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인의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영화<아이엠 샘> 리뷰
허지웅, 『최소한의 이웃』, 김영사,2022, p.122
“우리는 장애인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 따로 격리되고 분리되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수필 모음집 『최소한의 이웃』(허지웅, 2022)은 최소한의 이웃으로서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더불어 ‘다른 것’을 배척하는 한국인들의 특징 탓에 더욱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장애인에 대한 태도에 관한 의문은 던진다. ‘병신’, ‘장애자’, ‘장애우’, 장애인‘ 표현은 순화되고 바뀌었지만, 우리의 인식은 과거와 크게 바뀌었을까? 영화 <아이 엠 샘> 또한 우리에게 최소한의 이웃으로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질문과 메시지를 선사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커피숍에서 일하는 ‘샘 도슨’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는 7세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지만, 친절하며 사랑받는 이웃이다. 주변 사람들도 그를 배척하지 않고 포용한다. 이러한 샘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이 하나 있다. 1967년 발매한 비틀즈의 8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인 ‘Lucy In She Sky With Diamond’에서 이름을 따온 ‘루시 다이아몬드 도슨’이다. 샘은 루시를 최선을 다해 키워내고 루시도 샘의 노력에 부응하듯 똑똑한 아이로 자란다. 둘은 서로 무척 사랑하며 의지하는 ‘가족’이다. 하지만 루시가 7살이 되자 루시의 학업 능력이 샘의 지적 능력을 능가하며 문제가 생긴다. 사회복지기관 전문가들은 샘의 부양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며, 샘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 ‘리타 해리슨’과, 샘의 이웃이자 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애니 카셀’의 도움으로 재판을 치르는 것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이다.
딸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샘도, 샘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회복지기관 전문가들의 의견도 모두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다. 영화에서 악역은 없다. 반면 정답도 없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 루시의 양부모들인데, 루시의 양부모들은 객관적으로 매우 좋은 사람들이다. 위탁 아동인 루시를 정말 사랑해주고, 잘 키우려 노력한다. 하지만 샘과 루시의 관계에서 본다면 그들은 장애물이다. 영화는 이러한 딜레마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더한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이와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서사의 부분은 <아이 엠 샘>이 깊이를 더해준다. 영화의 후반부, 양부모가 샘의 진심 어린 사랑을 깨닫고 루시의 양육권을 양보할 때 샘이 루시의 양부모에게 함께 루시를 키워주는 또 다른 부모가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도 이를 강조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아이 엠 샘>을 참 좋아한다. 장애인을 앞세워 관객의 눈물을 짜내거나 불쌍한 인물로 한정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성장을, 그저 장애를 가진 평범한 우리의 이웃의 이야기를 그려냈기에 이 영화만의 울림이 있다.
2020년 서울 한 마트에서 마트 매니저가 훈련 중인 ‘예비 장애인 안내견’의 매장 출입을 막아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3년 뒤, 글을 쓰고 있는 오늘(2023년 4월 28) 개최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장애를 가지고 계신 연극배우 ‘하지성’씨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비’씨가 각각 연기상과 대상을 수상했다. 장애인 배우와 장애인을 연기한 배우의 수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3년 사이 우리의 세상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태도의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것일까? 장애를 혐오하지 않고 인정하는 세상이 오늘 것일까? 정말 그러한 변화가 있었길, 보다 장애인들이 살기에 수월한 세상이 오길, 나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