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0시 축제에서의 봉사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봉사

by 고그

그날은 완전히 지옥이었다. 한여름인 8월의 태양은 안 그래도 찜통이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가 지날수록 더 더워진 탓에 그야말로 푹푹 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봉사를 가기 전에도 걱정되었던 부분이 이거였다. 나에게 있어서 여름이라는 계절은 정말 상성이 안 맞는 계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더위를 잘 타고 땀을 잘 흘리는 탓에, 여름이 되면 내가 입은 옷은 항상 땀에 젖어있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항상 정장같이 포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곤란하기 짝이 없는 계절이다.


아니나 다를까, 봉사를 하기 전 대전광역시 시청에서 열린 0시 축제 봉사자 발대식에 갔을 때는 물론이고, 봉사를 갔을 때에도, 나는 셔츠에 넥타이를 입고 갔다. 발대식은 에어컨이 틀어진 시청 강당 내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 뙤약볕에서 봉사를 하는데 그런 옷차림으로 간 건 매우 부적절하고 이상한 행동이었던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봉사를 갔을 때 봉사를 하러 온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은 매우 캐주얼했기 때문이다.


봉사를 가기 전 참석한 발대식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그날은 굉장히 다양한 단체에 소속된 봉사자분들이 발대식에 참석하였다. 얼마나 사람이 많았는지, 규모가 꽤 커 보였던 대전시청 강당이 완전히 꽉 찰 정도였다.


새마을회, 대한적십자사, 자율방범대 등 많이 알려진 단체들부터 내가 난생처음 들어본 단체들까지, 정말이지 많은 봉사단체들이 그날 열린 발대식에 참석했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많은 단체들이 대전시 구석구석에 존재한다는 게 놀라웠기 때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0시 축제를 위해 무급으로 일해 주시는 사람들이 많으니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귀빈 소개와 시장님의 격려 인사가 대부분이었던 발대식이 끝난 후, 나와 같은 1365로 봉사를 지원한 사람들은 추가로 발대식 겸 교육이 있었다. 내가 지원한 봉사 활동은 '물결운동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거였는데, 솔직히 봉사를 신청할 때만 해도 물결운동 홍보 부스가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으나, 이 교육을 들으면서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물결운동'이라는 건 마치 물결이 사방으로 퍼지듯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물결처럼 퍼지는 걸 장려하는 운동이었고, 내가 맡은 봉사활동은 그 '물결운동'을 홍보하는 부스를 말 그대로 운영하는 거였다. 이외에도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안전 수칙이나 에티켓들을 교육받았는데, 매우 간단한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봉사 당일이 되어 오후 1시에 간 0시 축제는 은근 사람이 많이 없었다. 아무래도 햇볕이 내리쬐는 뙤약볕에서 축제를 즐기기보단, 차라리 밤에 오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는 물결운동 운영 부스를 찾아서 봉사를 왔다고 말했다. 곧이어 나같이 봉사를 하러 온 사람 세 분이 모였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 한분이 인사를 하시며 역할 분담을 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풍선을 제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맡은 바에 열심히 임했다. 나는 풍선을 불어주는 기계에 연신 풍선을 끼우며 풍선을 제조했고, 나머지 세 분도 지나가는 사람들께 풍선을 나눠드리며 홍보를 했다. 공무원분들도 어느 분 할 거 없이 일을 거들어 주셨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탈진할 거 같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음료와 간식이 무한 제공이었다. 우리는 목이 마를 때마다 아이스박스에 준비된 음료수를 꺼내 마셨는데, 만약 음료수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열사병에 걸렸을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니 사람들이 꽤 많이 지나갔다. 내가 만든 풍선을 타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이었다. 부스 앞 포토존도 붐볐는데, 사진을 찍고 설문조사를 하면 그 자리에서 복숭아 아이스티를 드리는 이벤트를 했기 때문이었다. 복숭아 아이스티를 제조하는 것도 어느 봉사단체가 맡아 주셨는데, 정황상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도 그 봉사단체가 준비하신 거 같았다.


그렇게 중간중간 일하다 보면 담당 공무원분께서 10분씩 쉬고 오라고 하실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0시 축제에서 뭐가 있는지 둘러보고 다녔다.

사실 나는 작년에도 가족들과 함께 0시 축제에 갔는데, 이번 축제도 나름 즐길 만해 보였다. 비록 0시 축제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고, 여러 구설수가 있지만 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음에 만약 0시 축제가 열린다면 제발 여름만은 피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같은 사람들은 더워서 축제를 즐길 염두가 안 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쉬고를 반복하니, 총 4시간의 봉사가 마무리되었다. 나와 봉사하러 오신 분들은 담당 공무원분들의 감사 인사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왔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서둘러 씻는 거였다. 안 그래도 봉사가 끝났을 때부터 나는 거의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사실 이번 봉사는 날씨만 그랬지, 막상 봉사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 4시간 동안 오로지 내가 했던 거라곤 풍선 불기랑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잠깐 풍선 나눠주기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뿌듯함을 느껴도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 때문에, 이때 한 봉사는 개인적으로 내가 한 봉사 중 가장 힘든 봉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한번 글로 써보게 되었다.


사실 좋은 점보단 아쉬웠던 점이 많은 봉사였다. 우선 안 그래도 더운 그 날씨에 굳이 셔츠와 넥타이라는 이상한 복장을 입고 간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건 내가 너무 덩치가 커서 대전시에서 봉사자들을 위해 준비한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 거기 있던 사람들은 돼지처럼 살이나 찐 주제에 이상한 복장까지 입고 온 나를 사회적 부적응자 내지는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이지 지금도 부끄러워 미쳐 버릴 것만 같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점은, 비는 안 왔다는 것이었다. 비라도 왔으면 더운 건 그대로인데 거기에 습도까지 더해졌을 거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람들도 안 왔을 거니까 말이다. 그렇게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보람마저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생겼더라면 정말이지 끔찍했을 것이다.


그렇게 0시 축제에서의 봉사 이후, 나는 가을에 봉사 몇 개를 더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내 적성과 능력에 맞는 봉사를 하면 어떨까?"

그렇게 내가 하게 된 봉사가 바로 빵 봉사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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