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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13. 2020

1.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

 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위치한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여러 '사학재단'들이 그러하듯, 도연학원 역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며 급속도로 타락해왔다. 학교 소속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절대다수의 구성원보다 우위에 위치한 본인들의 지위를 활용하여 약자에 대한 폭력성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들은 학교폭력의 주범이었고, 성적인 폭력들의 가해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잘못된 모든 것들의 몰락은 역사의 필연이다. 이것을 증명하듯, 2018년을 뒤흔든 스쿨미투 운동의 거센 파고는 명진고등학교를 피해 가지 않았다.


 2018년 3월 말, 서울 용화여고에서 스쿨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는 고발이 있었다. 이 운동은 이내 수많은 청소년들의 공감과 지지를 등에 엎고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그해 10월에는 트위터에 개설된 스쿨미투 계정이 60개를 돌파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16일, 트위터에 '광주 명진고등학교 미투' 계정이 등장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신체접촉과 문제적 발언들을 제보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증언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여러 부적절했던 신체접촉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교사들의 문제적 발화들도 폭로되었다. 당시 트위터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교사들의 발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명진고 스쿨미투 관련 증언>


명진고 국어교사 A :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명진고 국어교사 B : 나도 룸싸롱 갈 수 있으면 갔다.

명진고 국어교사 C : (미투운동을 폄훼하며) 여자들이 별 것도 아닌 일로 나서서 남자들을 불쌍하게 만든다.

명진고 수학교사 D :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여자들은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있다가 이제 와서 말하냐.

명진고 수학교사 E : 성범죄 예방교육 듣다가 화나 죽는 줄 알았다. 날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더라

명진고 역사교사 F :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너네도 이때 태어났으면 위안부였어. 성노예! 위안부! 공부 열심히 해야겠지?

명진고 역사교사 G : 한국 여자들의 조상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웅녀라서 한국 여자들은 곰처럼 미련하다.

명진고 화학교사 H : 동성애는 세상의 윤리와 맞지 않는다. 그건 틀린 거다.

명진고 화학교사 I :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히 안 하면 너네 다 아내로 삼아서 집안에 가둬두겠다.

명진고 화학교사 J : 사업할 때는 여자를 조사해라.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이다.

명진고 윤리교사 K : 내 아들이 동성애자면 때려눕히겠다.

명진고 국어교사 L : 여자는 서울로 올라가면 안 된다. 여학생들의 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솔직히 아깝다.

명진고 교감 M : 여자는 항상 집안일에 몰두해야 한다. 감히 서방에게는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명진고 교장 N : (예체능 학생들에게) 너희는 부모 등골이나 빼먹는다. 이과 과목이나 공부해라.

명진고 교장 N : 동성애는 죄악이다.


 가장 심각한 사실은 이러한 '문제적 발언'들의 대부분이 학교 수업시간에 공공연하고도 떳떳하게 발화되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스쿨미투 소식을 접한 광주시교육청은 즉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에 방문했고, 명진고 학생 950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39명의 교사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은폐된 폭력의 공간, 학교가 그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결국 가해교사들이 강당에 모인 학생들 앞에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교장이 마이크를 잡고 사과문을 낭독했고, 일렬로 선 가해 교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조차 대놓고 불쾌감을 표출하는 교사가 있었다. 어떤 교사는 연단에 올라오는 계단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버텼다. 그는 다른 교사가 연단 중앙에 위치할 때까지 등을 밀어준 후에야 정위치에 섰다. 이 교사는 끝내 스스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결국 옆에 있던 교사가 사과가 끝날 때까지 등을 눌러주었다. 학생들은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끌려 나오는 교사를 실시간으로 보고 어이없음을 느꼈다고 한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고발을 면밀히 검토하여 교사 20명을 실질적인 스쿨미투 연루 교사로 판단했다. 교육청은 이 중 16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경찰에 고발된 기간제 교사 4명은 고발과 동시에 계약해지되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고발된 16명 중 5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는 학생들의 용기를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사건을 인계받은 검찰은 고발된 대부분의 교사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오직 정도가 심각했던 1명만이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이와 같은 결정은 대규모 스쿨미투의 진원지 중 한 곳이었던 광주 대광여고 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건 당시 재판부는 교사가 수박을 먹고 있는 학생에게 "나중에 결혼해도 남편이랑 그렇게 빨리 할 거냐"라고 발언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발언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지는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스쿨미투를 통해 밝혀진 교사들의 발언이 문제적이긴 하지만, '형사적 제재'에는 더 높은 비난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특수한 권력관계 하에서, 성인 남성인 교사가 청소년인 학생에게 사용한 언행이기 때문에, 판례의 견해에는 찬동하기 어렵다.


 2019년 7월 21일 광주시교육청이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에 스쿨미투 연루 교사 16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여기에 언급되는 16명은 스쿨미투 연루 교사 20명 중 기간제 교사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으로, 경찰에 고발되지 않은 교사 4명도 포함된 수치다. 교육청 측은 부적절했던 신체접촉과 발언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징계 요구 수위를 결정했다. 이는 '형사적 제재'와 '행정적 제재'가 별개의 영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진행된 징계 요구였다. 당시 교육청이 학교 측에 요구한 징계는 다음과 같다.


<광주시교육청 측이 요구한 명진교 교사 징계>


해임 : 7명

정직 : 4명

감봉 : 1명

견책 : 1명

경고 : 3명


<명진고 측이 수용한 명진교 교사 징계>


해임 : 1명

정직 : 2명

감봉 : 1명

견책 : 7명

경고 : 5명


 그러나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은 교육청의 교사 징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관할청의 징계 요구를 다시 한번 심의할 권리가 있다. 도연학원 측은 이사회를 소집하여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측 입장을 확인한 교육청은 스쿨미투 연루 교사 징계안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다.


 2020년 초, 명진고 측이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명진고 측은 해임을 요구받은 스쿨미투 연루 교사 7명  1명에 대해서만 '해임' 징계를 그대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해임'을 요구받은 다른 교사 6명에 대한 징계는 '견책'으로 3단계 낮춰졌다. '정직'을 요구받은 교사 4명 중 2명에 대한 징계 역시 경고로 3단계 낮아졌다.


 명진고 측은 이사회를 통해 스쿨미투와 관련하여 징계를 요구받은 교사 16명에 대한 감봉, 견책, 경고 등의 징계를 확정 지었다. 교육청이 요구했던 원안에 비해 크게 가벼워진 징계안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2년 전 스쿨미투 운동을 주도했던 명진고 3학년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며 학교 측에 "가해 교사들의 복귀를 스쿨미투에 참여했던 3학년 학생들의 졸업 이후(2021년)로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명진고 측은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2020년 3월, 해임된 1명을 제외한 명진고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이 전원 학교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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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 사학비리 사건 총정리>


0.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 개요

1.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

2.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3. 명진고 학생들, 학교 재단 비리에 맞서다

4. 명진고등학교, 소속 학생을 경찰에 고소하다

5. 명진고등학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

6. 명진고등학교 교사 부정채용 의혹

7. 명진고 측 명예훼손 고소장에 올리는 '도연 7조'

8. 광주 명진고, 재단 비판 시민에 1억 손배소 제기

9. 광주 명진고 학내 집회, 교장이 막아섰다

10. MBC 스트레이트, 명진고 사학비리 다뤘다

11. 명진고 사학비리 규탄 기자회견 열렸다

12. 국회 교육위 국감 '명진고 사학비리' 겨냥했다

13. 광주 명진고 손규대 교사, 7개월 만에 복직했다


 저, 김동규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명진고 저항자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오시면 명진고 사건 근황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명진고 저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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