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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Jan 19. 2019

유기농이면 무조건 좋아? 유기농의 불편한 진실

유기농이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는 증거 없어


유기농 생리대, 유기농 장난감, 유기농 화장품...




유기농 딱지가 붙은 상품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건강을 생각하면 화학약품을 쓰지 않은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과연 비싼 값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유기농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요?




유기농=무농약?...비슷하지만 달라요




개념 정리부터 합시다.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은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다릅니다. 농촌진흥청의 농업용어사전을 보면, 유기농산물 ‘화학비료와 농약을 3년 이상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무농약 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화학비료를 써도 되기 때문에 유기농산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은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 표시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 모두 종류가 있습니다.



유기농산물이 가장 ‘빡센’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겠네요.



유기농산물이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는 근거 없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기농산물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4342억원에 이릅니다. 2025년엔 5745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소비자들이 유기농 식품을 사는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좋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입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은 2012년 지난 40년간 유기농 식품과 일반 식품을 비교한 논문 237편을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 영양학적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도 유기농 자체가 우리 몸에 이롭다는 주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콜만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에서 유기농 식품이 유전자변형식품(GMO)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화학자 제임스 콜만은 유기농 식품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농약을 쓰지 않거나 덜 쓰게 되면, 식물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살충성분을 만듭니다. 예컨대 천연 독소물질인 ‘아플라독신’은 간암 발병률을 높이는 등 화학약품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해롭습니다.




화학비료 대신 사용하는 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퇴비는 인간, 가축의 분뇨를 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히 발효되지 않으면 농산물에 기생충 알이나 세균을 남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기농산물은 깨끗하다’는 맹신이 더해지면, 세척이나 소독을 소홀히 할 수 있겠죠.




이럴 경우 문제는 커집니다. 2011년 6월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장출혈성대장균 오염사건처럼 말입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 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의 원인으로 유기농 새싹채소가 지목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농 분유 등에서 세균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에서 발생한 장출혈성대장균 오염사건./출처=BBC




전문가들은 유기농에 대해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유기농의 목적이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조차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기농법, 오히려 지구온난화 심화시킨다?


유기농법(오른쪽)은 관행농법(왼쪽)보다 더 많은 경지면적을 필요로 한다. / 출처=옌 스트란키비스트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 그와 맞먹는 양의 양분을 넣어주기 위해 엄청난 양의 유기물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때 작물이 흡수하지 못한 비료 성분들은 흙에 쌓여 땅의 염류(소금기)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작물이 잘 자라기 어렵습니다. 화학비료로 농사지을 때와 큰 차이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유기농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티모시 서칭어 연구교수 연구진은 유기농법이 일반 농법보다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2018년 12월 발표했습니다(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757-z).



유기농의 직접적인 탄소배출량은 적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관행농법으로 지을 때보다 수확량이 적은 탓에, 넓은 경지면적을 필요로 합니다. 나무를 심을 땅이 그 만큼 줄어드는 셈입니다. 연구진은 스웨덴 농업위원회의 작물 수확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밀을 유기농 방식으로 길렀을 때가 일반적인 농법으로 길렀을 때보다 단위 작물당 탄소배출량이 70%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기농을 비판하는 글을 구구절절 썼습니다만, 유기농에도 분명 장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1ha당 농약 사용량이 미국, 독일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식품 안전성 등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는 만큼 조금은 냉정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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