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학교법인 도연학원(명진고 운영)의 손규대 교사 징계에 대해 "재단은 손 교사에 대한 해임 및 임용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소청심사위는 교원 징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소청심사위는 12월 3일 결정 내용을 광주시교육청에 발송했다.
앞선 2017년 손규대 교사는 최신옥 전 도연학원 이사장으로부터 "5천만 원을 주면 정교사로 채용해주겠다"는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얼마 후 교육청에 최신옥 전 이사장이 공채 지원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손 교사는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최씨의 금품요구 사실을 진술했다. 결국 검찰은 최신옥 전 이사장을 배임수재 미수죄로 기소했고, 최씨는 법정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손 교사는 이 사건 진술로 국민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임을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 4월 27일 명진고 측이 징계의결 요구서를 통해 손 교사에게 해임 처분을 통보했다. 해임 처분은 3년간 임용시험 응시가 제한되는 중징계로 채용비리, 성적 조작, 성범죄 등을 저지른 교원에게 적용된다. 당시 명진고 측은 손 교사에 대한 '해임' 사유로 업무상 실수 등을 제시했다. 손 교사에 대한 해임 징계 소식이 알려지자 광주교사노동조합과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을 비롯한 교육단체들이 '사학비리 공익제보에 따른 보복성 해임'이라고 반발했다. 명진고 학생들이 진행한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재학생 376명 등 2,04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를 포함한 교육전문가들 역시 "명진고 측이 징계 수위를 정함에 있어 결코 해임에 이를 사유가 될 수 없는 것들을 해임 사유로 제시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명진고 측은 손 교사를 '배임증재 미수죄'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 손 교사가 최씨의 금품요구를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지 않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거절했다는 이유로 "손 교사도 금품을 제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명진고 측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자 법무법인 바른을 선임하여 방대한 분량의 의견서를 추가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는 전직 법무부장관의 이름으로 쓰였다. 그러나 11월 4일 광주지검은 손규대 교사에 대한 배임증재 미수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12월 3일 소청심사위 의견서가 도착하자, 광주시교육청은 즉시 명진고 측에 손 교사 복귀를 요구했다. 국회 교육상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명진고 측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광주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손규대 교사 복직을 우선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12월 9일 손규대 교사가 5월 8일 해임 이래 7개월 만에 명진고등학교로 출근했다.
그러나 부푼 기대감을 안고 명진고에 출근한 손 교사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2층 교무실이 아닌 1층 통합 지원실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명진고 통합 지원실은 가끔 교사들의 체력 단력실로 사용되는 곳으로 사실상 방치된 공간이다. 손 교사에게 배정된 사무용품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용 책상과 의자가 전부였다. 복직을 기념해 인사차 손 교사가 학교 교무실에 보낸 꽃다발과 떡 상자는 통합 지원실 한쪽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공간 배치는 '면벽 근무'로 불리는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다. 지난 2019년 2월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신체적·정신적 고통 혹은 근무환경의 악화와 관련해 면벽 근무를 지시하는 등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명진고 교장은 "어제 행정실에서 손 교사에게 복귀 명령을 내린 것 같다"라며 "나는 교장이라 결제 라인에 없어서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7개월 만에 손규대 교사가 명진고로 복귀했지만, 학교는 변한 게 없었다. 게다가 학교 측이 손규대 교사의 해임을 취소한 소청심사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의 사학비리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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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김동규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명진고 저항자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오시면 명진고 사건 근황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