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 시즌2를 보고, 두 '사형수'를 떠올렸다
'D.P.', 이것들의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에게 돌리는 것은 합당한가
D.P. 시즌2, 다 봤는데 여러모로 수작이었다. 좋은 작품을 봤다는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무척이나 슬펐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이 불과 몇 년 전 겪었던 일이다. 전후 70년간 수많은 청춘들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숨진 수많은 이름 없는 '원혼'들을 생각하면, 탈영 따위가 무슨 죄가 될 수 있나 싶다.
D.P. 시즌2를 보고, 두 '사형수'를 떠올렸다. 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만큼 큰 잘못을 지었음을 대법원에서 인정받은 두 사람은 각각 19살과 21살에 범행을 저질러 사형수가 됐다.
두 사람은 2010년 이후 '사형'을 확정받은 단 4명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D.P. 시즌2는 이들의 이야기를 상당히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이후 사법부는 흉악범에 대한 사형선고를 극도로 자제해 왔다.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범인에 대해서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사회로부터의 영원한 격리를 명령하곤 했다.
지난 2010년 전남 보성에서 청년 넷을 살해한 어부 오종근이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지난 2015년 대구 중년부부 살인 사건의 범인 장재진이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이 둘을 제외하고, 2010년 이후 사형을 확정받은 죄수 둘은 모두 군인이다.
2013년, 강화도에서 총격으로 4명을 살해한 해병대원 김민찬 상병이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2016년, 육군 2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도빈 병장이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임 병장의 범행은 지난 2014년 6월 21일에 발생했다. 2014년은 드라마 'D.P.'의 배경이다. 그렇다면 2010년 이후 지난 14년간 언론을 오간 수많은 흉악범 중 사형을 확정받은 4명 중 2명이 된 두 군인은 대체 왜 그 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일까?
1. 김민찬 상병은 무척이나 불운한 인생을 살았다.
그의 삶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여러모로 '꼬인 삶'을 살게 된 이들과 무척이나 비슷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심각한 학교폭력을 겪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성적 학대와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렸다. 가정에서의 문제 역시 심각했다. 그 같은 어두운 초년기를 보낸 김민찬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러나 그는 해병대에서도 심각한 폭력에 노출됐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주는 가혹행위였다. 이는 심지어, 후임병들의 '기수열외'에서 비롯됐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7차례에 걸쳐 부대 전출을 요구했으나 묵살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가정에서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김민찬은 자신의 관물대를 보고 깊은 분노를 느꼈다. 그곳에 위치한 김 상병의 군모에 선임들의 소변이 담겨 있었다. 직후 김민찬은 2011년 7월 4일을 기해 부대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했고, 사망자 4명과 부상자 2명 등 사상자 6명이 발생했다.
직후 김민찬은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고 최연소 사형수가 됐다. 2013년 1월, 대법원 3부는 김민찬 상병이 가혹행위를 당했음을 인정했지만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확정된 판결에 따르면 김 상병에 대한 사형 선고는 "극악무도한 범행에 대한 당연한 응보"로 정의됐다.
대법원 3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해병대의 잘못된 병영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억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 상병에 대한 극형 선고는 정당하다"고 했다.
대법원 3부는 "(김 상병의 범행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사명으로 하는 군대에서 일어난 점" 역시 사형 선고의 정당한 사유로 봤다.
사건이 일어난 2011년 당시 김민찬은 19세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22년 4월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에 대해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물론 둘 다 거기서 죽어야 하겠지만, 4명이 사망했다는 특별히 엄중한 결과를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은 19세 초범이 군대 내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강한 압박감과 고통을 겪던 와중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은 조금도 감안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한 사형 확정은 여러모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2. 임도빈 병장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임 병장은 지난 2014년 당시 2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김민찬 상병의 어린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어려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간 이어지는 공교육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됐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고 쓰였다. 임도빈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피해를 입고 자살한 학생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큰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왔고, 수능을 보지 않고 자퇴했다.
1992년생인 그는 방송통신대 재학 중 군인이 됐고, 군대에서의 삶은 이전과 같았다. 선임이나 후임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계급열외를 당했다. 이는 김민찬 상병이 당했던 기수열외 및 가혹행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임 병장의 선임은 "그를 상대로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치면서 20회 이상 관등성명을 말하도록 시키거나 관물대 정리가 되어 있지 아니하다며 관물대에서 옷 등 물건을 꺼내어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하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전역을 3개월 앞둔 시점이 될 때까지 범행을 참았으나, 순찰일기에 그려져 있던 자신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 나는 이것은 계기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임 병장은 드라마 'D.P.'의 배경인 2014년 6월, 총기난사 범행을 저질렀다. 5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는 등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임도빈은 상관살해, 상관살해미수, 살인 등으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2부의 대법관 4명은 임 병장에 대한 사형을 그대로 확정하지 않고 대법관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했다. 그의 형량에 대해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 병장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다.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은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망자들과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방부와 군대의 구조적인 불합리와 모순으로 이 사건이 발생되었으며 자신은 불합리한 제도의 희생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대법관 13명 중 4명은 임도빈에 대한 사형 선고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범행의 결과만을 두고 본다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사형이 갖는 뜻이 너무도 무겁고, 피고인에게서 생명을 빼앗는 형벌을 가하여야 할 만큼 피고인에게 극한의 책임을 묻기에는 수긍할 수 없는 대목이 뚜렷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피고인이 비록 선임병이었지만 다른 소초원들 특히 후임병들로부터 그에 따른 대우를 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등 소초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겨우 21세였다.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등에서 사형 선고를 긍정할 만한 양형요소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임도빈 병장은 관심사병으로서 심한 긴장감 하에서 이뤄지는 최전방 소초의 경계 근무에 적합하지 않았다며, 이는 충분히 우려해야 할 문제였다"고 했다. "(이후) 집단 따돌림으로 쌓인 억압된 분노와 적대감이 갑자기 공격적 행동으로 폭발적으로 표출되어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의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에게 돌려 사형 선고를 통해 피고인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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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김민찬과 임도빈은 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어 죽음만을 기다리는 영어의 몸이 됐다. 두 사람은 마치 대한민국 군대의 모순을 상징하는 존재들 같다. 그들이 수감된, 시간이 멈춰버린 교도소는 마치 그동안 대한민국 군대에서 죽어간 수많은 원혼들이 함께 수용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은 거기서 죽어야 겠지만, 그것으로 이 모든 일들을 끝내도 되는 걸까?
D.P. 시즌2를 보고, 그 드라마가 굳이 보여주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떤 일의 책임은 때론 딱 걸린 몇 사람에게 전가되고 끝나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임 병장 사건 당시 일부 대법관들의 반대 의견처럼, 이것들의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에게 돌리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