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온 지도 2주가 넘어간다. 베른의 멋진 구시가지도 웅대한 자연환경도 그 감흥이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 사 남매라서 아이들끼리 놀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떠나 와서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민들레를 통째로 뽑아 온 것과 같아 보인다. 뽑혀 온 뿌리가 마르지 않게 땅 속에 한 가닥의 실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 안간힘은 계속될 것 같다.
아는 이 하나 없고 동네 산책도 어제오늘 계속되고 야외 수영장에 갔다가 장미정원에 가고 학교 개학날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삼둥이들은 한국이었으면 태권도에 피아노에 이런저런 학원 다니며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어울려 놀았을 텐데~ 첫째 아이도 한번 나가면 도서관도 갔다가 친구들이랑 저녁 먹기도 하고 놀다가 11시가 되어야 돌아왔는데~ 이제는 우리 가족끼리 붙어 있어야 한다.
책도 읽다가 영화도 보았다가 산책도 하다가
점점 시간대별로 하는 일이 정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의 시간들도
뿌리가 암흑인 흙을 마주하는 시간이며
실뿌리가 아래로 뿌리내리려는 고귀한 시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아래로 내려간 만큼
땅 위로 올라갈 때
민들레를 꽃피울 때
기쁨이 클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