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재즈 아티스트, 벤 매튜스

누군가에게 간절히 알리고 싶었던

by 고그

우리 가족은 저마다의 개성적인 노래 취향이 있다. 록을 좋아하는 아빠, 발라드를 좋아하는 엄마, 제이팝과 애니 OST를 좋아하는 내 동생까지. 한 가족이지만 노래 취향은 은근 다른 구석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차 안에서 무슨 노래를 들을지 다툼이 일어나는 등 곤란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세명은 대중가요나 발라드는 대강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나는 그것마저도 시큰둥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듣는 노래를 가족에게 강요하면 셋 다 시큰둥하고 나만 즐거운 대참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분쟁이 발생하면 조용히 양보해 주는 편이다.


이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 장르를 밝히자면, 나는 재즈를 정말 좋아한다. 솔직히 말해서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재즈라는 장르를 정말 흠모한다. 어느 정도냐면, 한때 내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기 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발표하는 음악 수행평가가 있었는데, 그때 자신 있게 재즈에 관한 PPT를 만들어 반 애들 앞에서 발표했을 정도로 나는 재즈라는 장르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나는 "재즈만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음악 취향은 정말이지 까다로워서, 몇몇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예외적인 몇 곡을 제외하면 다른 웬만한 음악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심지어 그마저도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들을 뿐, 일상적으로 듣는 곡은 재즈, 그것도 벤 매튜스(Ben Matthews)가 지은 곡들 뿐이다.


벤 매튜스는 내가 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푹 빠지게 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예전에 '디스 이즈 더 폴리스'(This Is The Police)라는 비디오 게임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게임에선 플레이어는 경찰서장이 되어, 경찰서장 업무를 하기 전 날마다 배경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데, 거기서 골라 들을 수 있는 곡들 대부분이 재즈 음악이었고, 그 곡들 중 벤 매튜스의 음악도 몇 개 끼어 있었다. 그리고 이게, 내가 '벤 메튜스'라는 재즈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계기이다.


가끔씩, 나는 그때 내가 그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랬더라면 벤 매튜스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고, 내 삶의 질은 지금보다 한 3배는 낮아졌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왜 내가 이토록 그 사람의 음악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런 사람들은 밴 메튜스의 음악을 안 들어봐서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직접 들어보면 얼마나 그의 음악이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게 된 분들께 벤 매튜스의 곡들 중 총 3곡을 내 감상평과 함께 추천해 보려고 한다.

그러니 바쁘지 않다면 부디 들어봤으면 좋겠다.




1. Joshikihazure No Kami


https://youtu.be/Qtsm49DGJkU?si=T6P-kAruy2aUqWmH


첫 번째 곡은 "Joshikihazure No Kami"라는 곡이다. 제목은 일본어를 영어로 음차 한 모습인데, 번역하면 "상식을 벗어난 신"정도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 곡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쉴틈을 주지 않는 즉흥적인 색소폰 연주다. 정말이지 숨 막히고 어지러운 색소폰 연주가 중후반 피아노 독주를 제외하면 거의 곡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데, 이러한 색소폰 연주를 들을 때면 마치 하루하루 어질어질한 일들을 처리하는 내 인생 같아서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다.


2. A Vehemence Unseen


https://youtu.be/Ssw7jrP7PTY?si=U4B49vfUCi4JYPql


두 번째 곡은 "A Vehemence Unseen"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숨겨진 격렬함" 또는 "전례 없던 격렬함"정도 된다.


이 곡의 매력 포인트는 우울한 분위기와 잔잔하면서도 격렬한 멜로디이다. 분명히 어느 악기도 격렬하게 연주하지 않았는데 웅장하면서도 격렬함이 느껴지는 게 정말이지 신기한 곡인 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들을 때면 마치 불의를 견디다 못해 지친 사람이 결국 폭발해 모든 불의를 폭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내가 우울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자주 듣는 곡이다.


3. One For My Love


https://youtu.be/qPM6E1031JM?si=ikveRyBNYedzDG5D


마지막 곡은 "One For My Love"라는 곡으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내 사랑을 위한 것"정도의 뜻이 된다.


이 곡의 매력 포인트는 마치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듯 연주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피아노 독주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들을 때면 마음이 많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아서, 주로 화가 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자주 듣는 곡이다.


이렇게 3곡을 추천해 봤는데, 솔직히 벤 매튜스의 곡은 특유의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있어서 호불호가 꽤 갈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처럼 취향에 맞으면 정말이지 광적으로 좋아할 수도 있는 아티스트인 거 같다. 실제로 나는 아직도 매일 검정고시 학원에 일찍 가서 밴 매튜스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심지어는 운동할 때도 듣는다. 누가 운동할 때 재즈 음악을 들으리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나는 정말이지 좋아하는 아티스트지만, 벤 매튜스는 썩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에 그가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마치 나라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우울함에 빠져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언젠간 다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는다. 최근에 나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 방문하여 나를 그의 한국인 팬이라고 밝히고, 그의 노래가 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놀랍게도 그가 답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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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처럼 계속 그의 음악만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음악 취향이 괴팍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부턴 멜론 차트 100위권에 드는 대중적인 노래도 한 번씩 들어보면서 음악 취향을 조금은 바꿔보려고 한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조차도 왜 내가 재즈 음악, 그것도 벤 매튜스라는 아티스트의 곡들만을 광적으로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또래들은 유행하는 곡이나 발라드만 주야장천 듣는 와중에 나만 이러니까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긴 하다. 특히 노래방이라도 갔을 땐 부를 곡이 없어서 친구들이 부르는 곡만 듣고 온 적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내가 벤 매튜스의 1등 팬임은 확정되었으니 한편으로는 내가 자랑스럽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만큼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니까 슬프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만약 내 추천곡을 들어봤는데 취향에 맞다면, 부디 나처럼 그의 팬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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