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규 Jul 08. 2020

0.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 개요

* 이 글은 학교법인 도연학원(명진고 운영)의 사학비리 일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위치한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여러 '사학재단'들이 그러하듯, 도연학원 역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며 타락의 길을 걸어왔다. 그동안 이들이 축적해온 폐단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도연학원'은 사실상 '적폐 사학재단'이라 불리지 않을 수 없다.


1. 학교법인 도연학원 전 이사장의 범죄행위


 지난 2017년 11월 8일, 광주지방법원이 업무상횡령죄로 기소된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최씨는 학교법인 명의로 '벤츠' 차량을 구매한 후 해당 차량에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일명 '1억 벤츠 깡' 사건이다. 그는 학교법인 카드로 1,9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최씨에 대한 업무상횡령 판결은 2018년 7월 6일부로 확정되었다. 법정에 선 최씨는 2009년 5월 4일부터 도연학원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5년 8월부터는 최씨의 남편인 김인전씨가 도연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이사장직을 역임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도연학원에 대한 '최씨 가족'의 영향력은 사실상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최신옥씨는 업무상횡령죄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았다.


 2017년 9월, 최신옥씨가 재단에 대한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명진고등학교 신입 교사 공개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그해 9월 11일, 최씨가 명진고 교사 공채 1차 합격자 A를 강남의 한 일식집으로 불러냈다. 최씨는 A에게 "내가 명진고에 영향력 있는 사람인데, 5천만 원을 주면 정규직으로 채용시켜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A는 최씨의 금품 요구를 거절했다. 다행히 A는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고도 교사로 채용되었지만, 최씨의 범행은 법원에 알려졌다.

 2019년 1월, 광주지방법원이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에게 배임수재 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최씨는 법정구속되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학교법인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던 자가 교사 채용에 있어 금품을 요구한 것은 교사 채용 과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손상시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도연학원의 비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6월 광주시교육청이 도연학원에 대한 회계 감사 과정에서 또다시 '횡령'의 흔적을 발견했다. 시교육청 측은 도연학원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린 후, 도연학원 이사장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도연학원 최신옥·김인전 이사장 부부는 국세 58억 8,800만 원 체납을 이유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상태다.


2. 도연학원 이사장 부부의 두 딸 부정 채용 의혹


 2016년 6월 광주시교육청 감사에서 도연학원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이 각각 명진고 음악교사와 물리교사로 채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명진고 측은 2014년과 2015년에 있었던 교사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방식으로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을 채용했다. 평가위원으로 채용 과정에 참여한 법인 측 모 이사는 50점 만점이었던 면접 전형에서 이사장 부부의 장녀에게 50점 만점을, 차녀에게는 48점을 주었다. 그는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28~36점이라는, 이사장 부부의 두 자녀가 받은 점수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당락을 결정지었다. 당시 면접 전형에는 두 사람의 '이모부'도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결국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은 50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고 교사로 채용되었다.


 2020년, '명진고 사태'가 도마 위에 오름과 동시에 '이사장 자녀 부정 채용 의혹'이 다시금 문제시되었다. 학교법인 측은 "이사장의 자녀가 명문대를 나왔다"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으나, 해당 채용에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10월 20일에 열린 국회 교육위의 명진고 국정감사에서는 이사장 부부의 장녀가 도연학원 '이사장'을 맡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거론되었다. 최신옥-김인전 이사장 부부의 장녀인 김지원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도연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사장직 임기를 마친 직후인 2014년 명진고 음악교사로 채용되었다.


 이사장 부부의 차녀는 현직 명진고 교감 권한대행으로 사학비리를 비판하는 활동을 주도한 학생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016년 7월 12일 자 기사 "교직원 채용장사·생활기록부 조작 등 도 넘은 사학비리 도려낸다"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3.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지난 2018년 9월 명진고 재학생들의 '스쿨미투'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폭로를 통해 교사 39명을 고발했다. 당시 트위터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교사들의 발언은 아래와 같다.


<명진고 스쿨미투 관련 증언>


명진고 국어교사 A :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명진고 국어교사 B : 나도 룸싸롱 갈 수 있으면 갔다.

명진고 국어교사 C : (미투운동을 폄훼하며) 여자들이 별 것도 아닌 일로 나서서 남자들을 불쌍하게 만든다.

명진고 수학교사 D :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여자들은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다가 이제 와서 말하냐.

명진고 수학교사 E : 성범죄 예방교육 듣다가 화나 죽는 줄 알았다. 날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더라

명진고 역사교사 F :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너네도 이때 태어났으면 위안부였어. 성노예! 위안부! 공부 열심히 해야겠지?

명진고 역사교사 G : 한국 여자들의 조상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웅녀라서 한국 여자들은 곰처럼 미련하다.

명진고 화학교사 H : 동성애는 세상의 윤리와 맞지 않는다. 그건 틀린 거다.

명진고 화학교사 I :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히 안 하면 너네 다 아내로 삼아서 집안에 가둬두겠다.

명진고 화학교사 J : 사업할 때는 여자를 조사해라.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이다.

명진고 윤리교사 K : 내 아들이 동성애자면 때려눕히겠다.

명진고 국어교사 L : 여자는 서울로 올라가면 안 된다. 여학생들의 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솔직히 아깝다.

명진고 교감 M : 여자는 항상 집안일에 몰두해야 한다. 감히 서방에게는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명진고 교장 N : (예체능 학생들에게) 너희는 부모 등골이나 빼먹는다. 이과 과목이나 공부해라.

명진고 교장 N : 동성애는 죄악이다.


 사건 직후, 광주시교육청이 학생 대상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교육청 측은 학생들의 고발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교사 20명(기간제 교사 4명)을 실질적인 스쿨미투 연루자로 판단했다. 교육청 측은 기간제 교사 4명을 제외한 명진고 정교사 16명 중 7명에 대한 '해임' 징계를 명진고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법인 이사회는 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사립학교 인사권 전횡이었다. 명진고 이사회 측은 '재심의'를 통해 이들 7명 중 1명에 대해서만 '해임'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2020년 현재 해임된 1명을 제외한 명진고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은 전원 학교로 복귀한 상태다.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글(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에 정리되어 있다.


4.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2020년 5월 6일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이 명진고 교사 A에 대한 느닷없는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A는 '1'에 등장하는 '배임수재 미수' 사건 당시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의 5천만 원 금품 요구를 거절했던 인물이다. A에게 금품을 요구했던 최신옥씨는 현직 도연학원 이사장의 부인이며,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은 현직 명진고 교사다.


 이에 '해임 징계' 결정 직후부터 '전 이사장 형사처벌'에 따른 '보복'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해임' 징계는 확정될 경우 임용시험 응시가 3년간 제한될 정도로 무거운 처벌이기 때문에, 교원 4대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를 들어 '해임' 징계를 내리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임 통보를 받은 A는 그날까지 67일간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문자메시지로 작별인사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의 빈자리는 스쿨미투에 연루되었다가 2020년 초에 복귀한 부담임이 채웠다. "스쿨미투 교사들이 복귀하더라도, 담임은 맡지 않게끔 하겠다"던 학교 측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몇몇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고, 학교 측은 그제야 A가 맡았던 학급의 담임을 다른 사람으로 변경했다.


 학교법인 도연학원의 명진고 교사 부당해임 사건은 이 글(2020년, 명진고 부당해임 사건)에 정리되어 있다.


5. 명진고 측의 학생 인권 침해 사건



 명진고 측이 교사 A를 부당하게 해임했다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에게도 알려졌다. 네이버에 '명진고'를 검색하면, '명진고 ㅠ 오지마'라는, 명진고 재학생의 트위터 계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로 학교 측 비리와 폐단을 몸소 겪어온 학생들이었다. 결국 학생들은 교사 A 해임 소식에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렸고, 학교재단 측에 집단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인스타그램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 트위터 실트총공 등을 진행했고, 학교 정문에 현수막을 게시한 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명진고 학생들은 2020년 5월 20일부터 학교 게시판에 100장이 넘는 대자보와 인쇄물을 게시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한 마디 통보도 하지 않고 학생들의 게시물을 전부 떼어버렸다. 6월 15일에는 학생들이 본인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3장짜리 대자보를 게시판에 부착하는 일이 있었다. 학교 측은 '절도죄, 명예훼손죄'를 운운하는 협박성 게시물을 그 위에 부착했다.


 학교 측은 해당 활동들을 주도한 학생을 불러, "학생들을 선동할 경우 선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6. 명진고등학교, 소속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다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명진고 측은 교육기관으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취했다.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교사 A 해임 사건 직후 SNS 등에 글을 썼던 명진고 재학생 2명, 명진고 졸업생 1명, 타교 재학생 1명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타교 재학생 1명은 정의당예비당원협의체 '허들' 소속으로 해당 사건 관련 논평을 냈던 정의당의 청소년 당원이다. 학교가 학생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광주시교육청 사학정책팀 관계자들이 학교를 전격 방문하여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명진고 측은 청소년 3명 (명진고 2명, 타교 1명), 명진고 졸업생 1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학교 측이 학생을 고소한 사건이 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6월 25일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명진고 측이 "학생들과 공모하여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한 필자를 경찰에 고소했다"며,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었다. 앞선 5월 14일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명진고 재학생 B의 요청으로 명진고 정문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B는 현수막 사진과 함께 학생들의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여러 기자들이 이를 보도했다. 도연학원 측은 현수막을 게시한 필자, 보도자료를 배포한 학생 B, 관련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기자 C를 경찰에 고소했다. 필자는 형사의 연락을 받은 직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학교 측 고소장을 확인했다.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 고소장에는 '학교의 이름으로 학생을 고소했음'이 명백하게 기제 되어 있었다.


 고소장을 접수한 광주 광산경찰서는 학생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필자는 7월 1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출석하여 교사 A 해임을 '부당한 일'로 인지한 사유에 대해 지금까지 주장해온 대로 진술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학생이 누구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8월 4일 광주지방검찰청이 필자에 대한 명예훼손 피의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명진고 측은 지역 사회의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말 학생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게 맞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우선 학생의 신상과 행위를 확인하겠다고 고집했다.


 교가 학생을 고소한 이 기막힌 사례는 대한민국 사립학교 비리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 다음 글 --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 총정리>


0.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 개요

1.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

2.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3. 명진고 학생들, 학교 재단 비리에 맞서다

4. 명진고등학교, 소속 학생을 경찰에 고소하다

5. 명진고등학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

6. 명진고등학교 교사 부정채용 의혹

7. 명진고 측 명예훼손 고소장에 올리는 '도연 7조'

8. 광주 명진고, 재단 비판 시민에 1억 손배소 제기

9. 광주 명진고 학내 집회, 교장이 막아섰다

10. MBC 스트레이트, 명진고 사학비리 다뤘다

11. 명진고 사학비리 규탄 기자회견 열렸다

12. 국회 교육위 국감 '명진고 사학비리' 겨냥했다

13. 광주 명진고 손규대 교사, 7개월 만에 복직했다


 저, 김동규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명진고 저항자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오시면 명진고 사건 근황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명진고 저항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