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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Jan 13. 2019

마켓컬리 새벽배송, 그게 가능해?

마켓컬리 이용후기


마켓컬리 광고 (출처=유튜브 캡처)


"잠들기 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문 앞에"



진짜일까?



‘마켓컬리’ 광고를 처음 봤을 땐 의심이 먼저 들었다. 우리나라 배송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잠자는 새벽에 누군가는 주문받고 배달까지 마무리한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호기심에서 마켓컬리를 이용했다. 러시아 전통음식 ‘보르쉬(비트로 맛을 낸 붉은 수프)’를 요리할 생각으로 재료를 주문했다. 굳이 이런 이색적인 음식의 재료를 고집했던 것은 마켓컬리가 취급하는 식품이 얼마나 다양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주문한 재료는 쇠고기 사태, 월계수 잎, 방울토마토,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마늘, 모둠채소(감자·양파·당근 묶음), 포도씨유, 제주 목초우유 등이다. 주문은 금요일 밤 7시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다.





진짜였네


다음날 오전 7시. 주문한 상품이 와 있었다.



마켓컬리 로고



마켓컬리는 무엇?



마켓컬리는 2015년 시작한 식재료 배송 스타트업이다. 미국계 대형 투자기관 ‘골드만삭스’ 출신인 김슬아 대표가 설립했다. 밤 11시까지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로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에 배송을 한다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유명하다.



마켓컬리는 빠른 배송 덕에 서비스 시작 첫해인 2015년 매출 29억원, 2016년 174억원, 2017년 4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쇠고기를 온라인에서 산 건 처음이야



마켓컬리 축산물PB브랜드 '일상미소'


마켓컬리 카테고리 캡처



보르쉬 재료 중 하나인 ‘사워크림’은 구할 수 없었지만, 마켓컬리에서 취급한 식품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그 수가 4000여개에 달한다. 쇠고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질한 아귀’ ‘노루궁뎅이 버섯’ 등 동네마트에선 찾기 힘든 식재료도 온라인으로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감자, 당근, 양파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모둠 채소’



마켓컬리의 또 다른 장점은 1인 가구에 맞춘 소포장 상품이 많다는 것이다. 감자, 당근, 양파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모둠 채소’가 있어 한결 편했다.



친환경 프리미엄? 가격은 좀 있네



친환경 식재료 수가 상당하다. 마켓컬리에 ‘유기농’이라고 검색하니 상품 268개가 나왔다. ‘친환경’은 141개, ‘무농약’은 97개다. 유기농 작물 판매업체인 '장안농장' 등 시장에서 검증된 공급자를 확보해 친환경 농산물을 공수해오고 있단다. 친환경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장점이지만,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좋은 선택지는 못된다. 보르쉬의 주요 재료인 비트를 구입해야 하는데, 마켓컬리에서 파는 무농약 비트가 한 봉지(2~3개 입)당 5800원이다. 동네마트에선 한 개당 1500원이다.



스티로폼, 택배상자 등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는 애로점도 있었다. 이 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마켓컬리에서는 스티로폼을 수거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다음 주문을 했을 때 스티로폼 박스(최대 두박스)를 문앞에 두면 택배 배달원이 이를 가져가 재활용한다.



새벽배송, 어떻게 해?


마켓컬리를 이용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 주문접수부터 배송까지 주어진 시간은 최소 8시간,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는 점이 놀라웠다. 공산품이라면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 되지만, 신선제품은 유통 기간이 짧아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무슨 상품을 주문할지 어떻게 알고 재고 관리를 한단 말인가.





해답은 데이터에 있다.



마켓컬리엔 ‘데이터 농장’팀이 있다. 데이터도 농산물처럼 키우고 수확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데이터 농장팀은 인공지능(AI)의 일환인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파악한다. 가령 일주일에 우유 소비량이 얼마나 되는지, 축구 경기 등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날엔 어떤 음식이 잘 팔리는지 등 대략적인 수요를 예측해 재고량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온라인 업계 최초로 ‘콜드체인시스템(저온저장시스템)’을 도입했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품목별 적정온도를 유지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찌됐든 새벽배송은 새벽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서비스다. 콜드체인시스템? 냉장·냉동실에서 누군가는 포장 작업을 한다는 얘기다.)



물류시장은 지금 춘추전국시대, 수익은 나오나?



자료 : 새벽배송 업계 현황



2015년만 해도 100억원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올해 4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새벽배송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전날 오후 6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에 상품을 받는 '쓱배송 굿모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쿠팡도 일부 상품에 한해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마켓컬리를 이용하면서 들었던 또다른 궁금증은 수익성 부분이었다. 신선식품은 일반 물류보다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배송시간을 단축하려는 업체들 간의 경쟁 또한 가열되는 양상이다. 과연 수익은 낼 수 있을까?



마켓컬리의 매출액은 해마다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켓컬리(더파머스)의 영업손실액은 2015년 53억원, 2016년 88억, 2017년 124억을 기록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장의 출혈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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