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이케아에 갔다가 박물관 이어서 우연히 간 베른 축제장에서 공연을 보았다. 남색 반바지와 남색과 흰색 스트라이프 티를 입은 남자와 여자 둘이서 기다란 봉을 들고 공연을 했다. 별다른 말 없이 녹음된 음악과 연출된 소리만으로 몸으로 표현을 하는데 다져진 몸에서 표현되는 연출이 예술이었다. 굳이 주제라고 한다면 ‘배에서 떠나는 모험’ 정도 되겠다. 거친 파도 소리에 기다란 봉이 돛대가 되어 배를 바로 잡기 위해 남녀가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결국 바다에 빠져 물고기가 되어 헤엄치기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보물지도를 찾아 보물섬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확인하기 위해 남자가 든 기다란 봉 위로 여자가 돛대를 의미하는 봉 끝까지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클라이맥스였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모자를 돌리면서 마무리되었다.
첫 번째 공연을 보고 또다시 길을 찾다가 우연히 다음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두 명의 영국인 코미디언 아저씨들 공연이었다. 볼 5개 저글링을 선보이다가 외발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중간중간 관람객들을 무대로 불러 재밌는 농담을 곁들였다. 엄마인 나는 그때쯤 다리가 아파서 앉아 있었는데 아이들은 공연을 끝까지 보았다. 마지막으로는 희한한 그리고 화려한 발레복을 입고 공연이 끝났는데 영어를 완전히 이해 못 하는 아이들도 깔깔 거리며 끝까지 공연을 본 것을 보면 분명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빨간 책자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마도 시간대별로 프로그램이 적힌 버스커스 축제 안내 책자인 것 같아 안내부스에서 받으려고 했는데 20프랑이었다. 아마 이 책을 통해서 기부금이 되고 공연이 유지되는 듯했다. 과천에서 참여한 지역 축제는 시간대별로 프로그램이 적힌 안내 책자도 공짜, 나눠준 티셔츠도 공짜, 바닥에 낙서하는 분필도 공짜로 나눠주었는데 스위스에서는 거의 공짜가 없다. 그래도 내년에는 프로그램 안내 책자도 사고 책자를 사면 주는 리본도 손목에 끼고 축제를 돌아보고 싶다.
이번 축제는 목, 금, 토 삼일 중에 마지막날에 그리고 6시에 끝난다는데 거의 끝나는 시간에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축제는 주로 아이들이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 마지막주에 한다고 하니 방학의 마지막으로 축제를 즐기고 가을에 시작하는 한 학년을 활기차게 시작하려는 듯하다.
그리고 요새 카드를 써서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을 마음 놓고 보려면 현금을 어느 정도 들고 가야 한다. (이번에는 현금도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모자를 돌리는 그 타이밍에 현금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인들의 온전한 보수는 모자의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년 축제를 기다리며 다음 축제는 웰컴센터에서 안내 책자도 먼저 사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빨간색 동그라미에 별표하고 현금도 넉넉히 가져가서 볼 테다.
(구글에 buskers bern 2024 검색해서 한글 번역해서 보시면 관련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 축제는 2025년은 8월 7~ 9일 토요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