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교무실에 내려가기 전에
실무사님께
“오늘의 날씨는 어떤가요?”
꼭 여쭤보고 내려갔다.
실무사님께서 흐리다고 하시면 교무실에 안 내려가고 맑다고 하면 내려갔다. 날씨는 사실 교감선생님의 오늘 기분을 물어보는 우리들의 암호였다. 지금처럼 카톡이 있는 시대도 아니었고 들키지 않게 교감선생님의 기분을 파악하여 행동해야 했다.(실무사님과 교감선생님께서 같은 공간에 주로 교무실에 계신다)
그 당시 교감선생님의 권력은 막강하여 괴롭히시겠다고 마음 먹으시면 일폭탄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나 또한 딸 셋의 가운데 둘째이기에 눈치하나는 백단이었고 편한 학교 생활을 위해 일폭탄을 요리조리피해다녔다. 간혹 아파서 조퇴를 한다는 것 또한 교감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처리해야 했다. 그래서 교무실 날씨가 흐린 날은 조퇴는 꿈도 못 꾸었다.
그러던 학교가 세월이 지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한 몫하겠지만 이제는 교감선생님들께서 각반 담임 선생님들을 많이 도와주시고 공평하게 일을 나누어 주시려 노력하신다. 아파서 혹은 은행 일로 조퇴를 신청하는 것도 교감선생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교감선생님마다 다르시겠지만 지금 학교에 복직할 때 H교감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나를 포근히 안아주시는 듯한 말투와 표정에서 나오는 온화한 미소에 홀려 학교가 멀어도 이 학교를 선택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H교감선생님은 나의 복직을 응원하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학년 배정은 교감선생님이 주로 하신다)오랜만에 복직하고 처음 가게 된 2학년 선생님들의 조합이 환상이었음을 처음에는 몰랐다. 다 그런 줄 알다가 선생님인 친구들과 전화하며 나중에 알게 되었다. 2학년 선생님들은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학습지를 공유하셨고 수업 연구도 함께 해나갔다. 자주 모여서 학부모 민원 관련 일들을 동학년 회의 시간에 여쭈어 보고 바로바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손 내밀어 주신 H교감선생님! 학폭 관련 곤란한 전화를 받을 때도 괜찮다고 토닥토닥 위로해주시고 대신 전화를 받아주셨다. (화난 상태로 소리지르는 분들과 통화는 언제나 어렵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 가셨지만 H교감선생님은 지금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