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라이프
아이들과 스키장에 갔다. (zweisimmen 역) 오늘은 아빠랑 같이 가서 강습( 초보 아이 2시간 - 37프랑/ 스키 타본 아이 2.5시간 - 43프랑/ 어른 2시간 -51프랑 )은 필요 없고 올라가는 리프트권을 사려는 데 남편이 생각보다 비싸다고 노발대발이다. 아니 이게 어찌 내 잘못인가? 학교에서 가면 리프트권이 28프랑인데 이 티켓은 강습도 받고 단체로 이용해서 싼 것 같았다. 한 번만 리프트를 이용하고 가겠다는 것을 기왕 온 거 오늘은 12시에 시작하는 오후권을 사고 실컷 타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카드로 긁어 주었다. (12시에서 5시 30분까지 리프트 어른 72프랑, 청소년 53프랑, 어린이 36프랑)
도착한 시간이 11시 정도여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일단 스키 타러 가면 실컷 타도록 든든히 먹고 가라고 했다. 아이들은 아이용 스파게티, 아빠랑 첫째는 돈가스 샌드위치, 나는 수프에 빵 다양하게 주문했다. 스위스 물가 치고는 9프랑에서 14프랑 사이의 메뉴라 생각보다 저렴했다. 12시가 넘자 아이들과 아빠는 스키를 타러 바로 올라갔다.
첫째는 삼둥이들이 타는 곳은 너무 평지 같다고 어려운 곳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아빠는 안된다고 했던 모양이다. 결국에 계속 같이 타고 내려오고를 반복했다. 나는 올라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중간에서 다시 한번 더 사람 태우고 또다시 올라간다고 했다. 맨 아래 리프트를 5번 정도 타고 올라갔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거의 5시까지 탔으니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올라가서 내려온 듯하다.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카페에서 일요일마다 연재를 올릴 박물관 글을 마무리 짓고 그동안 못 보았던 브런치 글들도 읽고 산책을 나섰다. 스키장 옆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사방 어디를 보아도 스위스 엽서에 나오는 풍경 같다. 한 달 전만 해도 허리가 아파서 고생했었는데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갔다. 한 시간이 좀 넘어서자 아이들 끝날 시간에는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내려오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째가 넘어졌는데 무릎을 다쳤는지 스키를 탈 수 없다고 했다. 그 이후 부리나케 내려갔다.
아까 그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둘째 둘이서 리베라 한잔 시켜서 마시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듯 보였다. 걸을 순 있지만 무릎에 충격이 크다기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남편을 보냈다. 그동안 첫째가 쌍둥이 동생을 챙기고 올라가 스키를 탔다. 막 놀리고 장난칠 때는 철이 없어 보이다가도 이럴 때는 첫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쌍둥이 둘은 최근 스키에 단단히 맛이 들어 아주 열심히 타고 있다.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스키 타러 가서 그런지 스키 실력이 꽤 늘었다. 결국 젊은 시절 스키를 잘 탔던 아빠가 스키 실력 꼴찌가 되었다.
아이들이 순서대로 내려가면 맨 뒤에 아빠가 천천히 내려온다. 누가 보호자인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임을 생각하며 내려오는 듯하다. 스키장에서는 어디를 가나 사고가 종종 일어나기도 하니까 아이들끼리만 보내기는 어쨌거나 껄끄러운데 그래도 아빠가 가주어 고마운 마음이다. 마음 졸이며 아래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