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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16. 2020

5. 명진고등학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

 명진고등학교는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 위치한 사립학교로 학교법인 '도연학원'에 의해 운영된다.


 지난 2020년 5월 6일, 광주 명진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도연학원'이 명진고 교사 A를 부당하게 해임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명진고 재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A는 명진고에서 학생들에게 진심을 다한 몇 안 되는 교사 중 하나였다. 이에 학생들은 분노했고, A교사 부당해임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사건 직후, 명진고 게시판에 이번 일을 규탄하는 학생 게시물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도 학교재단을 비판하는 공동행동이 이루어졌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비롯한 지역사회도 도연학원에 대한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자 학교법인 '도연학원'은 자신들을 비판한 모든 사회 주체들을 '명예훼손죄'를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학교법인 '도연학원' 측이 고소한 대상에는 학교 소속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교가 학생을 경찰에 고소했다'는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대부분의 명진고 재학생들은 깊은 분노감에 휩싸였다. 네이버에 '명진고'를 검색하면, '명진고 ㅠ 오지마'라는 명진고 재학생의 트위터 계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로, 학교 측 비리와 폐단을 몸소 겪어온 그들이다. 결국 아무리 봐도 '틀린 사람들'이 자신들에 맞서 용기 있게 의견을 낸 '옳은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저항을 격화시켰다. 여러 학생들이 학교 게시판인 '명진 게시판'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러나 명진고 측은 학생들의 게시물을 강제로 철거했다. 그들은 학생들의 표현을 존중하지 않았다. 6월 15일에는 학생들이 본인들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3장짜리 대자보를 게시판에 부착하는 일이 있었다.  도연학원 측은 학생들의 대자보 위에 '절도죄, 명예훼손죄' 등을 운운하는 경고문을 부착했다. 결국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 측에 학생들의 표현을 존중할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소 행위가 문제시되자, 교육청의 요청에 따라 이를 취하했다.


 그러나, 얼마 후 명진고 측이 재학생을 고소한 사건이 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6월 25일,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명진고 측이 "학생들과 공모하여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한 필자를 경찰에 고소했다"며,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었다. 앞선 5월 14일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명진고 학생 B의 요청으로 명진고 정문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B는 현수막 사진을 첨부하여 학생들의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여러 기자들이 이를 보도했다. 도연학원 측은 현수막을 게시한 필자, 보도자료를 배포한 학생 B,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기자 C를 '명예훼손죄'를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필자는 형사의 연락을 받은 직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학교 측 고소장을 확인했고, 이를 명진고 학생 B에게 전달했다.


 2020년 7월 8일, 명진고 학생 B가 명진 게시판에 '학교가 학생을 고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부착했다. 당시 학교 측은 교육청의 요청에 의해 게시물을 떼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로 옆에 게시물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학생 B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명진 게시판에 부착된 1, 2번 게시물은 아래와 같다.


명진게시판에 붙은 순서대로 1, 2


 학생 B는 '학교가 학생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학교(법인)는 절대로 학생을 고소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 말라고 반론했다. 아마, 학교 측은 학생 B가 필자로부터 '도연학원 측 고소장'을 전달받은 상황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이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학교가 학생을 고소했음"이 명확하게 기제 되어 있었다. 학생 B는 도연학원 측 고소장을 3번 게시물로써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촥 그어 게시판에 부착했다.


명진게시판에 붙은 순서대로 3, 4


 당혹한 명진고 측은 "사실 본 법인은 학생 B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는 내용의 4번 게시물을 게시판에 부착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명진고 측은 "성명불상의 남자 A(필자)가 현수막 게시자와 보도자료 배포자는 동일인이라고 주장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말을 번복했다"라고 주장했는데, 필자는 2020년 7월 14일에 첫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과의 통화에서도 "학생의 요청을 받고 현수막을 게시했다"고만 주장했기 때문에, 학교 측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학교 측의 4번 게시물은 본인들이 처음에 부착했던 게시물, "학교는 학생을 고소한 적 없다"가 명백한 거짓말이었음을 스스로 자백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학생 B는 학교 측 4번 게시물에 포스트잇을 붙여 이 사실을 알렸다.


명진게시판에 붙은 순서대로 5


 "아까 첫 번째 종이에서는 "학생을 고소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엥?? 취하의 사전적 의미는 했던 것을 도로 거두어들인다"라는 뜻인데.. 고소를 했다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ㅋㅋㅋ 허위사실을 누가 퍼트리는지.."


 이처럼 명진고등학교 측은 학생과의 '게시판 설전'에서 조차 간단히 패배할 정도로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결국 이들은 본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알았는지, 게시판에 붙은 관련 게시물을 다시금 죄다 철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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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고 사학비리 사건 총정리>


0.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 개요

1. 2018년,  명진고등학교 스쿨미투 사건 총정리

2. 2020년, 명진고등학교 부당해임 사건

3. 명진고 학생들, 학교 재단 비리에 맞서다

4. 명진고등학교, 소속 학생을 경찰에 고소하다

5. 명진고등학교 게시판에서 벌어진 일

6. 명진고등학교 교사 부정채용 의혹

7. 명진고 측 명예훼손 고소장에 올리는 '도연 7조'

8. 광주 명진고, 재단 비판 시민에 1억 손배소 제기

9. 광주 명진고 학내 집회, 교장이 막아섰다

10. MBC 스트레이트, 명진고 사학비리 다뤘다

11. 명진고 사학비리 규탄 기자회견 열렸다

12. 국회 교육위 국감 '명진고 사학비리' 겨냥했다

13. 광주 명진고 손규대 교사, 7개월 만에 복직했다


 저, 김동규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명진고 사학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명진고 저항자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오시면 명진고 사건 근황을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시리즈] 명진고 저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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