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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Feb 17. 2022

아이들과 산행

네아이 키우기

요새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 모이는 행사가 줄어들고 가족끼리 모이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바깥공기 마시러 산책 삼아 산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여태까지 유치원생 아이들 데리고 산에 가기 부담스러웠는데 어느새 막내들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가게 되었다. 매번 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나 산은 우리를 반겨주듯 신선한 공기와 바람으로 맞이해 주고 산새와 다람쥐, 나무들까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느낌이 든다. 한 번은 둘째가 학교에서 각 가정마다 특색 있는 일들을 적으라고 했더니 "우리 가족은 산에 자주 간다."라고 쓴 학습지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그 밑에 아이들의 코멘트로 '산에 자주 가서 부럽다.' '건강한 가족이다.' 등등이 적혀 있었다.


나의 산행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다.  일요일이면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관악산에 올라갔다. 꼭대기에서 야호 한번 외치고 내려와서 먹은 선짓국 맛과 개운함은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이제 친정아버지는 산에 가지 못하시는 나이가 되셨다. 몸이 편찮으신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드셔서 무릎과 관절에 무리가 가서 이젠 올라가지 못하신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다람쥐처럼 날래게 뛰어다니던 내게 아버지는 든든함과 언제나 지켜주실 것 같은 보호자셨는데 이제는 내가 네 아이들의 지킴이, 보호자가 되었다.  


한 번은 산행에 대해 어머니께 여쭤 보았다.

"엄마, 왜 내가 어렸을 때 산에 그렇게 데리고 가셨어요?"

친정어머니께서 쿨하게 대답하셨다.

"돈이 없어서 갈 곳이 산 밖에 없었어. "

나는 한참을 웃었다. 무슨 기대를 하고 있었을까?

생태 교육 아니면 체력 훈련 등등 나는 이런 말들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친정어머니 말이 맞다. 그때 친정아버지께서 막 사업을 시작할 때라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도 어린 시절 산에 데리고 다녀줘서 참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껏 놀았던 기억, 산과 들로 뛰어다니던 추억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씩 떠올라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이다.


 내 아이들이 커서 '그래! 어렸을 때 엄마가 그렇게 산에 데리고 다니셨지. '

'산에서 마시던 공기가 참 좋았어.' 하고 추억할 날이 오겠지 하면서

나는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아이들과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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