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지 않으면 좋겠어

-일기-

by 키다리쌤

오늘은 2022학년도를 마치는 마지막 날이다.

교과선생님으로 성적도 이미 끝냈고 아이들 수업도 다 마무리 지어서 마땅히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바쁘신 동학년 선생님들 성적표도 대신 뽑아드리고 도장도 찍어드리고 이것저것 찾아서 일을 했다. 오늘이 가고 나면 나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나로서는 마지막 날인 셈이다. (학교는 금요일 방학하지만 나는 시간선택제 근무로 월, 화, 수요일만 출근을 한다.)


마지막 날이라

익숙한 내 자리 동학년 연구실에 한쪽 귀퉁이 내 책상과 책꽂이 사무용품 그리고 컴퓨터! 이것들은 이제 사라질 예정이다. 물건은 가고 나면 채우면 되니 큰 문제가 될 것 없다.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되니까... 문제는 사람이다.


2년 동안 함께 했던 동학년 선생님들 중 나이가 많은 우리들의 왕언니 선생님이 이제 퇴직을 하신다. 10년 쉬고 이 학교에 다시 왔을 때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학습지 이것저것 내밀며 도와주셨던 고마운 분이시다. 예전 학교에서는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일을 많이 시켜 젊다고 일을 많이 맡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내 주장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참고 지냈었다. 작년과 올해는 나이 드신 선생님들이 수학평가지를 만들어 나누어 주시는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도맡아 동학년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주시니 그 밑에서 안락함을 느꼈다. 동시에 존경심도 들었다. 나도 나이가 먹으면 우리 왕언니 선생님처럼 손 내밀어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의 옆자리 친구 같은 선생님도 다른 학교로 가신다.

같은 또래이고 아이들도 나이가 비슷해 아이 키우며 사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를 떨었다. 한 해 동안 정도 많이 들었다. 이제 나는 누구랑 이야기 하나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좋은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


이제 오늘이 가면 선생님 두 분!

왕언니 선생님과 친구 선생님은 떠나신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마음이

오늘이라는 하루를 붙잡아 두고 싶다.

‘오늘이 가지 않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