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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n 13. 2023

도쿄에서 5.18을 만났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만들어준 짧은 인연

 지난 6월 3일부터 6일 사이에 3박 4일 도쿄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이란 어떤 나라인가. 국화와 칼을 읽지 않아도 이것저것 살펴 보고 여행도 해보고 일본인들과 대화도 해보면 대략 '겐또(어림짐작)'가 나온다. 특히, 건물을 보면 마감 상태가 진짜 미쳤다. 보도블럭, 자전거 도로, 횡단보도 같은 시설들이나, 빌딩의 마감 상태, 건물의 인테리어를 보면, 이것들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비슷한 공간들 역시 한국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줄 것이다.


 나는 도쿄 긴자역 일대를 1시간 정도만 걸어봐도, 일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도쿄여행에서는 엄청난 만남이 있었다.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가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택시에서 기사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사님이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셨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래서 나는 광주에서 왔고 우리들에게 5.18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광주의 아이들은 모두 그 사건으로부터 영향받고 있고, 나는 5.18과 관련한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기사님이 김사복씨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셔서 설명해 드렸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묻자, 기사님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봤고 <아마존 프라임>에서 순위에 든 덕에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보셨다고 하셨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5.18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택시에서 내릴 때에는 기사님이 요금을 100엔 단위 밑으로는 모두 깎아주셨다. 사양했지만 결국 1000엔 단위로만 내고 헤어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묵직했다.


 돌이켜보면 많은 일본인들은 5.18 당시부터 늘 든든한 민주우군이었다. 5.18을 취재한 브래들리 마틴 전 '볼티모어 선' 도쿄지국장이나 위르겐 힌츠페터 전 독일 공영방송 'ARD' 도쿄특파원은 광주의 소식을 접한 직후부터 언론인으로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5.18 이전인 1978년 당시 전남대 교수들이 박정희 군사교육을 비판하기 위해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을 때에는 AP통신과 함께 아사히신문에 성명서가 전달됐다. 5.18이 끝난 후, 도쿄의 일본인들은 광주학살에 항의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일본의 인권작가 도미야마 다에코는 눈물을 흘리며 5.18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늘 서로에게 영향받고 있다. 이 행성의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서로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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