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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Jan 12. 2019

딸기 판세를 뒤집다! 국산 품종 '설향'의 위엄

“한국 딸기 뿌리는 일본 품종이다” (사이토 겐 일본 농림수산상, 2018년 3월 국무회의 발언)


시작부터 웬 망언인가 싶죠? 지난해 사이토 겐 일본 농림수산상이 한 말입니다.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 컬링 대표팀 선수가 한국산 딸기에 대해 극찬을 하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죠. ‘설향’을 두고 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산 딸기를 먹는 일본 여자 컬링팀. (출처=NHK 방송 캡처)


설향은 2005년 충남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딸기 품종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 중인 딸기의 80%가 설향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설향 81.3%, 장희 6.1%, 죽향 5.9%, 매향 2.5%, 육보 1.3%, 싼타 1.1%가 재배됐습니다. 이외 품종들은 1.8%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먹는 딸기 대부분이 설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딸기에 있어서는 국산 품종이 대세입니다만, 설향이 나오기 전인 2005년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일본 품종인 '육보(레드펄)'와 '장희(아키히메)'가 전체 국내 시장의 90%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국산 품종인 '매향'은 재배비율이 9.2%에 불과했습니다.


상황이 역전된 데는 역설적이게도 일본이 있었습니다.


딸기 '설향'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합니다. UPOV는 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정부간 기구입니다. 여기에 가입하면 외국산 품종 재배에 따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일본도 우리에게 딸기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한국측이 부담할 로열티는 36억원에 달했습니다.


한국이 ‘딸기품종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매향’ ‘만향’ 등 국산 품종이 잇달아 나왔는데 특히 설향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설향은 일본의 딸기 품종인 장희와 육보의 인공교배로 탄생했습니다. 열매가 많이 맺히는 장희의 특징에 병충해에 강한 육보의 장점이 더해졌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가 한결 편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품질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설향 재배 비율은 2007년 28.6%로 시작해 2009년 51.8%, 2014년 78.4%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로써 국산 품종 보급률은 오늘날 90%대까지 증가하게 된 것이죠.



국산딸기 품종의 우수성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산 딸기는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로 연간 4000만 달러(약 453억 원) 이상 수출되고 있습니다.



연도별 국내 딸기국산품종 재배비율 (출처 국립종자원)
농민신문 2007년 11월 7일자 기사.


일본측 주장이 틀렸다고 보는 이유



앞서 언급한 일본 농림수산상 발언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일본 넷우익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한국이 일본 딸기를 훔쳤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설향이 일본 품종을 교배해서 탄생한 것은 맞지만, 엄연한 우리 품종입니다. 신품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품종과는 다른 구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설향은 흰가루병 저항성이 강한 등 장희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립종자원이 진행한 품종보호등록 때 장희와 14개 특성에서 구별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품종의 기원을 따지기 시작하면 일본도 그닥 할말은 없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는 남미에서 유래했습니다. 남미의 한 야생종이 우연한 교잡과 인위적인 개량 등을 거쳐 오늘 날의 딸기에 이르게 된 것이죠. 일본의 딸기도 19세기 말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가져온 종자를 바탕으로 육종된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오리지날’은 없습니다. 농산물 품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나온 딸기 신품종은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설향이 너무 잘나간다는 겁니다. 



품종이 하나로 쏠리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농가 입장에선 출하시기가 몰려 농산물을 제값에 받기 어려워집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맛과 모양의 딸기를 즐길 기회를 놓치게 되죠. 품종의 획일화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 차원에서도 부정적입니다. 1845~1850년에 일어난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은 단일 품종에 의존했던 것이 화근이 됐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농촌진흥청, 각 시도 농업기술원은 설향 쏠림 현상을 막고자, 다양한 신품종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을 딸기 '고슬'



딸기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출하되는 겨울딸기와 6월부터 11월까지 출하되는 여름딸기로 나뉩니다. 하지만 여름딸기는 국내 생산량이 적고 당도와 식감이 겨울딸기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나온 것이 ‘고슬’입니다. 농촌진흥청이 가을 재배용으로 개발한 고슬은 9월에 생산할 수 있어 추석 전에 출하가 가능합니다. 과중은 20g, 당도는 10브릭스 정도입니다.



달걀보다 큰 '킹스베리'


킹스베리 (출처=KBS)


킹스베리는 과중이 평균 30g으로 설향보다 1.5배 큽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이 2016년 개발했습니다. 은은한 복숭아 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도는 평균 9.8브릭스입니다. 단점은 설향과 비교했을 때 재배가 어렵고 수확량이 적다는 겁니다. 또 과피가 얇아 쉽게 무를 수 있어 장거리 수송이 어렵습니다.


딸기의 여왕 '메리퀸'


전남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했습니다. '설향'과 '매향'을 교배해 만든 신품종입니다. 평균 과중은 18.2g이며 수량은 설향과 비슷한 편입니다.



달콤새콤한 ‘금실’


경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했습니다. ‘설향’과 ‘매향’을 교배한 품종입니다. 평균 당도가 11.2브릭스로 '아리향'보다 높습니다. 평균 무게는 20.5g입니다.


대왕딸기 ‘아리향’


'대왕딸기'라고 불릴 정도로 크고 단단한 '아리향'은 농촌진흥청이 육성한 신품종 딸기로 2017년 처음으로 현장에 보급됐습니다. 평균 과중이 24g으로 '설향(16g)'보다 높습니다. 당도는 10.4브릭스로 설향(10브릭스)과 비슷합니다.


하얀 딸기 ‘만년설’



만년설 딸기 (출처=농민신문)


‘만년설’은 한 농가에서 키우던 장희에서 우연히 발생한 흰 딸기를 육종한 품종입니다. 설익은 딸기처럼 거의 흰색에 가까운 딸기입니다. 기존 딸기보다 당도가 20% 더 높은 품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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