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다시 장미정원에 갔습니다. 또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혼혈 한국인 같은 꼬마 여자 아이가 놀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아이에게 잘 말 걸지 않는데 (혹시나 부모님께서 안 계실 때는 오해하실까 싶어) 내가 앉은 벤치에 아이가 와서 종달새처럼 독일어로 샬라샬라 말을 겁니다. 그래서 독일어로 “내가 독일어를 잘 못해서 영어로 말해 줄 수 있니?”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한숨을 푹 쉬며 자기는 독일어와 한국어 밖에 못한다고 합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한국어로 아이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아이는 6살이고 자기 이름은 안나(가명)라고 하네요)
아이는 스위스 다른 도시에 사는데 예전에 베른에서도 살았다고 합니다. 엄마랑 할머니가 잠시 차 마시는 동안에 자기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며 재잘재잘 한국어로 말하는데 샘물이 또롱또롱 떨어지는 듯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의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간 이야기, 한국에 가면 부산에 간다는 이야기, 자기는 신비 아파트를 좋아하는데 엄마가 안 보여주신다는 이야기까지 제가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이 아이는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한참을 이야기 나누는데 아이의 엄마가 다가옵니다.
아이가 아쉬워해서 연락처를 주려고 하는데 안나 엄마에게는 제가 모르는 사람이니 떠나가기 바쁩니다. 아이와 인사를 하고 떠나보내는데 아이와 나눈 대화가 종달새 같던 아이가 잊혀지지 않네요. 왠지 또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