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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했다가 '간헐적 요요' 왔네

단식이 폭식을 부르는 이유

by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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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굶었는데 오히려 더 쪘어요”


“체중은 줄었는데 탈모가 왔습니다. 어떡하죠?”



다이어트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다이어트와 관련한 상담 글이 올라오는 이곳에서 무리한 식이조절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몸무게가 다이어트 이전으로 원상 복귀되는 요요 현상을 겪거나 탈모·생리불순·빈혈 등이 생겼다는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이 ‘매력 자본(Honey money)’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처럼, 현대사회에선 날씬한 몸매도 하나의 자산이자,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다이어트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다.


굶어서 빼는 다이어트의 맹점


plate-403597_960_720.jpg?type=w773 16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 등 날마다 새로운 유형의 다이어트가 등장하고 있다.



16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 한가지 식품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 날마다 새로운 다이어트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음식을 적게 먹거나 아예 거르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이다.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청소년 8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이어트를 위해서 굶거나 식사 후 구토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10명 중 1~2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굶어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식사를 거르면 단기적으로 몸무게가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이 빠진 것이 아니라 수분과 단백질이 줄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식사량을 다이어트 이전으로 늘리면 체중은 다시 불어난다.  



자칫했다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로 바뀔 수도 있다. 음식물을 제때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신진대사율을 줄이고 체지방을 축적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평소 식사량이 같아도 살은 더 찐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다.



송미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는 “단백질 파우더 등 대용식으로만 끼니를 때워도 비타민·무기질 등 미량 영양소가 결핍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근육량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생리불순·불면증·빈혈·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9b6c1f31decafeae812fd6895d3ded28.jpg?type=w773 단식은 폭식을 부르기 쉽다. 사진은 도넛을 미친 듯이 먹는 호머 심슨.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단식은 특히 폭식을 부르기 쉽다.



공복일 때에는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증가하고 음식을 섭취한 뒤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의 농도가 증가한다. 하지만 식사 시간대가 규칙적이지 않으면 두 호르몬의 균형이 깨진다. 이 과정에서 폭식의 유혹에 빠진다.



박용우 비만전문의는 그의 저서 <음식중독>에서 단식 다이어트를 자주하는 사람은 음식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쾌감 회로’가 강하게 발달한다고 설명한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더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계속 먹는다는 설명이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런던 임페리얼대학 내분비과 토니 골드스톤 박사 연구팀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점심 식사를 할 때, 피자·치킨 같은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침 식사를 거른 피시험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피시험자가 고열량 음식 사진을 볼 때, ‘안와전두피질’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 안와전두피질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쾌감과 관련된 뇌의 한 부분이다. 이 부위가 활성화됐다는 것은 햄버거 같은 고열량 음식에 더 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굶어서라도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은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섭식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6845명이다. 섭식장애는 거식증 등 음식섭취와 관련된 이상행동 증상을 말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박은철·이상아 예방의학과 연구팀은 금식 등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는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0월 발표하기도 했다.



다이어트의 본뜻은 '건강한 생활 방식'


beauty-1265334_960_720.jpg?type=w773 방송 미디어가 ‘마르고 날씬한 몸’을 ‘이상적인 몸’인 것처럼 둔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바비인형. (출처=픽사베이)


흔히 다이어트라고 하면 ‘살 빼는 행위’라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그 본뜻은 그렇지 않다. 다이어트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한 말로 건강한 생활 방식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선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이 중요하다며 입을 모은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다이어트 방송 프로그램 등 방송 미디어가 ‘마르고 날씬한 몸’을 ‘이상적인 몸’인 것처럼 노출시키면서 여성·청소년 등에게 극단적인 식이조절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며 “건강한 생활방식이 자리 잡으려면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미연 교수는 “다이어트엔 왕도가 없다”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해야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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