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화분

by 키다리쌤

내가 머무는 교실에 꽃화분을 하나 들여다 놓았다.


아이들 선물로 나누어 주시고 남은 화분을 동학년 선생님께 하나 받아 하얀색 빈 화분에 냉큼 심어 놓았더니 떡 하니 자기 자리를 잡고 들어가 원래부터 그리고 한참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빛을 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여기저기 꽃망울이 있었다. 어떻게 이런 화분이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하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좋아보이는 화분은 꽃이 많은 화분, 화사한 것들이었나 보다. 이 화분은 꽃은 하나 밖에 피지 않고 나머지는 꽃망울로만 남아 있어 운 좋게도 나에게 온 것 같았다. 사실 나는 꽃망울이 많은 화분이 더 좋다. 꽃이 하나하나 열릴 때마다 미술관에서 유명한 명화를 본 것처럼 감탄을 하곤 하니 말이다. "우아우아 오늘 하나 더 피었다!" " 오늘은 저기 꽃이 피었네!" 하며 꽃 화분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꽃을 피워줘서 나에게 기쁨을 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앞으로 기뻐할 나날들이 기대가 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작년에 우연히 받은 제라늄 꽃화분 덕분이었다. 말 없는 화분이지만 이 아이가 나를 이렇게 기쁘게 할 줄이야! 작년에 제라늄을 키우면서 실감했었다. 같이 대화할 순 없지만 피는 꽃으로 자라는 잎으로 꽃화분은 나와 대화를 하는 듯했다. 한해에 한번 꽃을 피워도 매우 기쁜 것을 그 제라늄 화분은 두번이나 꽃을 피워 기뻐하는 날들이 매우 길어졌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제라늄 화분과 이별을 하게 된 것은 그 해 겨울 방학에 화분을 학교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화장실 앞에 두면 학교 여사님이 물주신다기에 두고 갔지만 나의 제라늄 화분은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 겨울이 되면 나는 나의 꽃화분을 집으로 모셔올 생각이다. (나의 반려 식물) 말 없는 꽃화분이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집에서 따뜻하게 지내게 하면서 꽃을 피워내는 것을 두고 두고 볼 마음이다. 꽃 화분도 내게 이렇게 기쁨을 주는데 자라는 아이들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할까? 물론 아이들로 인해 고민하고 힘들 때마다 얼마나 나도 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을까? 번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피워내는 꽃들로 인해 버텨낼 것이다. 꽃화분도 이렇게 기쁨을 주는데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꽃을 어떻게 비교할까!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낼 것을 믿으며 기대하며 물주고 바라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