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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n 18. 2023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리틀록 사건'이 떠올랐다

공권력이 막아선 퀴어문화축제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지난 17일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개최됐다. 그런데 이날 열린 축제를 두고 대구시 행정당국과 대한민국 경찰의 이례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대구시가 "도로점용허가 없는 불법 시설물 설치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공무원들을 동원해 대구퀴어문화축제 측 차량을 막자, 경찰은 "본 행사는 '집회의 자유' 범주에 있는 집회이기 때문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며 대구시 공무원들을 도로 밖으로 유도했다.


 직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퀴어문화축제를 보호하려는 경찰을 향해 "경찰 측이 불법적인 도로점거를 막으려는 공무원들을 밀쳐냈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는 판례가 있다"고 맞섰다.


 나는 이 사건을 보고 지난 1957년 당시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됐던 '리틀록 사건'을 떠올렸다.


 1954년 5월 17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그 유명한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판결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이 평등한 공교육을 요구한 흑인여성 린다 브라운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교육에서의 인종분리 그러니까 '분리하되 평등하다'는 백인 중심 미국사회의 입장을 깼다. 연방대법원은 "분리된 공교육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며 백인과 흑인은 같은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규정한 주법(state law)은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직후부터 백인학교에 흑인학생을 입학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1957년 미국 남부 아칸소주의 흑인학생 17명이 백인고등학교였던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 소식은 아칸소주의 백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들은 "흑인들이 내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됐다"는 소식에 당혹했다. 이에 백인들은 거세게 저항했고 여론을 확인한 아칸소주 주지사는 주방위군에게 백인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포기하지 않은 흑인학생 9명의 등교를 막을 것을 지시했다.


 이 사건은 미 전역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미국 남부의 한 주지사가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의 판결에 따른 정당한 공교육을 군대를 동원해 방해한 사건이었다. 아칸소주 주지사는 흑인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하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완전히 무시했다. 관련 보고를 받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연방군을 보내 주방위군을 막을 것을 지시했다. 직후 연방군과 주방위군의 대치가 있었다. 미 연방군이 남부연합에 속했던 주의 군대와 대치한 건 단언 남북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의 주방위군 지휘권을 회수했다. 그는 포고문을 통해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존중을 요청했다. 이후 연방군은 한동안 '리틀록 나인'이라 불리게 된 흑인학생 9명의 등교를 호위했다. 이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사건 이후 아칸소 주지사는 남부의 영웅이 됐다. 때문에 몇 년 뒤, 무척이나 유사한 사건이 앨라배마주에서 반복됐다. 앨라배마대학이 흑인학생 2명의 여름학기 등록을 거부했고, 앨라배마주 주지사가 그들의 등교를 막아섰다. 이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앨라배마주 주방위군에 대한 주지사의 지휘권을 회수해 주방위군에게 앨라배마주 주지사를 통제하게 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 유명한 'I have a dream' 연설에서 앨라배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 아래 앨라배마에서, 주의 결정은 늘 연방의 결정보다 우선한다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 주지사가 있는 앨라배마에서, 흑인 소년소녀들이 백인 소년소녀들과 손을 맞잡고 형제 자매로써 지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2023년 6월 17일, 대한민국 대구광역시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대한민국 경찰과 대구시 행정당국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일은 리틀록 사건이나 앨라배마 사건과 무척이나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이날 진행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앞서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이 법원에 낸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은 기각 판결을 냈다. 그러나 지방의 권력자는 인기에 영합해, 혐오에 편승해 약자들의 축제를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이성적인 문명국가의 사법 시스템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적법한 판결은 무시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퀴어축제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도로 불법점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틀록 사건 당시 아칸소 주지사는 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을 파견하며 "사람과 재산에 대한 시급한 위협이 있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홍 시장은 대체 왜 정당한 집회에 대한 적법한 법 집행에 맞서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이례적인 충돌을 연출했을까? 이것은 마치 1950년대 미국 흑인들의 처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2023년 한국의 성소수자 축제 역시 전사회적 존중을 받는 행사는 아니라는 현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칸소주나 앨라배마주의 전 주지사들이 사건 직후 남부 최고의 '인기남'이 되었던 것처럼, 소수의 열광적인 비난을 받는 행사를 막아서는 일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이 사건 소식이 전달된 직후 상당히 많은 곳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칭찬을 접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날의 사진과 기록은 남겨질 것이다. 이 사건은 시간이 흐른 훗날, 지금보다 더 부끄러운 일로써 회자될 것이다. 아칸소주의 흑인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던 백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그렇듯, 이번 사건의 부끄러움은 마치 복리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


 두고 두고 부끄러운 일로 회자될, 홍준표 대구시가 한 일


©오마이뉴스
©대구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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