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교과 선생님들은 대체로 임산부이거나 어린 자녀가 있거나 몸이 좀 안 좋으시거나 신규이거나 뭐 그런 경우가 많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다들 부장회의(부장선생님들과 교장•교감선생님들과 매주 목요일 3시에 1시간 정도 하는 회의)에 들어가기를 꺼려하시는데 내가 있는 동안 교과선생님들 대신에 교과 대표로 부장회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말하는 것은 쉽고 책임지는 일은 어렵다. 일주일마다 목요일 3시 부장회의 시간에 들어가면서 나는 왜 나의 발등을 찍었나 생각해 보고는 한다. 어찌 보면 오지랖이고 회의 들어간다고 돈 한 푼 더 들어오지 않은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건 나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나란 사람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며 누구도 나를 떠밀지 않았으나 나 스스로가 하고 싶어 정한 일이다. 나이 들수록 나잇값은 꼭 하고 싶은 마음, 젊은 사람들을 품어주고 싶은 마음, 할 수 있는 일은 해 주고 싶은 자존심의 결정체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