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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n 12. 2023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활동사(史)

[총정리] 사회복무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2022년 4월부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을 취재했다. 브런치에 작성한 개인적인 '사회복무 수기'가 계기가 됐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을 결성한 전순표 위원장이 수기를 읽고 연락을 줬고, 그를 인터뷰해 기사를 냈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을 뜻한다. 이들은 1년 9개월 동안 관공서, 학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는 국제법상 '강제노동'으로 특히, 잉여 징집병의 비군사분야 활용을 금지한 ILO 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된다고 지적돼 왔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어떻게 결성됐나


 대학을 졸업한 후 2021년 9월부로 사회복무요원이 된 전순표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 사회복무제도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 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의 겸직 금지, 정당 가입 금지,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헌법의 국제법 존중 원칙 위배에 대한 부분을 문제로 봤다. 당시 대한민국은 ILO 29호 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는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인용돼 사회복무요원의 정치활동이 가능해졌던 시점이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정당 가입은 안 된다고 봤다.


 직후 전 위원장은 ILO(국제노동기구)에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을 알아봤고,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만이 ILO 진정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위원장은 이때부터 디시인사이드 공익갤러리를 통해 노동조합에서 함께 활동해 줄 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곧 오픈채팅방이 꾸려졌고, 지난해 4월까지 약 90여 명이 채팅방에 입장했다. 2023년 6월 현재에는 약 150여 명이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의 첫 활동은 대한민국의 ILO 29호 협약 발효 직후 이뤄졌다. 이 협약은 국가권력이 시민에게 노동을 강제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은 ILO 29호 협약 비준을 거부해 왔다. 사회복무제도를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은 이 협약을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제국이 자행한 강제징용 문제를 ILO 29호 협약을 이유로 비판해 온 것이다.


 일본은 지난 1932년에 ILO 29호 협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22년에야 이 협약을 비준했다. ILO 29호 협약 비준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추하고 비열한 꼼수를 썼다. 문재인 정부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청년들에게 '복무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청년에게 현역병 입대와 사회복무 중에서 복무 형태를 선택할 기회를 준 후, '네가 선택했으니까' 강제가 아니라는 논리를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논리에 입각해 병역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ILO 29호 협약을 비준했다. 나는 일상적으로 청년 6만 명을 끌어내 관공서 등에서의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대한민국에게는 1940년대의 일본제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병무청은 몸무게가 30kg이거나 150kg인 청년, 특정 장기의 대부분을 절제했거나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청년들에게 "현역으로 입대할래? 아니면 사회복무할래?"라고 묻는다. 이 같은 질문을 받은 청년들이 후자를 선택하면, 이들은 "네가 선택했으니 이것은 강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처음부터 부당한 질문을 받고 후자를 선택한 청년들의 사회복무는 과연 강제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전순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병역법 개정 직후 관계 공무원들은 '선택권을 준 건 개인에게 특혜를 준 거라 협약 위반이 아니다'라는 일관된 대답을 한다"면서 "그러나 ILO 29호 협약 보고서에 등장하는 특혜 관련 언급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는 개인적 특혜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국한됐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실상 한국의 사회복무제도 같은 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지금 한국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염두에 두고 쓴 '요청에 따른 개인적 특혜' 논리를 내세워 잘못된 제도를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4월 20일


-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의 첫 집회


 2022년 4월 20일 오후 4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대한민국에서 ILO 29호, 87호, 98호 협약이 발효된 날이다. 해당 협약들은 강제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보장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원들은 '굳건이 화형식'을 열었다. 굳건이는 2020년까지 병무청의 마스코트였다. 이들은 "정부의 선택권 궤변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에 우리는 오늘 명분 없는 21세기 노예제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사회복무제도 즉각 폐지를 호소하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사회복무제도는 장애인 징집이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을 한 전순표 위원장은 "오늘이 장애인의 날인데, 저는 사실 사회복무제도는 장애인 징용이라는 비판을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병무청이 장애등급제 시행 당시 4~6급 장애인들을 현역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징집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이 제대로 된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무청은 국민의 삶이나 건강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든 청년들을 군대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끌고 가려고만 한다"며 "21세기에도 장애인 징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에 이어 발언에 나선 A씨는 "최근 모 시청 측이 한 사회복무요원에게 2년치 서류 1700여 건을 혼자 검수하게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어두운 창고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켠 채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일반인이 해도 힘든 일인데, 양쪽 무릎 연골이 없고 양쪽 십자인대가 모두 손상된 사람에게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방대한 서류 검수를 맡긴 일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일 열린 집회 직후 사회복무요원들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현직 사회복무요원들을 인터뷰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B씨


 "최근 코로나19 지원금 관련 업무를 맡게 돼 환자 조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름, 생년월일 등이 노출되어 있는 해당 시스템에는 코로나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볼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과 건강보험 가입 내역 등도 조회할 수 있다. 코로나에 한 번이라도 걸린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집 주소까지 알아낼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당시 한 사회복무요원이 사회정보 시스템에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여전히 여러 복무지에서 사회복무요원들에게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다.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C씨


 "나도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습을 위해 센터를 찾은 사회복지 실습생들이 작성한 성범죄 전과 조회 동의서, 체벌금지 서약서 등을 관리한다. 해당 문서에 주민등록번호 등이 노출되어 있어 병무청 복무지도관에게 문의하자 '센터에서 시키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C씨는 아동센터와 함께 있는 교회를 청소하는 일도 하고 있다. 실습생이 없는 날이면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학습까지 담당한다. 어떤 자격도 없는 C씨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경계성 지능장애를 가진 아동의 학습지도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사회복무요원이 시설이나 요양원에서 장애 학생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1차적으로는 그들에게 문제가 있지만,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을 시설에 보내는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복무지를 재지정받은 사회복무요원 D씨


 D씨는 하수처리 시설에서 복무하며 심각한 갑질에 노출됐다. 복무 담당자는 D씨에게 입에 담기도 험한 욕설을 했다.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그는 이 일로 우울증 증상이 악화돼 한동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D씨는 하수처리 기계를 작동시키는 업무를 홀로 수행하기도 했다. 감독권자 없이 혼자서 위험한 기계 설비를 다뤘다.


 D씨는 "감독자 없이 혼자서 기기를 조작했다. 안전조치가 미흡해 사고가 일어날까 두려웠으며, 이것이 정상적인 업무 범위에 드는 일인지 의문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업무 강도나 분야가 불분명하게 되어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위에서 시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복지센터 사회복무요원 E씨


 "민원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체납기록까지 확인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짧은 설명만 듣고 곧바로 민원인에게 국가 및 지자체 사업을 안내하고 신청서까지 받는다". E씨는 "국가기관에서 일처리를 이렇게 땜질식으로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쉬는 날에도 업무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를 받고, 지자체 예산의 기초가 되는 지방세입 부과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E씨는 "공무원이었다면 지침서라도 찾아보면서 일했을 텐데, 사회복무요원에게 복지 및 대민지원 사업까지 떠넘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증 우울증과 사회공포증으로 4급 판정을 받은 F씨


 F씨는 건강 상태와는 정반대로 '불법행위 단속 관련 민원 응대' 업무에 배치됐다. 결국 F씨는 증상이 매우 악화되어 기존에 없던 장애까지 가지게 됐다. 이후 복무지 재지정을 받은 F씨는 여전히 '전화 응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4월 20일에 열린 사회복무요원들의 집회와 관련해서 병무청 대변인실에서 메일이 왔다. 메일에는 내가 쓴 기사의 '굳건이'는 2020년까지만 병무청의 마스코트였다며 관련 언급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사회복무제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직후 병무청에 사회복무제도에 대한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사회복무제도가 현대판 노예제가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병무청 대변인실은 "사회복무제는 헌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의 근무여건 개선 등 권익 증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2022년 4월 30일


- 사회복무요원 총궐기


 이후에도 사회복무요원들은 멈추지 않고 싸웠다. 4월 20일자 집회가 끝난 직후부터 4월 30일자 집회를 준비했다. 곧,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전·현직 사회복무요원 및 연대시민 4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강제노동 철폐', '국제노동기구 협약 이행'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전순표 위원장은 "4월 20일부터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10일째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노동 강요를 이어오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동사무소, 요양원, 지하철역에서의 강제노동이 합리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한국은 심각한 허리디스크를 가진 이에게 육체노동을 강요하고,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민원 응대를 시키고, 뇌종양이 있어도 손가락이 절단되었어도 강제 노역에 동원하고 있다"며 "건강 문제로 군대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시급 3천 원을 주고 착취하는 이곳이 과연 문명국가가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정석환 병무청장에게 1대1 토론을 제안드린다"며 "만약 저를 설득하시는 데 성공하시면 즉시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노동조합을 해산하겠다. 현재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쓰이는 세금이 매년 1.5조 원이다. 이 세금을 아껴, 현역병 월급 200만 원을 즉시 보장하자"고 했다.


 시민대표로 발언에 나선 G씨는 "저는 사회복무 당사자가 아닌 여성입니다. 저는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힌 후 "섬세하고 여린 성격을 가졌던 제 지인은 학창 시절 심각한 괴롭힘을 당해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군면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청년들이 군면제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착취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G씨는 "아픈 이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요?"라고 물은 후 "소수자 집단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가 도대체 언제까지 존속할지 모르겠습니다. 각양각색의 아픔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조금도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의 김승주 조합원은 "사회복무와 면제 중에서 선택권을 주었다면 그것은 선택권을 준 게 맞지만, 사회복무와 현역 중에서 선택권을 준 일은 선택권을 준 게 아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은 사회복무제도 탓에 북한, 중국, 소말리아와 함께 전세계 최후의 강제징용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 집회를 끝으로, 더 이상 현역과 사회복무요원들이 서로를 갈라 쳐서 서로의 족쇄를 자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들이 노예가 아님을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전세계 최후의 강제징용 국가 대한민국은 사회복무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복무 중인 모든 사회복무요원을 즉시 소집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사회복무 폐지하라', '강제징용 배상하라', '남성착취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22년 6월 7일


-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 제기


 2022년 6월 7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서울행정법원에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장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지난 2022년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으나, 의정부지청이 반려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대리한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사회복무요원은 업무 강도나 분야가 불분명하게 되어 있어서 위에서 시키면 할 수밖에 없다. 허리디스크로 들어온 분에게 상하차 일을 시킨다거나, 천식이 있는 분에게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시켜서 결국 확진되는 등의 일이 있었다"라며 "노동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 노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이 제출한 노동조합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며 "사회복무요원이 국가기관 등의 지휘, 감독을 받는 점, 보수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여비 등을 지급받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복무요원은 명백히 법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법에 따른 근로자가 노무 제공계약의 형태와 무관하게 노무에 종사한 후 그 대가로 임금 등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면, 사회복무요원 역시 병역 대체복무의 특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정소송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측이 설립 당시 진행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과 판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0년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당한 청년유니온 측은 지난한 소송 끝에 지난 2012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 반려처분 취소 소송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서 법내 노동조합이 됐다.



2022년 5월 30일


- 사회복무요원이 사고를 당했다


 2022년 5월 30일, 서울 지하철 7호선에서 현직 사회복무요원이 열차 문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 H씨는 열차 내 유실물 확인 지시를 받고 열차에 탑승했다. H씨가 열차에 탄 직후 I씨가 경광봉을 통해 열차 문을 열어 두라는 내용의 전호(철도 종사원 간의 의사전달 방법)를 보냈다. 그러나 그가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기관사가 문을 닫았다. 결국 H씨는 열차 문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스크린 도어 사이에 갇혔다. 직후 그는 열차가 출발할 것을 우려해 억지로 문틈에서 빠져나왔다. H씨는 이 과정에서 전치 3주에 해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사건 발생 직후 H씨는 기관사가 소속된 승무사업소에 연락해 사고 상황 등을 전달했다. H씨는 "전호에도 불구하고 열차 문을 닫은 기관사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요청했으나, 승무사업소 운영부장은 "겨우 신발 좀 끼인 걸 가지고 뭘"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운영부장은 H씨에게 사과 의사를 밝혔다.


 H씨는 지난달 31일 작성한 글에서 "3일 전에 구의역 참사 추모식이 있었다. 겨우 6년밖에 안 된 일"이라며 "저는 어제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갇힌 채 죽음을 당했을 수도 있다. 7호선 스크린도어 참사의 주인공으로 여러분들을 맞이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후 H씨의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H씨는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 군인권센터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추후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업무상 과실치상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소식을 접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이번 사건은 명백히 기관사 과실로 발생한 사고다. 충분한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가 자사 직원이나 일반 시민이었어도 같은 태도였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년 전 서초구청 소속 사회복무요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서초구청 측은 사회복무요원은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 배려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인과 사회복무요원은 모두 병역의무 이행자라는 점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부터 보호받고, 피해가 발생하면 도움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가 군인과 사회복무요원 등 병역의무 이행자의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진정으로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여전히 수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매우 위험한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까지 모 하수처리 시설에서 감독권자 없이 혼자서 위험한 기계 설비를 다루던 요원도 있었다"며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청년들이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국방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심각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명분 없는 21세기 노예제인 사회복무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지를 제외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사회복무요원을 노동자로 인정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하는 것"이라며 "현행 병역법 역시 공무상 부상에 대한 보상 제도를 두고 있지만, 승인 여부를 기관장 재량에 맡기고 있어 제도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4월 30일


-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2023년 4월 30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무제도 폐지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이날을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로 선포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긴급 제보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 사례(15건)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노조 설립신고가 반려된 직후인 지난 2022년 6월 노조설립신고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상당 부분의 의식주 관련 비용이 지원되고 겸직 허용 가능성이 높으며, 복무기관에서의 복무가 곤란할 경우 복무기관을 변경해 복무할 수 있다고 변론했지만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긴급 제보센터를 통해 제보받은 사례들은 이와 달랐다"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긴급 제보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 사례를 통해 병무청 주장을 반박했다. 면사무소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J씨는 하루 8천 원을 내고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출퇴근하고 있다. 생계 곤란으로 주민센터의 맞춤형 사각지대팀을 소개받아 집 계약을 추진했지만 사회복무요원 신분을 이유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마저 거절당했다.


 J씨는 "이등병 기준 월 60만 원 기본급으로는 월세조차 감당할 수 없다"며 "사회복무요원의 고충을 해결할 의무가 있는 복무지도관은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저에게 '정신질환이 아니라 정신병이 있는 거냐?'라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자 K씨는 "겸직 허가를 받기 위해 근로계약서까지 제출하며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회복무와 배치되지 않음을 주장했지만, 복무기관장은 별다른 근거 없이 안 된다고 통보했다"며 "요원들의 겸직 허가에 대한 권한이 복무기관장에게 있어 괴롭힘 등 복무기관과의 갈등 문제를 겪는 사람은 겸직 허가를 요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지 있다"고 지적했다.


 K씨는 "대출증빙자료를 제출해도,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복무기관장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며 "병무청 직원에게 문의하자, '공익은 월급을 많이 받지 않느냐.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겸직 허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라. 공익은 현역보다 쉽다. 나는 현역을 다녀왔고 OO씨처럼 이렇게 자유롭게 군 생활하지 못했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했다.


 노동조합 측은 "병무청은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의 5%가량이 생계유지를 이유로 겸직 허가를 받았음을 이유로 허가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겸직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복무 중 우울증을 진단받고 복무기관 재지정을 요청한 사회복무요원 L씨는 담당자에게 "우울증 진단을 통한 복무기관 재지정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후 담당자는 "내가 요원한테 이런 얘길 하면 뭐 하지만, 사진을 한 번 보여드릴게"라며 복무기관 재지정을 거절당한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자해 사진을 L씨에게 보여줬다. 다른 요원의 개인정보를 샘플처럼 취급한 것이다.


 노동조합 측은 "현재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복무기관 재지정은 사회복지시설 및 장애학생 활동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요원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다"며 "제보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사회복무요원들은 갑질과 괴롭힘에 무기력하게 노출되고, 복무기관을 변경할 자유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병무청에도 외면당한 사회복무요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을 선언하며, 서울지방병무청에 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병무청을 향해 10가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1. 겸직제도 신고제로 전환하라!

2. 중식비 인상하고 주거비용 지원하라!

3. 행정분야 폐지방침 철회하라!

4.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제정하라!

5. 4급 사유 업무 거부권 부여하라!

6. 복무기관 긴급재지정권 부여하라!

7. 복무지도관 확충하고 고충해소 실현하라!

8. 4급 사유 유급병가 확대하라!

9.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임금 보장하라!

10. ILO협약 준수하고 강제노동 폐지하라!



2023년 5월 31일


-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3년 5월 31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전태일 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노동자도 군인도 아니라는'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참여자 521명 중 350명(사회복무요원 327명, 소집해제자 23명)이 최종 응답해 응답률 67.2%를 기록한 이번 실태조사는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직장갑질119,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함께 진행했다.


 이번 실태조사에 응답한 사회복무요원 및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자의 64%(224명)는 사회복무 중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괴롭힘 경험자 4명 중 1명은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의 44%는 사회복무 중 폭행 및 폭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직장인 평균(14.4%)의 3.1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회복무요원들의 경제적 문제 역시 심각했다. 실태조사 응답자 350명 중 336명(96%)이 사회복무 중 최저생계비 미만의 생활비로 생계를 꾸렸다고 답했으며, 사회복무요원 급여로 생계유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82.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날 실태조사 발표회를 진행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병역 의무라는 이유로 가려졌던 사회복무요원 복무 환경의 민낯이 드러난 오늘, 병무청 측이 우리 노조가 추진한 국회 토론회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병무청은 '소송 중인 사안이라 참여가 어렵다'고 했지만 이는 제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대화조차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이번 결과 발표회는 단순히 실태조사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사회복무제도의 개선을 위한 힘찬 '출발'을 알리는 자리"라며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회복무요원들의 목소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오는 6월 7일에는 국회 토론회도 연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최근 수집된 각종 부당대우 사례도 발표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 M씨는 "복무 시설 이용자인 노인분에게 폭언, 폭행을 당했으나 기관 측은 사회복무요원보다 시설 이용자인 노인분이 더 중요하다며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며 "이럴 때마다 사회복무요원은 군인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회복무에 앞서 진행되는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중 심각한 부상을 당한 N씨는 "사회복무요원의 병가는 30일로 제한돼 있다. 치료를 위해 추가 병가를 신청하면 무급으로 복무기간이 연장된다. 이 때문에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참고 복무할 수밖에 없다"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다 다친 것이라면, 적어도 치료는 마음 편히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2023년 6월 7일


-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2023년 6월 7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직장갑질119,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사회복무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과 함께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병역의무는 수행하지만 군인은 아니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공익을 위한 노동력은 제공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사회복무요원'의 모순적 지위는 한국 정치가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사회복무요원 노동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당사자 증언과 함께 살펴보겠다"고 했다.


 발제에 나선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최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직장갑질119 등과 함께 사회복무 중 괴롭힘 경험과 복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 응한 사회복무요원 및 사회복무 소집해제자의 64%가 복무 중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직장갑질119에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서 확인된 일반 직장인들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비율(30.1%)에 비해 2배 높은 수치였다"라고 했다.


 김기홍 노무사는 또 "상당히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생계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 참여자의 82.6%가 사회복무요원 급여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생계를 국가 대신 가족과 개인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하은성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제76조의3)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병역법 개정을 통해 복무 중 괴롭힘 금지를 법에 명시하고, 병역법 시행령에 사건처리 절차를 명시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이 검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출근일을 기준으로 1일 7000원가량의 중식비를 지급받는다. 이에 대해 하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생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식비 인상, 주거비 지원, 겸직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 매식비를 기준으로 한 사회복무요원 중식비는 지금의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낮고, 출근일을 기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휴일에는 식비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지금의 사회복무요원들은 한 달에 70끼 이상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사회복무 중 각종 갑질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복무기관에서 당근마켓 소포 배송 등을 비롯한 '사적 업무 강요'를 당한 사회복무요원 이시헌씨는 "서울 모 법원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을 관리하던 ㄱ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적 업무를 요구받았다"며 "직원 동호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동아리방을 청소하는 등의 일을 했고, 심지어는 ㄱ씨의 개인적인 당근마켓 거래를 위해 소포를 발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더 이상 ㄱ씨의 갑질을 참지 않기로 결심하고 동료 요원들의 의견을 모아 의견서를 제출하자, ㄱ씨로부터 '이 같은 행위는 선동행위에 해당해 복무기간을 5일 연장하는 내용의 징계처분(경고장 발부)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면서 "이후 진행된 ㄱ씨에 대한 감사에서도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법규가 부재한 탓에 A씨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만 받았다. 그는 여전히 정상 출근하고 있고 사회복무요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하은성 사무처장은 "그동안 한국의 사회복무요원들은 병역의무 이행을 이유로,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최소한의 처우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며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이유로 현역 복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굴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무는 병역의무의 이행이지, 현역병이 되지 못했음에 대한 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사무처장은 "1995년 제정된 사회복무제도 도입 30년을 앞둔 지금, 우리는 사회복무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수면 위로 떠오른 사회복무요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사회복무 중 괴롭힘 경험 응답표>


- 복무기관 직원이, 본인이 먹은 간식 쓰레기를 굳이 사회복무요원에게 전달하고는 "네가 버려라"고 말했다.


- 반말과 욕설을 하고, 외모(탈모, 체형 등)에 대한 지적을 했다. 신체를 툭툭 쳤다.


- "가정교육 못 받은 XX"라는 폭언을 들었으며 이에 사과를 요구하자 "너 같은 XX랑은 할 말 없다"고 하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 기흉이 있어서 오른쪽 신체를 못 쓰는데도 강제로 무거운 물건을 들게 했고, 이에 아파하자 조롱하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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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2일


- 故 최준 사회복무요원 추모제


 2023년 6월 23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청년유니온, 청년정의당, 청년진보당 등 18개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복무 입법대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늘은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이 21살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지 7년째 되는 날"이라고 말한 후 "그러나 7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회복무요원의 삶은 제도적으로도 실제로도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평균 10명 이상의 사회복무요원이 자살을 한다.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무요원 4명 중 1명(28%)이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은 지난 2016년 당시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를 했다. 이곳은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등이 위치해 있어, 사회복무요원들 사이에서 민원인들의 태도가 고압적이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반복적인 폭언 피해를 입은 고인은 그해 4월경 담당 공무원에게 "민원인의 폭언으로 자살을 고민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복무 환경이 달라지지 않자 고인은 주민센터를 빠져나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담당 공무원의 신고로 구조됐다.


 이후 한동안 민원 업무에서 빠지게 된 고인은 그해 6월 22일 민원 업무를 보던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금 민원 업무를 지시받았고, 또다시 폭언 피해를 입었다. 직후 복무요원 카드를 던지고 주민센터를 빠져나간 고인은 이틀 뒤인 6월 24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어머니 최명희씨는 "제 아들이 서초구청에 제출한 신상명세서에는 대인기피증이 있고 장기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쓰여있었다"면서 "제 아들은 민원응대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들은 해보면 괜찮아질 거라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있는 아들을 배려하지 않고 업무를 주었다. 제 아들은 강제적으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최명희씨는 "이처럼 수많은 아들들이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업무에 대해서 거부하지 못하고, 제 아들처럼 4급 판정 사유와 배치되는 업무를 하고 있다"며 "저는 아직도, 몸이 아프지만 센터 후임이 반차를 내서 출근해야만 한다며 출근하던 아들의 마지막 출근길 뒷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픈데 무슨 출근이냐고, 출근하지 말라고 말릴 걸 그랬다"고 말했다.


 사회복무 중 '복무기관 재지정 불승인' 피해를 입은 현직 사회복무요원 이진훈씨는 "사회복무를 수행하면서 대인기피증이 발병해 3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더 이상 지금의 복무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지정을 신청하자 병무청 복무지도관은 이 정도로는 재지정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사회복무요원의 자해 사진을 '샘플'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진훈씨는 "저는 지금의 복무기관으로 출근하면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며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자부심은커녕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 정도로 자존감이 깎이고 있다. 복무기관 직원들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반말로 지시하며 하대하고 있고, 물걸레질, 새똥 청소, 벌레 사체 청소 등 자기들이 하기 싫은 일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발언에 나선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는 "사회복무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4급 판정 사유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도, 근무지에서 업무를 지시하면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데 있다"며 "사회복무요원이 현역병이 되지 못한 이유는 질병 때문에 현역병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국가적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근무지 측이 그 같은 국가적 판단을 무시하고, 질병에 대한 고려 없이 근무지를 배정하고 업무를 주는 것이 현재 사회복무요원 다수가 처한 열악한 조건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모든 사회복무요원의 안전복무를 위한 병역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희중 조합원은 "사회복무요원들의 안전복무를 위한 대안 입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라며 ▲ 4급 판정을 받은 사유와 관련된 업무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법률에 명시할 것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률에 명시할 것 ▲괴롭힘 등으로 도저히 근무를 이어갈 수 없는 사회복무요원에게 복무기관 긴급 재지정권을 부여할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들은 오후 1시에 한강 반포대교 북단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연대굿을 진행했다. 이곳은 7년 전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다. 연대굿이 끝난 이후에는 추모 행진이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신논현역 7번 출구에서 시작된 추모 행렬은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의 복무기관이었던 서초구청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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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0일


- 사회복무요원에 개인정보 업무 지시... 근절되지 않는 이유 살펴봤더니


 2023년 7월 10일 YTN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유실물 업무를 시키며 고객의 이름이나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맡겨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자신들의 정보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입력할 것을 지시했다. 전자정부법에는 공무원이 정보시스템 접근 권한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처벌받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는 그 자체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지난 2020년 4월 병무청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금지했다. 'n번방' 사건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이 사회정보 시스템에서 빼낸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돼 사회적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관련 업무 금지를 전 복무기관에 지시하고 서울교통공사가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취급 실태를 점검해 관련 내용 준수를 직원들에게 강조했으나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지난 5월 31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 '노동자도 군인도 아니라는'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해당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8.9%가 사적용무지시, 개인정보 관련 업무지시를 비롯한 '부당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되듯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관련 업무지시가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사회복무요원들은 대체적으로 복무지의 좁은 인간관계와 병무청의 안일한 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도 설계가 잘못된 탓에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에게는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빼면 이렇다 할 업무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복무환경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A씨는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주면 처벌받는다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여기도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공무원도 노동자도 아닌 우리는 담당자가 시키면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할 수밖에 없다. (부당 업무지시를) 신고하면 누구인지 알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교육 등을 통해 처음부터 이 같은 지시가 없게끔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늘도'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수행했다는 현직 사회복무요원 B씨는 "너무도 당연하듯 (개인정보 업무를) 맡게 되었다"며 "업무지시를 거부할 경우 받게 될 시선 때문에 거부하지 못했다"고 했다.


 B씨는 "질병 등을 이유로 민원 응대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많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개인정보 관련 일을 하지 않으면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안 하게 되면 가끔 전화를 받아 메모를 남기는 정도의 일만 남을 것 같다. 이는 제도를 설계할 때 어떤 일을 줄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복무기관을 선정해 생겨난 부작용인 것 같다"고 했다.


 현직 사회복무요원인 C씨는 "오늘도 타인의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을 복사하는 업무를 했다. 이와 관련해서 병무청 복무지도관에게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복무지도관이 한 답변이 잊히지 않는다"며 "복무지도관이 '잠깐 보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병무청의 안일함이 개인정보 관련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하은성 사무처장은 "최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국비 지원이 폐지되고 급여가 인상됨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희망하는 복무기관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병무청은 각 복무기관을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되레 복무기관 눈치만 살피고 있다. 개인정보 관련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도 이 같은 기이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사무처장은 "개인정보 관련 업무지시를 비롯한 각종 사회복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복무지도관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현재 병무청은 약 6만 명에 달하는 사회복무요원을 사실상 복무기관에 방치하고 있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무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참고 기사>


1. 전순표 위원장 인터뷰

2. 사회복무제도 폐지하라!

3. 국가기관의 행태, 믿기지 않는다

4. 사회복무 폐지 30일 집회로 앞당기자

5. 사회복무요원들 "사회복무 즉각 폐지하라"

6. 사회복무요원들, 행정소송 제기

7. 사회복무요원, 지하철에 몸 끼이고도...

8. 월 60만 원으로는 월세조차 감당 못해

9. 사회복무요원 64% "복무 중 괴롭힘 경험"

10. 사회복무제 개선 토론회

11. 고 최준 사회복무요원 추모제

12. 사회복무요원에 개인정보 업무 지시 문제


<영상>

1. 2022년 4월 20일자 서울병무청 앞 집회

2. 사회복무요원 10명 중 6명 '부당대우'


<사회복무 실태조사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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