삶은 어째서 이렇게 쓸쓸하고 아무것도 아닌지 말입니다. 아! 사랑이고 뭐고 지금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물들이던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라는 곡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 곡을 잊어버리고 살았을까요? 아마도 당분간은 꽤나 반복해서 듣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작가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서울 여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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