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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May 20. 2022

광주와 대구의 정치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돼 있다

[레디앙 기고④] 민주당 광주시당의 '일당 독점'

 13일, 6.1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1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2324개 선거구에 총 7616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후보 등록과 동시에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들이 있다. 일명 ‘무투표 당선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되는 후보자는 몇 명일까? 무려 ‘494명’이다.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106명, 기초의원 282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99명, 교육의원 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호남 및 TK(대구·경북)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에서는 지역구 대구시의원 29명 중 20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지역구 광주시의원 20명 중 11명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경상북도에서는 지역구 경북도의원 55명 중 17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전라남도에서는 지역구 전남도의원 55명 중 2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현재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광역의원은 총 106명이다. 이중 96명이 광주(11명), 전남(26명), 전북(22명), 대구(20명), 경북(17명)에 집중되어 있다. 광주, 전남, 전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이들의 당선이 확정됐고, 대구, 경북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이들의 당선이 확정됐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다. 지역을 갈라 표를 동원했던 옛 정치의 폐해로 일당독점의 두 지역은 전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이 됐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서울시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경기, 부산, 인천, 대전, 강원 등에는 무투표 광역의원 당선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2명), 울산(1명), 제주(2명), 경남(5명)의 무투표 광역의원 당선자를 모두 합쳐도 광주시의원(11명) 무투표 당선자 숫자를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광주에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평소 정치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던 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광주는 깃발 꽂으면 당선이냐”라고 말씀하신 걸 보고, 조금 놀랐다.


지역 가른 옛 정치 폐해... '민주주의 맞나'


 기초단체장 선거 무투표 당선자 6명은 모두 광주·전남과 TK지역(대구·경북)에서 나왔다. 대구 중구청장, 달서구청장, 광주 광산구청장, 전남 보성군수, 해남군수, 경북 예천군수가 무투표 당선됐다.


 독재체제는 흔히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체제로 정의된다. 광주는 독재에 맞서 싸웠지만, 어느새 감시와 견제가 실종된 일당 독점의 부패도시로 전락했다. 대한민국 반부패총괄기관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연말, 정부의 모든 산하기관과 지자체의 청렴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지난 2020년 광주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5등급을 받았다. 당시 정부기관 중 5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 국토교통부뿐이었다. 정부 산하기관 중 5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었다. 4등급을 받은 곳이 한 곳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2021년 광주의 청렴도는 3등급으로 두 계단 상승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6월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건물이 붕괴해 운행 중이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다. 2022년 1월에는 건설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6명이 사망했다.


 이번 광주시의회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임미란 광주시의원은 불법 수의계약으로 논란이 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 업체를 통해 광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교통문화연수원과 28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임 의원이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신분상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광주시의회는 임 의원에게 ‘경고’ 징계를 의결했다. 반대는 없었고, 5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임 의원은 이번 6.1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원 재선에 나섰고, 경쟁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됐다.


 김광란 광주시의원은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3년간 숨겨 논란이 됐다. 그 사이 광주시의회 윤리위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김 의원의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난 직후 광주시의회에 김 의원 제명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재적의원 22명 중 15명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현재 광주시의원 23명 중 22명은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되어 있다.


 김동찬 전 광주시의원은 이번 의회에서 전반기 광주시의회 의장을 맡았다. 그랬던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돌연 광주시의원직에서 사퇴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해당 재단은 광주시 산하기관이다. 김동찬 의원은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이에 광주시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광주시의원이 시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돌려막기도 이런 돌려막기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1년 광주시의회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에서 4등급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 광주시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같은 광역의원이지만 실력 차이가 현저하다. 국민의힘 대구시의원은 민주당 경기도의원에 비해 대체로 무능한 편이다. 독점 구조에서 비롯되는 무능화 현상이다. 나는 지난 2020년 9월 당시 민주당 신정현 경기도의원이 도정질문에서 선별복지, 보편복지를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논쟁하는 광경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같은 광역의회인 광주시의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지역을 갈라 특정 정당에게 독점적 위치를 부여한 옛 정치의 잔재는 여전히 호남과 영남의 시민들에게 큰 폐해를 안겨주고 있다.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한 의회보다, 균등하게 분점한 의회가 더 청렴하고 일도 잘한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되면 정치인들은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당 눈치만 본다. 지역 정치의 독점 구조를 깨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큰 아픔이었던 지역주의를 온전히 마무리 짓는 일이기도 하다. 투표 없이 당선되는 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만약 지역주의에 맞섰던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에서 부활해 지금의 정치를 마주한다면 그는 분명 민주당이 아닌 타 정당 후보로 광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계란으로 바위치기 했을 것이다.


* 저는 오마이뉴스, 레디앙 등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광주지역 활동가 김동규입니다. 이 글은 레디앙에도 기고 했습니다.

광주·대구의 정치, 전국에서 가장 뒤떨어져 | Re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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