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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23. 2023

최근 한국사회가 엄벌주의의 늪에 빠지고 있다

[단상]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에 대한 실형 선고를 보고

 현재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제도는 무척이나 굳건히 자리잡은 상황이다. 얼마 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장모에 대한 항소심 판결 및 법정구속 직후 각종 음모론을 접했으나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 판결은 양형 기준대로 한 거다. 이제는 예외가 없다. 누구라고 봐주고 누구라고 더 주는 시대는 갔다. 사법부는 양형의 모든 조건을 감안해 누가 판결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최선을 다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면 그에 맞춰 형량이 줄어들 뿐이다. 경제사범은 피해의 대부분을 회복하면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법부는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실형을 살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도 가혹하게 처벌한다. 미래당 오태양 대표의 구속이 딱 적당한 사례라 할 것이다.


 지난 2020년, 광주의 한 대학생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20m가량 음주운전한 사건이 있었다. 사고도 없었고 초범이었으며 거리도 짧았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실형 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 정도로 실형을 선고하면, 매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10만 명 넘는 사람들을 다 감옥에 보내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감옥 정원은 5.3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대학생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징역 10개월. 법정구속이다.


 왜 그랬을까? 이 대학생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음주운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광주일보는 이 사안을 "20m 음주운전’ 대학생 이례적 법정 구속 왜?"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한 후 "혐의 부인, 영향 미친 듯"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죄를 부인하면 사법부는 엄정히 법을 집행한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오태양 대표의 구속은 법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거의 매일 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판례를 보고 있다. 죄에 비해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사안은 늘, 이와 같았다. 최근 음주 적발 후 가족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니, 법정에 갈 때 최고의 방어 전략은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인할 경우 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다. 재판부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당신이 살아온 삶의 여러 조건들을 감안해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누구라고 봐주고 누구라고 더 주는 일은 정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경심 교수는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 역시 양형 기준 등에 비추어 무척이나 합리적인 판결이었다. 누가 했어도 똑같이 나왔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판결도, 윤석열 대통령 장모에 대한 판결도 현행법과 양형 기준에 따라 정치와 무관하게 이뤄졌다.


 최근 인하대 강간치사 사건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이다. 이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 1명이 단독으로 판결하지 않는다. 1심도 항소심도 모두 재판관 3명이 판결한다. 1심 재판장 임은하 부장판사는 이화여대 통계학과를 중퇴한 후 경찰대에 입학해 경감까지 진급한 후 사법고시를 봤다. 이후 여성청소년 관련 부서 등에서 일했다. 50대 여성 부장판사의 판결문은, 빈틈없이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이라는 거대한 '중형'이 선고되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했다. 범행의 중대성을 감안해 강간치사죄의 양형기준에 따른 징역 11년~14년이 아닌 2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사 3명 역시 같은 견지에서 판결했다. 여기까지 판결하는 과정에서 이미 경험 많은 합의부 판사 6명이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당연히 대법원에 간다. 대법원에 가면 최고의 경험을 가진 대법관 4명이 상고 기각을 논의하게 되는데, 거의 100% 이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험 많은 판사 10명이 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은 징역 20년이어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결과의 중대함을 생각하면 심정적으로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징역 20년은 엄청난 처벌이다. 한국인들은 징역 5년이나 10년이 나와도 너무 약하다며 화를 내곤 하지만, 장기징역형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무척이나 끔찍한 형벌이다.


 6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은, 15분에 한 번씩 교도관들이 상태를 확인한다. 소 안에서 자살 우려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주간주임들과 야간주임들이 15분에 한 번씩 상태를 살핀다. 새벽 3시 15분에도, 4시 30분에도 발소리가 들리고 감시자가 등장한다. CCTV 감시도 받는다. 용변을 보는 상황 역시 녹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중요 부위는 자동으로 모자이크 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교도소는 그야말로 인간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한 곳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퍼포먼스처럼 신문지 2장 반 정도의 공간에서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유를 누리는 우리들에게 방문을 열고 바깥 바람을 쐬러 가는 건 자유이지만, 거기서는 방문을 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 같은 나날들이 하루 이틀을 넘어, 5년, 12년, 20년간 반복된다. 이 때문에, 장기수들은 보통 9년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아를 잃고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가 된다.


 교도관들의 엄중한 감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기수 8명이 자살했다. 강력범들에게는 감정의 파도가 밀려오는 날이 있다. 내가 그날 그 장소(범행 현장)만 안 갔다면, 그날 그 일만 안 했다면 하고 후회감에 빠진다. 이 후회가 몇 년이고 몇 십년이고 반복된다. 그렇게 매일매일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반복되며, 인생의 황금기를 그곳에서 다 보내고 늙게 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50대 여성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죄책이 그만큼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20년 중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제도는 일반인들의 상상에 비해 무척이나 공정한 상태다. 다만 사법부의 구조가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부산 서면 강간살인미수 사건의 형량 역시 법적 영역에서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찰의 초동수사는 명백한 실패였다. 피해자의 기억에 의존할 게 아니라 강간키트 검사부터 했어야 됐다. 증거 수집에 만전을 기하지 않고 중대한 사건에 너무도 안일하게 대처했다. 이 사건 형량은 법의 영역에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지만, 정의의 영역에서는 경찰의 안일함으로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지 못했다.


 최근 한국사회가 엄벌주의의 늪에 빠지고 있다. 그 중심에 사법부에 대한 거대한 불신이 자리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거의 그렇지 않다. 현재의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무척이나 공고하게,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다. 물론 나 역시 형량을 높여야 할 영역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최선의 방책은 아니라 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들을 가둬두는 것으로 일을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모든 범죄는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다.


 이 행성에서, 중국을 포함한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둬둔 나라, 미국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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