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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Apr 21. 2020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비판

가히 '어리석음의 극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최근 몰상식한 행동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단체의 이름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이나현, 김한성 공동대표 ⓒ연합뉴스


 2018년 3월 10일,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출범식이 열렸다. 이나현 전 청춘의 지성 대표와 김한성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청춘의 지성'은 '쏘셜메이커', '역동' 등과 함께 잔존하고 있는 NL계열 학내 동아리 중 하나로, 전국 여러 대학에 존재한다. 김한성은 전남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후 '찬반 투표'를 통해 당선되었다. '무관심' 탓이었다. 그는 이후 학내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민주사회에서는 누구나 본연의 주관을 통해 특정 집단을 높이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NL 잔당 세력은 선배가 알려준 '반미'와 '북한'이라는 신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종교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2018년 8월, 대진연이 '태영호 체포 결사대 감옥행'을 결성하여 활동을 전개했다. '무식함'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 대사를 대상으로 발화한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 그러나 태영호를 향한 북한의 주장은 일말의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 이것은 태영호씨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어기지 않은 동료 시민을 체포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기본권과 충돌한다. 타자의 권리를 짓밟아버리자는 파시즘적 주장은 황당함을 넘어 위험하다.


 2018년 9월 6일,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대사가 전남대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전남대 총장을 만난 후 5·18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한 미대사가 전남대에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현직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모여있는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총장실 점거를 시도했다. 당연히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이 자리에최도형 총학생회장도 있었다. 그는 역시 NL 파벌 소속이었다. 전대총학 페이스북에는 총학에서 주도하는 시위인 것처럼 게시글이 올라왔다. 주한 미대사는 총장실 방문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지만, 이들은 간담회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확히 논리를 전달하는 현명한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반미'를 주장하는 건 자유이지만, 이들은 정세를 고려할 때, 전략적으로 가장 어리석은 방식을 선택했다.


전남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제보


  소식이 전해지자 전남대 재학생들은 깊이 분노했다. 이미 이들 세력은 학교의 '수치'였다. 많은 학생들이 간담회 진행을 위해 이동하던 주한 미대사에게 달려들어 길을 막고 소리를 질렀던 행위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총학생회 측에 요구했다. 영상에는 최도형 총학생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있었다. 최도형 총학생회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했다.


 20189월 9일, 최도형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시위 참석 이유에 대해 "피켓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갔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호가 개인으로서 이해 가는 점이 있어서 학우분과 피켓과 구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경호원들의 과한 대응을 보고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며 "생각이 짧았던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최도형은 불과 1개월 전에 진행된 '통일선봉대' 행사에 '대진연', '주한미군 철수' 등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그 자리에 전·현직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최도형은 해당 시위를 주도한 전직 총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가 구사한 '유체이탈 화법'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결국 최도형의 거짓말에 전남대 재학생들의 분노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재학생 수백 명이 항의의 의사를 표시했다. 모르는 사람들의 일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휘말렸다는 식의 답변 회피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최도형은 2차 사과문을 발표했다. 물론 재학생들의 분노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애초에 타국 외교관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국제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대응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뉴시스

 2018년 11월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활동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단체였다. '백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백두혈통'으로 부르는 데에서 따온 것으로 '백두 칭송'이라는 말에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찬양이 함축되어 있었다. 민주주의자라면 특정인 혹은 단체에 대한 일방적인 '칭송'이 내포하는 전체주의적 요소를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특정 국가의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찬양할 뿐이었다. 이것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라 북한 지도자의 특정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미개한 일이었다.


 2019년 2월 9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모임>을 결성했다. 북한과 김정은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있어 반드시 연구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필수적이며, 여러 대학에 북한학과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김정은을 7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후대 사랑, 헌신성, 민족애, 음악 정치, 대담함, 여성·고아·노인사랑, 겸손함이 그것이다. 이들이 김정은을 분석한 관점에는 비판적 의식보다는 맹목적인 찬양이 짙게 배어 있었다. 결국 이들이 진행한 발표회는 '예배'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되었다.


 2019년 7월 1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날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로 죽은 새 시체와 커터칼, 협박편지가 배송되었다. 편지에는 "윤소하 너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 독재 특등 홍위병이 돼 개지랄을 떠는데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는 내용이 '태극기 자결단'의 명의로 적혀있었다. 이는 명백한 테러리즘이다. 윤소하 의원실은 즉각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협박범을 검거했다. 확인 결과 범인은 류선민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이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사기 조작극'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경찰이 택배가 배송된 편의점으로부터 CCTV 1천여 개를 뒤져 류선민의 집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확인했기 때문에 조작의 가능성은 없다.   


 류선민은 2007년도 전남대 총학생회장 시절부터 지적능력이 의심될 정도로 맹목적인 신념들을 드러냈다. 그가 '찬반 투표'로 당선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임기 시작 직후인 2007년 1월 24일 범청학련 남측본부가 주최한 집회에 참여하여 "핵보유 민족의 존엄과 기상으로 반통일세력의 최후 발악을 저지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그는 "선군 정치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전쟁의 위협을 막는다"며 북한의 선군 청지를 철저히 옹호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자라면, 군대를 앞세운 정치의 전체주의적인 면모를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그저 북한의 모든 것을 무조건 옹호하고 미국을 극렬하게 비난했다. 누구에게나 특정 국가를 비판하거나 높게 평가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건대, 그것이 교조적인 믿음에 가까워진다면, 그것은 이념이 아닌 신앙이다.


 그는 심지어 북한 인권문제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근거가 없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이 공작을 해 탈북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한 것이다", "탈북자가 아닌 북한 내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나는 금강산에 가서 북한 동포를 만났었다 동포에게서 인권문제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가 직접 한 발언들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 씁쓸한 헛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마치 CIA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수준의 말로 들린다. 북한의 실상을 모르던 1980년대도 아닌 2007년에 이런 사고방식을 지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에는 극단적인 수준의 몰주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NL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른다. 그들은 조직의 세계관을 철저하게 내면화한다. 조직의 세계관에는 낡은 이념체계도 있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및 북한 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옹호가 포함되어 있다. 류선민은 2020년 현재 38세의 나이로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0년 4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21대 총선 방해 혐의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선거운동을 진행하던 미래통합당 오세훈(광진 을) 후보를 둘러싼 채로 피켓 시위를 진행했으며, 미래통합당 나경원(동작 을) 후보의 사무실 등지에서도 선거운동을 방해했다. 미래통합당 김진태(춘천 갑)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도 진행했다. 결국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조차 '선거 방해 행위를 중단'을 요구했다. 이것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선거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용납될 수 없는 도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이 글의 제목에 들어가는 '어리석음의 극한'이라는 과도해 보이는 평가가 적절한 어휘의 구사로 여겨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진보'를 자처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그 어떤 변화에도 기여할 수 없는 낡은 적폐에 불과하다. 움직이는 건 청년들이지만 움직이는 건 낡은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진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단체명을 달고 몇몇 과격한 행동을 통해 주류 언론에 등장하는 것은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행태가 전체주의적이면서도 어리석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운동'의 일파로 분류될 수 없는 세력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특정 이념에 경도된 자들이 과격한 행동과 종교 행사를 통해 신앙심을 유지하는 사이비 종교에 가깝다.


+ :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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