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입니다!

스위스 생존 요리

by 키다리쌤

요새 아이들과 흑백요리사 2를 재밌게 보고 있다. 참고로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은 요리 경연 대회를 가져와 요리하는 것을 살짝 보여주며 완성된 요리를 심사위원 안성재와 백종원이 먹어 보고 합격이면 “생존입니다.”라고 말을 해준다.


스위스에 처음 와서 힘들었던 것은 한국 음식을 사 먹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친정과 시댁에서 김치를 받아먹었고 일을 한다는 핑계로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비롯하여 국까지 편하게 사다 먹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김치부터 시작해서 동그랑땡, 잡채 그리고 식혜와 팥죽 등등 누가 대신 해서 파는 사람도 없다. 이 손으로 다 하는 수밖에~


365일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하고 또 돌아서면 밥하고

쳇바퀴 돌듯이 장보고 밥하고 치우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 생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요리는 포기할 수 없었고 한식에 길들여진 우리 가족은 스위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 마음을 바꾸는 방법 밖에 없어서 나 자신을 우리 집 요리사로 임명했다. 스위스에 요리사로 온 거라고 정하고 나니 마음이 그나마 정리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 싸고 아침 차려 주고 설거지하고 장보고 요리하는 단조로운 일상이 받아들여졌다.


나의 노동을 돈으로 환산해 보면 아침마다 싸는 도시락만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카페테리아에 신청 밥을 먹으면 한 끼에 15프랑 우리 집은 네 명이니 60프랑 한 달이면 20일 먹는다고 계산해도 1200프랑 한국 돈으로 아이들 점심 값으로 이백만 원이 넘게 든다.


거기에 스위스는 외식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해서 달걀프라이 얹어진 비빔밥이 31프랑에 음료까지 시키면 35프랑이 훨씬 넘어간다. (스위스에서는 비빔밥 시키면비빔밥 딱 하나만 나온다. 김치와 같은 반찬은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 한 끼에 6만 원이 넘으니 우리 식구 다 나가면 외식비가 30만 원 넘게 든다. 저녁마다 30만 원이라 치면 한 달에 30일로 치면 900만 원 집에서 요리하는 것만으로 1100만 원(점심 도시락값 포함) 값어치를 한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누가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1100만 원의 가계 비용을 아낀다 생각하며 오늘도 즐겁게 요리를 한다.


오늘 나의 요리에게도 “(우리 가족을 숨 쉬게 만드는 요리를 만들어) 생존입니다.”를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