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께서 금요일 저녁에 내일 김치를 같이 만들자고 하셔서 토요일 아침 늦은 식사를 하고 배추 세 포기와 무 다섯 개 그리고 깐 마늘을 샀다. 이때가 11시였다. 배추와 무가 무거워 배달을 신청했더니 12시에 왔다. 그러나 오신다던 친정어머니는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시고 배추를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혼자 백종원 유튜브 영상을 통해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백종원 씨는 쓱쓱 순식간에 하는 것 같은데 처음 김치를 만들어 보는 나는 배추 썰고 정리하는데 (소금물에 배추 절이기) 한참 걸리고 양념 만드는데 또 한 시간 그렇게 세네 시간을 고군분투했다. (배추 정리하고 나온 우거지 거리도 싹 삶아 냉동실에 넣었다.)
양념의 순서는 이랬다. 믹서기에 물과 밥을 함께 갈고 살짝 끓여 물풀을 만든다. 거기에 고춧가루 넣어 불리고 다진 마늘 넣고 그리고 무를 채칼에 썰어 넣었다. (무를 채칼에 넣고 쓱쓱 자르기 시작하는데 무 한 개 그리고 두 개째부터는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하고 있었는데 같이 목욕탕 가기로 한 동생이 아기와 함께 왔다. (이때가 4시였다) 백종원 아저씨는 반나절 정도 (6시간 정도)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라고 하셔서 (다녀와서 하면 딱 시간이 맞을 것 같아) 우리는 소금물에 절인 배추와 양념을 두고 일단 목욕탕에 갔다.
갔다 오니 웬걸! 친정머어머니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우리 집에 오셨다가 일을 다 마치지 않고 목욕탕에 가버린 우리 자매를 한심해하시며 이미 김치를 만들어 놓으셨다. (집에 있던 둘째 아이가 전해주었다. 할머니가 화가 많이 나셨었다고…)
버무리면 끝인데 마무리를 못하긴 했지만
이번에 김치를 만들며 처음 알았다.
세포기도 쉽지 않은 노동의 과정인 것을…
(그동안 김치를 해주신 친정어머니의 노동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십 년 전 스위스에서 아기 낳고 살 때
근처 사는 집사님들이 김치를 대신해 주시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었는데
이번 여름에 스위스 가면
김치를 많이 만들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엔 내 차례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김치를 혼자 (혹은 둘이서) 만들어 보았다.
(자꾸 미루게 되는 김치 만들기에 도전해 보라는 친정어머니의 큰 그림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