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같은 졸로투른

by 키다리쌤

오늘은 졸로투른에 다녀왔어요. 예전에 남편과 한번 걸었었는데 도시가 너무 예뻐서 다시 오고 싶었는데 결국 왔어요. 혼자 기차 타고 가는 길! 안타깝게도 핸드폰 배터리가 20퍼센트예요. 떠나기 전 SBB사무실 직원으로부터 종이티켓을 발급받았어요. 요새는 핸드폰 앱으로 표를 사고 검표원에게 보여주는데 핸드폰이 꺼져 버리면 표를 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는 구글맵으로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오늘은 꺼지면 꺼지는 대로 도심의 거리를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갔어요.


무작정 와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니 성당(성 우르수스 대성당)이 나와요. 구글맵을 켜서 찾아가 보았는데 상상 그 이상이더라고요. 이렇게 멋진 성당이 있었나 감탄하며 성당 안을 세 바퀴를 돌았어요. 구글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스위스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손꼽히며 1762년에서 1773년까지 지어졌다고 해요.

화려한 바로크 양식 외관과 더불어 하얀 대리석으로 장식된 내부도 너무 아름다워요. 벽에도 꽤 수준 높은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누가 그렸는지 찾아보았어요. 이탈리아 화가로 나오네요. 성전화뿐만 아니라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그곳에도 훌륭한 그림이 있네요.


사실 스위스에서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성당을 들려 구경을 하고 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수수한 곳도 꽤 있었어요. 그러나 오늘의 성당은 예전에 보는 것과 다르게 반짝거리는 샹들리에, 고급진 파이프 오르간, 올록볼록 음각으로 표현되어 있는 벽면과 벽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듯한 아기천사, 더불어 빛이 찬란하게 들어오는 창까지 단연 스위스에서 최고인 것 같아요.


성당에서 나오니 벌써 12시가 거의 다 되어 맛집을 검색해 보니 창 타이 뷔페 레스토랑이 나와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찾아가 보았어요. 특유 소스에 버무려진 야채와 고기, 튀긴 만두 비슷한 음식 등등 제법 맛있었어요. 20.50프랑이었는데 배 두들기며 나왔어요. 음식이 맵지 않냐며 점원이 물으셨는데 한국인이라고 우리도 태국 못지않게 매운 음식 잘 먹는다고 하니 김치를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 하시네요. 진짜 이 맛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식당에서 맛본 김치맛을 따라 해 보았다고 하는데 요새 한국 음식의 인기가 대단해요.


배를 채웠으니 다시 발길 가는 대로 도심 거리를 걸어 보았어요. 우연히 걷다 보니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했어요. 어른 하루 티켓이 (할부 탁스 있는) 56프랑인데 패밀리 티켓이 99프랑이에요. 어른 2명에 아이 4명까지라고 하는데 딱 우리 집 가족 전용이네요. 다시 아이들이랑 유람선 타러 와야겠어요.


결국 핸드폰이 꺼지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서 마노르 백화점이 눈에 보여 들어갔는데 3층짜리 건물에 고객용 화장실이 없어요. 혹시 못 찾는 것 아닌가 싶어 점원에게 물어보니 경멸의 눈빛으로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요. 저 말고도 화장실 찾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역시 화장실은 돈 내고 가야 하는 스위스다워요.


발길을 돌려 카페 옆 화장실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요. 결국 5프랑 커피 한잔을 결제하고 화장실에 당당히 다녀왔어요. 사실 여기 오기 전 이동식 공공화장실에 잠깐 갔었는데 거기서는 도저히 볼일을 볼 수 없었어요. 여러 사람의 용변이 뻥 뚫린 변기 아래 흥건하게 고여 있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데 볼일을 보다가 아래 더러운 물이 몸에 다 튈 것 같았거든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털어 넣고 다시 길을 나섰지요. 내친김에 우연히 알게 된 개혁 교회까지 보고 왔어요. 돌아와는 길! 보물 같은 도시 구경했다는 뿌듯함에 일상에 매여 있던 마음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