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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14. 2020

2.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위치한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지난 2017년 9월, 학교법인 도연학원의 최신옥 전 이사장이 명진고 교육청 공개채용 1차 합격자 A를 강남의 한 일식집으로 불러냈다. 그 자리에서 최 전 이사장은 A에게 "내가 명진고에 영향력 있는 사람인데, 5천만 원을 주면 정규직 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A는 최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최 전 이사장의 금품 요구 사실을 함께 공채 1차 과정을 통과한 다른 경쟁자 4명에게 털어놓았다. 다행히 A는 금품 요구를 거절했음에도 정식 절차를 통과하여 명진고 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광주시교육청에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이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교육청은 즉시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A 역시 교육청에 출석하여 모든 것을 진술했다. 조사를 마친 교육청 측은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광주지검은 명진고 행정실 직원들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여 최신옥씨가 그들에게 수시로 업무지시를 해왔음을 파악했다. 최씨를 실질적인 명진고 관리 책임자로 파악한 것이다. 2019년 1월 25일 광주지방법원이 배임수재 미수죄로 불구속 기소된 최신옥씨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학교법인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던 자가 교사 채용에 있어 금품을 요구한 것은 교사 채용 과정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손상시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결국 최신옥은 배임수재 미수죄로 6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물론 최씨 구속은 도연학원의 복잡한 '혈족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2020년 9월까지 최씨의 남편은 도연학원 이사장직을 수행했으며, 이사장 부부의 두 딸은 현재도 명진고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의 제랑(여동생의 남편) B는 명진고 교장직을 수행했으며, 그의 동생 C는 현재도 명진고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씨의 사촌 여동생의 남편 D는 도연학원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고, 그의 아들 E는 명진고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모두에게 교사 A는 가족이자 상사인 최 전 이사장을 구속에 이르게 한, 거슬리는 존재였을 것이다.


 2020년 5월 6일 명진고등학교 측이 교사 A에 대한 느닷없는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A는 지난 2017년 채용 이래 2년 2개월간 명진고에서 근무해왔다. 학교 측은 징계 사유로 '지시 불이행', '자질 부족'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교원 4대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를 들어 '해임' 징계를 내리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임' 징계가 확정될 경우 임용시험 응시가 3년간 제한되어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징계가 결정된 직후부터 '전 이사장 형사처벌'에 따른 보복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명진고의 실질적인 권력자들에게 A는 본인들의 가족을 구속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내세운 징계사유가 징계 양정의 적정성에 비추어 '해임'에 이를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명진고 측은 A에 대한 징계 사유 중 하나로 "2018년 12월 기말고사 당시 A의 과실로 출제 오류가 발생하여, 일부 재시험(3점)이 있었음"을 내세웠다. 그러나 명진고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A가 담당했던 과목을 제외하고도 국어, 수학, 생명과학, 사회문화 등에 대한 재시험이 실시되었다. 심지어 2019년에는 생명과학 교사가 시중에 유통되던 문제집에 나와있던 문제들을 고스란히 시험에 출제했다가 들통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명진고 2학년 학생들은 생명과학 1학기 중간·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총 147점에 해당하는 문제에 대한 재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과실 혹은 고의로 출제 오류를 저지른 다른 교사들은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직 A의 '3점' 출제 오류만이 문제시되었다.


 이외에도 학교 측은 "A가 했던 2019학년도 동계방학 방과 후 학교 수강료 정산에 오류가 있어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후 금액을 재정산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학부모들에게 명진고의 위상을 추락케 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직 이사장이 채용을 대가로 돈을 요구했던 것보다 학교의 위상을 추락하게 하는 일이 있는지, 진심으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측이 A에 대한 '해임' 사유로 내세운 것들은 대부분 단순 실수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만에 하나 이것만으로 교원을 '해임'시키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대한민국 교사들의 노동권은 극한의 위협 상황에 놓일 것이다.


 A에 대한 해임 징계의 황당함은 지난 2018년에 있었던 명진고 스쿨미투 사건과의 비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명진고 교사 20명이 '스쿨미투'에 연루되었다. 당시 A는 소속 교무실에서 유일하게 스쿨미투에 연루되지 않은 남성 교사였다. 관련 조사를 마친 광주시교육청은 스쿨미투에 연루된 명진고 정규직 교사 16명 중 7명에 대한 '해임' 징계를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도연학원 측은 해임 요구를 받은 7명 중 1명에 대한 해임 징계만을 수용했다. 나머지 6명의 징계는 '견책'으로 3단계 낮아졌다. 결국 해임된 1명을 제외한 명진고 스쿨미투 연루 교사들은 전원 학교로 복귀했다. 명진고 재학생들은 스쿨미투에 연루된 교사들 조차 대부분 복귀하는 상황에서 교사 A를 갑작스럽게 해임한 학교 측 행보가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해임 통보를 받은 A는 그날까지 67일간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문자메시지로 작별인사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의 빈자리는 스쿨미투에 연루되었다가 2020년 초에 복귀한 부담임이 채웠다. "스쿨미투 교사들이 복귀하더라도, 담임은 맡지 않게끔 하겠다"던 학교 측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몇몇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그제야 A가 맡았던 학급의 담임을 다른 사람으로 변경했다.



 교사에 대한 부당해임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먼저 광주교사노동조합이 A 교사에 대한 연대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A 교사와 함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무효 소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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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 사학비리 사건 총정리>


0.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 개요

1.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

2.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3. 명진고 학생들, 학교 재단 비리에 맞서다

4. 명진고등학교, 소속 학생을 경찰에 고소하다

5. 명진고등학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

6. 명진고등학교 교사 부정채용 의혹

7. 명진고 측 명예훼손 고소장에 올리는 '도연 7조'

8. 광주 명진고, 재단 비판 시민에 1억 손배소 제기

9. 광주 명진고 학내 집회, 교장이 막아섰다

10. MBC 스트레이트, 명진고 사학비리 다뤘다

11. 명진고 사학비리 규탄 기자회견 열렸다

12. 국회 교육위 국감 '명진고 사학비리' 겨냥했다

13. 광주 명진고 손규대 교사, 7개월 만에 복직했다


 저, 김동규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명진고 저항자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오시면 명진고 사건 근황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명진고 저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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