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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28. 2023

주호민씨 사건, 언론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발달장애 초등학생의 행위가 메인 기사로 보도됐다

 지난 에 이어, 주호민씨 사건에 대해 쓰게 됐다. 나는 본래 이런 사건에 말 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 것 같아 부득이 글을 쓴다.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론화 방식'이다.


 사건 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교사의 글에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유출된 글은 그가 주변에 '탄원서'를 요청하기 위해 작성한 글로 보인다. 적어도, 그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쓴 글은 '결코' 아니다. 재판에 회부된 많은 피고인들은 선처를 받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한다. 친구나 지인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한다. 이때, 대부분의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줄이고 인간적 감정에 호소한다.


 그가 사건 경위와 별개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을 살펴보자.


 "순간 격앙된 표현을 사용하여 학생을 지도했던 그때 상황이 속상하고",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했던 말에서 다소 과장되거나 반복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교사이기 전에 한 사람인지라", "순간적으로 지친 마음이 들었던 것을 인정합니다" 등이다.


 이것은 특정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글을 쓴 사람이 사용할 만한 문장이라 볼 수 없다.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재판에 회부되었을 때 등장하는 문구라 볼 수도 없다. 그런데 교사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작성한 글이 '유출'됐다. 언론은 이게 '교사 측 입장'이라며 각종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글의 내용은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도 잘못한 면이 있고, 그럼에도 선처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주호민씨는 "녹음기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자녀가 평소와 다른 매우 불안한 반응과 두려움을 표현했으며 등교도 거부했다고 했다. 교사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다 밝히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표현대로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재판부는 판결문 후단에 "피고인의 가족 및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기록과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명시한 후 피고인의 형량을 어느 정도 줄여준다.


 지금 이 교사에게 중요한 건 최대한 선처받은 후 교단으로 복귀하는 일이다. 그런데 공론화를 위해 작성되지 않은 글이 유출됐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학부모 갑질' 사건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언론이 있다. 학부모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원서도 썼을 것이고 주씨도 이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건의 전 과정을 알지 못한다. 그저 교사에 대한 생각이 주씨와 다를 뿐이다.


 가장 악질적인 건, 주호민씨 자녀의 행동에 대한 유출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가 전국에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교사 역시 바라지 않았을 일일 것이며 교사가 해당 글을 쓴 이유는 탄원서를 받고자 함이지 그 학생의 행위를 알리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임이 명백하다.


 그런데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 학생의 행위가 기사 제목이 돼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를 기사 제목으로 올려놓는 언론의 행태에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젯밤, 여러 언론이 '주호민 아들'로 시작하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아무리 봐도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설령 주호민씨가 최악의 진상 학부모라고 해도 중앙일보 같은 메인스트림 미디어가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인 주씨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메인 기사로 보도해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수많은 언론들이 같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괜찮은 것인가. 댓글을 읽는데 공감이 수천 개씩 눌려 있고 반대는 한 자릿수였다. 그 어떤 개인이든, 그가 어떤 잘못을 했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자녀가 걱정돼 녹음을 한 후 이를 토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고소 절차를 진행한 것이 그가 한 행위의 전부다. 그가 교사를 고소하고 시스템에 의존한 것은 결국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었고, 이것은 분명 고쳐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한 개인을 특정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초등학생의 행위를 상세히 언급하는 언론의 행위는 너무도 가학적으로 느껴진다. 정말 잔인한 사회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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