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자의 삼촌과 결혼했다
나의 제자이자 조카에게
결혼을 앞두고 망설이는 너를 보며 옛날의 내가 떠올랐어.
젊은 시절의 나는 찬란하게 빛나는 꽃과 같고 아름다웠지. 이제는 40대 중반이 되어 흰머리가 점점 생겨나고 배가 뚱뚱해졌으며 심지어 살이 쪄서 눈꺼풀조차 통통해져서 내려가. 현실적인 나를 적나라하게 보게 된 것은 최근의 여권 사진이었어. 이건 내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싶은데 옆에서 너의 삼촌(내 남편)이 말해. 아직도 예쁘다고 말이야.
물론 너의 삼촌이 집안일 안 도와주고 힘들 때도 많았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자기 자신 밖에 모른다’고 불평하는 날들도 있었지. 그래도 아직도 예쁘다고 하는 그 말에 그리고 아이 넷 낳고 멋진 날들을 선물해 준 것이 고마워서 퉁치고 살기로 했지.
어제 젊은 날의 숙모가 어떻게 삼촌의 잠재력을 믿었는지 물었지? 나도 내 일이 있고 삼촌도 그렇고 미래가 불안하진 않았어. 그러나 남편을 보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내가 바다 한가운데 있다 해도 삼촌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건너올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을 때야. 그런 마음이 언제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어. 내가 아프다고 해서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 늙어서 변해 버린 내 모습조차 아껴 주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믿음은 그대로야.
다만 아쉬운 것은 삼촌이 결혼을 서둘러서 끌려가다시피 결혼을 했다는 거야. 결혼할 마음먹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기더라. 끌리는 마음에 결혼도 생각했겠지만 (그 사람이 실망하더라도) 주저되는 마음 또한 남편 될 사람과 터놓고 이야기해 봐. 너의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남편의 멋진 모습만 보길 원하겠지만 삶이란 것은 늘 그렇지 않더라. 너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도 보여줄 줄 알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남자친구의 행동 또한 겪어 보아야 해. 끊임없이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겠지만 완전히 망설임을 끝내고 결혼 시기도 마음이 완전히 정해 졌을 때 멋지게 결혼하렴. 할까 말까 고민하는 상태에서 끌려 끌려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이제 다시 하는 결혼은 없겠지만 나도 젊은 날의 나로 돌아간다면 이 사람이 맞다 싶으면 날짜도 내가 먼저 정하고 두려움 없이 나갈 것 같아.
겪어 보니 결혼은 마치 롤러코스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해. 그러나 잠시 혼란스러운 시기(상견례, 결혼식, 신혼여행, 시댁 인사 등등)가 지나면 롤러코스터를 탄 후 원래대로 땅에 내려오듯이 그냥 평소처럼 살던 삶을 유지하게 될 거야.
사실 숙모는 젊은 시절 결혼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아. 백마 탄 왕자님이 혹은 평범한 나를 구원해 줄 재벌을 상상했는지도 몰라. 그러나 현실은 결혼을 통해 평생 함께 할 동반자 혹은 친구를 얻게 되는 거야.
그리고 결혼의 장점이라면 이 사람 만날까 저 사람 만날까 고민하며 버려지는 시간 낭비가 없다는 것이지. 결혼을 하고 이 한 사람에게 잘하고 집중하면 되니까 안정적이고 좋더라. 빨리 결혼한 덕분에 보물 같은 아이 넷도 얻었고 말이야.
나는 돌고 돌아서 헤매고 헤맨 끝에 알게 되었지만 결혼을 앞두고 망설이는 너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
너를 사랑하는 선생님이자 외숙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