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따라 걷는 산책길(슈피츠)

by 키다리쌤

역시 오늘도 혼자 왔어요. 아침 일찍 영어 수업 듣고 떠나는 길 아쉽게도 핸드폰 배터리가 또 간당간당이에요. 저번처럼 SBB사무실에 들러 종이 기차 티켓을 받기로 하고 슈피츠로 떠났죠. 슈피츠에 도착해서 어디를 가야 하나 검색해 보니 바로 Rundwanderweg 이렇게 나오네요. 요새 배우고 있는 독일어를 떠올려 보면 직역해서 동그란 산책길! 아마 크게 돌아 제자리로 오는 길 같았어요. (때로는 독일어 배운 것이 참 유용해요.) 그래서 산책길을 구글에 찾았더니 호수 근처로 안내하네요. 조금 떨어진 곳에 툰 호수가 보여요.

호수가 보이는 산책로를 걸었어요

이제 날씨가 풀려 봄처럼 따뜻해요.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레스토랑에 들어갈 필요가 없지요. 추운 겨울날에는 밖에서 먹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점심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가지만요. 햇볕이 좋고 호수 경치가 멋져 보여 미그로에 들어가 샌드위치 하나 사서 나왔어요. 호수를 보며 먹으려고요.

호수 근처 산책길로 내려와 보니 걷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저처럼 아이가 넷인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도 있고요. 연인들도 보이고 호수 산책길 중간 그릴 장소에서 소시지 구워 먹는 아이들과 가족들도 있었어요. 샌드위치 하나 먹고 한참 걸어 배가 꺼질 때쯤 아이가 소시지 남았다고 주네요. 밖에서 구워 먹는 소시지는 집에서 먹을 때보다 왜 더 맛있는 걸까요?

한 시간쯤 걸었을까요? 이제 동그라미를 따라가면 산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서 왔던 호숫길을 되짚어가기로 했어요. 가는 산책로마다 의자가 꽤 많이 있었는데 의자마다 명언이 적혀 있었어요. 독일어로 하나하나 읽어보며 의미를 되새겼어요. 모르는 단어들은 구글로 찾아보고요. (왼쪽 의자) 녹색이 전부는 아니지만 녹색이 없다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른쪽 의자) 여성의 마음은 우리의 생각을 보관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다.

한 커플도 저와 같이 명언을 읽으면서 지나가다가 오른쪽 의자 앞에서 진짜 맞지 않냐며 눈빛을 교환하네요. 저도 진짜 마음에 드는 명언은 두고두고 읽어 보려고 사진을 찍어 왔어요. 호수도 멋지고 알프스 산맥들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나무들도 가지를 쭉 뻗어 산책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느낌이에요.

혼자 미그로 샌드위치 먹으며 호숫가 산책로를 서너 시간 걷다가 왔는데 왜 쳇바퀴 돌듯 산 일주일의 삶이 보상받는 기분일까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