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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Nov 14. 2021

왜 학원을 보내시나요?

<2학년 학부모님들께>

아이들의 일기장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면 학원 가기 싫은 데 가야 하는 안타까운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 종종 나옵니다. 쉬는 시간에 슬쩍 물어봅니다.

(선생님) “왜 학원에 가기 싫어?”

(아이) “엄마가 다니기 싫은데 그냥 가라고 해요.”

(선생님) “왜 그렇게 학원이 널 힘들게 하는데?”

(아이) “영어를 2시간도 넘게 배워요.”

(선생님) “그래, 학교 끝나고 가서 2시간도 넘게 배우려면 힘들겠구나. 힘들때는 계속 엄마한테 힘들다고 말해.”

(아이) “그래도 소용없어요.”

아이는 엄마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왜 학원을 보내시나요?     


방과 후 아이들이 빽빽한 학원 일정에 시달리고 있다면 아이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 보입니다.     

 

첫째, 이미 말로 힘들다고 표현했음에도 반영되지 않아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아이는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힘듭니다. 공부에 대해 호기심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공부에 부정정인 생각을 먼저 심어 주는 것은 공부하겠다는 싹을 잘라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아이들은 의욕이 아예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책을 찾아보고 더 알고 싶다고 학원 다니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2학년은 아직 그래도 되는 나이입니다.      


둘째, 2학년 아이들의 인지발달과정은 구체적 조작기입니다. (피아제 이론)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배우는 시기이며 12살 이후가 형식적 조작기로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은 수학 수업에서도 모형 시계를 이용해서 시각과 시간의 개념을 익혀 나갑니다. 안타깝게도 수학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행과 심화가 아이들의 발달을 역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발달과정에 따라 배움을 이어나갑니다. 너무 일찍 하는 선행이 의미가 없는 이유입니다. 1~2년에 걸쳐 이뤄지는 수학 선행이 그 나이 발달 단계에서 이뤄지면 더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수학 선행은 적어도 12살 이전에는 시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차라리 기초를 다져 주세요. 바둑이나 보드게임을 통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수감각을 익히고 머릿속 지도를 그리도록 도와주세요.


 셋째,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은 창의력과 상상력입니다. 미래 사회에 컴퓨터와 A.I가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가져갈 것입니다. 물건을 운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어책을 번역하고 말하는 것 등등 컴퓨터가 해나갈 것입니다. 요새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역량은 창의력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자신의 쉬는 시간에 친구와 뭘 할까 놀이를 고민하며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놉니다. 창의력을 위해선 방과 후 빈시간에 아이들은 따뜻한 햇살 속에서 2~3시간은 여유롭게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해집니다. 거기에 플러스 친구들과 노는 동안 사회성도 길러집니다. 유현준 건축가가 천장이 높은 곳에 살수록 아이의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는데 천장도 없는 뻥 뚫린 하늘이 보이는 놀이터에서 여유롭게 뭘 할까 고민하는 시간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신장하는 시간입니다.      


첫째 아이가 4학년 때 바둑에 보냈었는데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첫째도 그 아이를 이기고 싶어 했는데 쉽지 않아 늘 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아이가 언제부턴가 첫째에게 바둑을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바로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그 아이가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피곤한 뇌는 더 이상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학원이 아닌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학교 숙제하기, 수학 연산 1장 풀기, 학교 진도 따라 수학 문제집 1장, 영어책 3장 듣고 따라 읽기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늘어지게 공부하는 것도 권장하지 않지만 부모님이 옆에 붙어 바짝 공부하게 하고 아이들 공부 시간이 30분은 넘지 않게 해 주세요. 30분 공부 시간 이외에도 2~3시간 놀이터에서 놀기도 꼭 아이의 일정에 추가해 주세요. 아이들의 창의력뿐만 아니라 사회성, 여유로운 성격까지 어디 가서나 사랑받는 아이들로 자랄 것입니다.      


넷째, 영어 공부 또한 학원이 아닌 집에서 아이 단계에 맞는 영어책 한 권 사서 아이와 함께 매일 영어책 CD 듣고 따라 말하고 세 장씩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5~10분 정도) 집에서 넷플릭스 혹은 영어 만화 DVD를 통해 영어 실컷 듣게 하고 파닉스든 리딩이든 좋은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책 중에 한 권 골라 시작해도 됩니다. 부모님만큼 내 아이에 관심이 많고 애정이 많은 사람은 없습니다. 학원 대신 부모님의 30분 아이에게 투자해 주세요. 하루 한 장이 우습지만 매일 쌓이면 두 달 정도면 책 한 권을 끝냅니다.      


다섯째, 아이들에게 빈시간을 허락해 주세요.(핸드폰이나 전자기기 없는) 이미 채워진 학원으로 이미 색칠된 도화지에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할 시간을 주세요. 그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풍부한 생각을 통해 아이들은 공룡이면 공룡, 한자면 한자, 자신이 궁금한 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때 책을 통해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통해 (그리고 혹은 인터넷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는 희열을 느끼게 도와주세요. 걷는 사람 위에 뛰는 사람!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공부에 관해 나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꽉 짜인 학원을 다녀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아이로 자랄 것입니다. 그런 아이를 교실에서 몇 명 보았습니다. 2학년 또래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입체를 보고 만들고 상상하는 그 아이 또한 학원 하나 다니지 않는 대신에 궁금한 점을 책을 통해 해결할 시간을 많이 준 케이스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 모릅니다. 제 아이도 초등학교 때는 공룡학자가 되겠다고 해서 사고 싶은 각종 공룡 책을 다 사주었더니 중학생이 되어 이번에는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물리 학원을 보내달라고 조릅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할 때 보내주셔도 됩니다. 그때가 가장 공부하기 적절한 시간임을 기억해 주세요. 저는 초등학교 때 아이를 공부하는 학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좋아하는 야구를 실컷 하도록 야구 선수반을 보내주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할 때 나오는 창의력이 머릿속 다른 분야에도 연결되어 뻗어나갑니다. 아이들이 행복할 때 부모님들도 행복하고 이 사회가 건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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