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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Aug 17. 2023

지역언론 <무등일보>가 '명진고 범죄자'를 위해 한 일

[레디앙 기고⑪] 지역언론이 어쩌다 이 수준까지 내려왔나


 지난 8월 15일, 광주 지역언론 <무등일보>에 이상한 기사가 한 편 올라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등일보 이성호 기자가 8월 13일에 쓴 '명진고, 광산구가족센터에 후원품 전달'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광주 명진고는 충격적인 사학비리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곳이다.


 기사의 핵심은 "명진고등학교(초대 이사장 최신옥)은 지난 11일 광산구 가족센터에 160만원 상당의 여름 나기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는 데 있었다.


 다음 두 가지 사실을 빼고 보면, 이 기사는 문제없는 기사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 두 문장을 읽은 후 기사를 다시 읽어보자.


1. 명진고 최신옥 전 이사장은 교사직을 돈 받고 판 혐의로 기소돼, 오는 9월 7일에 1심 선고를 받는다.

2. 명진고 최신옥 전 이사장은 명진고의 전직 이사장일 뿐, 현재의 학교재단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이상하다. 대통령실이 특별예산을 기부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대통령실(초대 대통령 이승만), ~에 특별예산 기부했다."


 어이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현실에 나타나곤 한다. 현직 이사장이 멀쩡히 있어도 초대 이사장을 거론하며 기사를 낸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어떻게 쓰일까?


 재판 과정에서 판결을 앞두고 변호인이 제출할 양형자료에 포함될 것이다. 변호인이 작성할 문서에 "피고인은 이러이러한 기부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언론 기사를 제시한다"고 쓰일 것이다.


 이번 일은 명백히, 최씨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변호인의 전략이다. 그런데 그 같은 변호인의 전략에 광주 지역언론 무등일보 이성호 기자가 연루됐다.


 이성호 기자는 학교와 무관한 사인의 이름(초대 이사장 최신옥)을 기사에 기재하며 마치 최신옥씨가 기부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대체 왜 이 시점에 '기부쇼'를 하는지 의심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성호 기자는 복사기 마냥 최씨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이것은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라 볼 수 없다.


 교사직을 돈 받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변호인의 전략에 순순히 응해, 범죄자를 위해 작성한 기사는 정상적인 언론의 기사라 볼 수 없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 기사를 용인한다면, "성범죄로 구속된 A씨 아동센터에 기부품 전달"이라는 기사 또한 용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말이 되는가?


 이번 일은 오늘날 지역언론의 처참한 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역언론이 범죄자의 감형을 돕기 위해 기사를 낸 이번 일은 기억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일과 관련해서 명진고와 무등일보 이성호 기자의 유착을 조사해 보니, 더욱더 충격적인 정황이 확인된다.


 


 이 기사는 지난해 9월에 무등일보 이성호 기자가 작성한 기사다. 이 기사에는 명진고가 광주광산구체육회 종목단체협의회에 기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주 놀라운 정황이 숨겨져 있다. 이 기사를 쓴 이성호 기자는 광주광산구체육회 종목단체협의회장이다.


 즉, 본인 단체에 기부를 받은 후 그 사실을 본인이 기사로 낸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 기사는 그 자체로 명진고 측이 해당 단체에 특정 물품을 기부한 일이 과연 순수한 일이었는지 의심케 한다. 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지역언론이 지역 비리사학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지역을 더욱 어둠 속에 밀어 넣는 일로써 반드시 문제시되어야 한다. 지역언론과 지역 비리세력의 검은 유착은 우리 지역의 공정과 청렴을 위태롭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은 '지역언론이 지역 범죄자의 선고기일을 앞두고 양형에 반영될 자료로 쓰이도록 그의 기부 소식을 전한 일'이다. 최신옥 전 명진고 이사장은 지난 2019년에 이미 배임수재미수죄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그가 법정구속될 당시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학교법인의 업무를 총괄한 자가 교사 채용에 있어 금품을 요구한 것은 교사 채용 과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손상시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기 때문에 엄벌이 불가피하다."


 이는 이미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최씨의 선고기일을 앞두고, 무등일보는 선물을 주듯 그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이번 일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전과자가 또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그의 기부 소식을 전한 일이다.


 앞으로 무등일보는 성범죄를 저지른 후 형량을 줄이기 위해 특정 단체에 기부한 사람에 대해서도 꼭, 'A씨, 아동센터에 기부품 전달했다'라고 기사 내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잣대에 따르면 이것이야 말로 '공정' 아닌가.


* 저는 오마이뉴스, 레디앙 등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광주지역 활동가 김동규입니다. 이 글은 레디앙에도 기고 했습니다.

지역언론 '무등일보'의 '명진고 범죄자' 위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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